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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트럼프에 치인 자동차 업계 "가자 인도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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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현대·기아자동차는 해외생산 비중을 계속 늘리고 있다. 고임금 저효율 구조인 국내 생산으로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올 상반기 현대차의 해외생산 비중은 64%, 기아차는 45.8%에 달한다. 사진은 현대차 인도 첸나이 공장에서 현지 전략 모델인 소형차 i10을 조립하는 모습.  [사진제공=현대자동차]

현대·기아자동차는 해외생산 비중을 계속 늘리고 있다. 고임금 저효율 구조인 국내 생산으로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올 상반기 현대차의 해외생산 비중은 64%, 기아차는 45.8%에 달한다. 사진은 현대차 인도 첸나이 공장에서 현지 전략 모델인 소형차 i10을 조립하는 모습. [사진제공=현대자동차]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과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자국 자동차 산업 보호 정책에 치인 한국 자동차 업계가 인도에 주목하고 있다. KOTRA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인도 진출 한국 기업(294개사) 중 자동차·자동차부품을 제조하는 기업은 88개사(30%)에 이른다.
현대자동차는 인도 승용차 시장 2위(점유율 16%)다. 1996년 인도에 진출한 이래 지금까지 모두 31억 달러(3조5000억원·협력사 투자 포함)을 투자했다. 기아자동차도 지난달 27일 인도 남동부 안드라프라데시주(州) 아난타푸르에 11억 달러(약 1조2400억원)를 투자해 현지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본지 2016년 8월 11일자 B1면>

B1/그래픽/기아자동차 인도공장 후보지

B1/그래픽/기아자동차 인도공장 후보지

현대제철은 기아차 인도공장 전용 스틸서비스센터(SSC)를 신설하는 방안과, 현대차 첸나이공장에 차량용 강판을 공급하고 있는 SSC를 증설하는 방안을 두고 저울질 중이다.

인도 진출 한국 기업의 30%가 자동차·자동차 부품 생산 #인구 1000명당 자동차 보급대수(32대) 낮아 성장성 유망 #인도 정부도 자동차 산업 육성에 적극적 #SUV·전기차 시장 급성장 중…한국 기업과 ‘궁합’ 맞아 #

또 인도연구소를 자율주행차 소프트웨어 허브로 육성하고 있는 현대모비스는 인도에 모듈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다. 현대글로비스 역시 “인도에 통합물류센터(CC·Consolidation Center)를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한국 자동차 산업이 ‘포스트 차이나(Post-China)’로 인도를 낙점하는 분위기인 것이다. 인도산업협회에 따르면 인도의 인구 1000명당 자동차 보급대수는 32대에 불과하다. 전 세계 평균(169명)은 물론, 경제성장 단계가 비슷한 브릭스(BRIC) 국가(브라질·159명·러시아 350명·중국 102명)와 비교해도 자동차 보급률이 매우 낮다.
라케시 바트라 언스트앤영 인도법인 자동차운송부문 리더는 “인구 1000명당 자동차 보급대수가 낮다는 것은, 향후 인도 경제력이 성장할 경우 자동차 시장 규모도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라며 “3년 이내에 인도 자동차보급률은 1.5배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인도 자동차 시장 규모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처음으로 한국(6위·442만 대)을 제치고 자동차 생산대수 기준(이륜차 제외) 세계 5위(449만대)로 발돋움했다.

인도 자동차

인도 자동차

인도 정부도 자동차 산업 육성에 적극적이다. 서비스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52.9%·2015년 기준) 때문이다. 절대 비중이 매우 높은 건 아니지만, 서비스업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한다는 게 문제다. 저렴한 인건비를 앞세운 콜센터나 부가가치가 낮은 아웃소싱 서비스가 주류다.

2025년까지 제조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17.1%)을 25%까지 끌어올리기 위해서 25개 제조업을 중점 육성하는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 정책을 추진 중이다. 특히 자동차 산업에 투자하는 외국인직접투자(FDI)는 정부 승인 없이 지분의 100%까지 투자를 허용하고 있다.

인도 정부는 자동차 산업의 일자리 창출에 주목한다. 현재 인도 자동차 산업은 190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었다. 자동차 산업 육성정책인 ‘오토모티브 미션플랜’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2026년까지 650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최대 90조원을 투자한다.

인도의 가계 가처분소득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인도응용경제연구원에 따르면 13.1%(1억6000만 명)인 인도 중산층 인구는 2025년 37%(5억4700만 명)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중산층 증가로 2020년 인도 소비시장은 1조 달러(1129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산층 확대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기아자동차가 지난달 27일 컨퍼런스콜을 통해 “11억달러(1조2400억원)를 투자할 인도 공장에서는 현지 SUV 차종을 우선 생산한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박민준 KOTRA 시장조사실 인도전문위원은 “가처분 소득이 증가하면서 소형차에서 SUV·중형차로 수요가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쑥쑥 크는 인도 자동차 시장 [자료=마힌드라&마힌드라]

쑥쑥 크는 인도 자동차 시장 [자료=마힌드라&마힌드라]

이륜차 수요가 승용차로 옮겨가면 또 한 차례 시장 성장이 예상된다. 인도는 세계 2위 이륜차 시장이다. 지난해 인도 현지에서 판매된 이륜차(1880만 대)는 승용차(340만 대)의 5배가 넘는다.

친환경차 정책도 한국 기업에게 유리하다. 지금까지 인도 정부는 하이브리드 차량에 1대당 1만3000루피(23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했다. 인도 시장 1위인 마루티스즈키(에르티가·시아즈)와 6위 도요타자동차(렉서스 ES시리즈)가 보조금 수혜를 입었다. 반면 현대기아차는 인도에서 하이브리드차를 판매하지 않는다.

전기차 육성책도 호재다. 인도 정부는 ‘2030년엔 100% 전기차만 판매한다’는 국가전기차미션플랜을 발표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미국 주요 전기차 업체는 한국 전기차 배터리를 사용한다”며 “삼성SDI 등 한국 배터리 소재·부품업체가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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