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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지하에 교통체증 없는 입체 터널 네트워크 만들겠다 "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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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체증으로 답답한 도로. 여기저기 경적이 시끄럽다. 차 한 대가 갓길에 만들어진 은색 플랫폼에 들어선다. 마치 주차타워 앞의 회전식 차량 이동기처럼 생긴 플랫폼은 차를 싣고 지하 땅속으로 쑥 꺼진다. 플랫폼이 내려간 땅 밑은 또 다른 지하세계. 거미줄처럼 얽힌 지하터널 속에서 차를 실은 플랫폼은 시속 200km의 속도로 달린다.'

일론 머스크 2017 TED서 '더 보링 컴퍼니'프로젝트 공개 #땅속에 차량 실은 플랫폼 체증없이 200 km 속도로 달려 #도심의 하늘 나는 자동차는 소음 문제로 바람직하지 않아

일론 머스크(46)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2017 TED'에서 공개한 지하터널 네트워크 프로젝트의 동영상이다. 그는 로스앤젤레스와 같은 거대 도시의 땅 아래에 이런 터널 네트워크를 건설해 교통문제를 해결하겠다며 벤처기업 ‘더보링컴퍼니’(The Boring Company)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전기차를 만드는 테슬라와 우주선 제작 등 우주개발사업을 진행 중인 스페이스X에 이어 머스크가 꿈꾸는 또는 ‘파괴적 혁신’이자 ‘미래의 설계'인 셈이다.

머스크는 지난해 말 트위터를 통해 이런 구상을 처음 내놨다. 당시 그는 “차량정체가 나를 미쳐버리게 한다. 터널굴착기계(TBMㆍTunnel Boring Machine)를 만들어, 곧바로 뚫기 시작해야겠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그의 말은 허언(虛言)이 아니었다.
머스크는 TED 대표인 크리스 앤더슨과의 대화에서 “차량 정체 속에 잡혀 있는 건 영혼을 파괴하는 일이라 이런 걸 만들게 됐다”고 소개했다. 그는 “터널을 몇 개 만들지에 대한 제한은 없다”며 “터널 건설 비용을 줄이기 위한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보링컴퍼니는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스페이스X 본사 주차장에 시험용 터널을 짓고 있다. 머스크가 구상하는 지하터널 네트워크는 흔히 보는 그런 터널이 아니다. 그는 “터널을 모두 다른 높이로 만들 수도 있다. 30층짜리 터널도 있다.그렇게 하면 고밀도 도시의 정체 문제를 완벽하게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심의 정체 때문이라면 왜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아니고 지하터널일까. 머스크는 이 질문에 명쾌하게 답했다.“내가 로켓을 만드는 것을 보면 알수 있겠지만, 나도 날아다니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당신의 머리 위로 온통 날아다니는 자동차들이 소음을 만들어 낸다면 그게 과연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을까.”

머스크의 상상력과 실행력은 그 끝이 어디일까. 그는 앞서 3월에도 인간의 뇌에 인공지능(AI)을 연결해 기능을 증강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뉴럴링크(Neuralink) 설립을 발표하는 등 새 프로젝트를 선보이고 있다. 이날 머스크는 테슬라와 스페이스 X 등 자신의 주력 사업 일정도 공개했다.
테슬라와 관련. 머스크는 “올해 말 완전자율주행 상태로 캘리포니아-뉴욕, 시애틀-플로리다를 주행할 예정”이고 밝혔다.
또 테슬라에서 만들고 있는 반 자율주행 트럭 공개도 임박했다.
머스크는 “최근 자율주행 트럭을 테스트했는데 굉장히 민첩했다. 마치 스포츠카와 같은 트럭”이라며 “오는 9월에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메이커들이 새로운 전기자동차로 추격해오는 상황에 대해서는 “디젤-전기 반반 자동차와 테슬라의 주도권 싸움이 벌어지고 있지만, 결국 테슬라가 이길 것”이라고 일축했다. 전기차 배터리 공장인 기가팩토리를 4곳 더 만들 예정이지만 구체적 장소에 대해서는 답변을 회피하며 “글로벌 시장 수요가 있는 곳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구 보존, 우주와 관련한 다양한 사업을 벌이는지에 대해서도 밝혔다. 머스크는 “지속 가능한 에너지 도입은 인류가 결국 할 수밖에 없는 일”이라며 “테슬라의 목표는 이를 10여 년 정도 앞당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신생 에너지 사업은 (테슬라가 아니더라도) 누군가 할 것이고 언젠가는 이루어질 미래지만 우주기술의 진보는 누군가가 열심히 해야 현실이 되는 분야”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침에 일어나 별에 갈 수 없고 우주 생명체를 만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너무나 우울하다”며 “난 누군가의 구원자가 되고 싶은 게 아니다. 그저 미래를 생각할 때 슬픈 마음이 드는 것이 싫은 것”이라고 말했다.
밴쿠버=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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