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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조연설자로 본 후보 전략은…文 '통합' 安 '미래' 洪 '당당'

중앙일보

입력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고(故) 신해철, 가수 이은미, 배우 김여진의 공통점은. 모두 과거 대선에서 후보의 TV 찬조연설에 나섰던 인물이다. 노 전 대통령은 1997년 새정치국민회의 부총재 시절 김대중 후보의 찬조연설에 출연했다. 신해철씨와 추 대표는 2002년 노무현 후보의 찬조연설자였다. 가수 이은미씨와 배우 김여진씨는 2012년 대선에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를 위해 찬조연설을 했다. 대선후보 진영은 유명인들이 특정 후보를 지지하면 부동층을 끌어들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선거 때만 되면 정치인들이 경쟁적으로 유명인들을 동원하는 이유다.

유명인들만 찬조연설을 하는 건 아니다. 일반인들도 종종 등장한다. 일반 유권자들에게 ‘보통사람’으로서의 공감대를 불러일으켜 유명인보다 오히려 더 큰 효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가장 성공적인 사례는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의 첫 찬조연설을 했던 이일순씨였다. 걸쭉한 사투리로 노 후보를 지지해 ‘자갈치 아지매’로 유명세를 탔다. 이 인연을 계기로 이씨는 청와대에 아귀를 보냈고 노 전 대통령은 퇴임 후 이씨를 봉하마을에 초대하기도 했다.

연설도 부익부 빈익빈…文·安 44회 洪 11회 劉·沈 '0' #44회 다 채우려면 약 100억원…구전효과도 노려 #

노무현 대통령당선자를 위해 방송연설에 출연해 화제가 된 `자갈치 아지매` 이일순씨가 당선 직후인 2002년 12월 20일 아귀를 들어보이고 있다. [중앙포토]

노무현 대통령당선자를 위해 방송연설에 출연해 화제가 된 `자갈치 아지매` 이일순씨가 당선 직후인 2002년 12월 20일 아귀를 들어보이고 있다. [중앙포토]

 찬조연설자 선정에는 전략과 계산이 있다. 출신과 경력 등을 따져보면 그 후보와 정당이 집중적으로 겨냥하는 세대와 지역 등 숨은 전략을 엿볼 수 있다. 그래서 TV에 노출되기까진 각 당이 찬조연설자 명단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찬조연설자도 우리 당의 전략카드인데 이걸 미리 내보일 순 없다"고 말했다.

◇찬조연설자 통해 본 각 후보 전략은

 민주당의 초반 TV 찬조연설자 면면을 보면 전략적 메시지는 ‘통합’으로 정리된다. 민주당은 첫 TV 찬조연설자로 안희정 충남지사의 부인 민주원씨를 선정했다. 당 경선에서 경쟁했던 안 지사의 가족을 통해 ‘당내 통합’을 우선 이루겠다는 뜻이다.
두 번째 연사인 김광두 서강대 석좌교수는 보수까지 포함한 ‘외연확장과 통합’의 메시지를 담았다. 김 교수는 2012년 대선에선 새누리당 경제공약을 총괄했다. 지난 2012년 대선 떄도 문 후보의 찬조연설을 했던 조국 서울대 교수는 올해도 세 번째 찬조연설자로 나섰다. 조 교수가 재외국민을 대상으로 ‘나라다운 나라’를 강조한 건 ‘통합’의 범위를 국외로 더 확장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이후엔 일반인들이 찬조연설자로 등장해 ‘내 삶을 바꾼 정치’ 사례를 소개할 예정이다. 라디오 연설은 앵커나 아나운서 출신 당내 인사들을 최대한 활용하기로 했다. 문 후보 진영에는 방송인 출신 인사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신경민 의원을 포함해 박영선·박광온·김성수 의원, 유정아·고민정 전 아나운서 등이 대표적이다.

국민의당은 한국 최초 전투병과 여성장군 출신인 송명순씨를 첫 TV 찬조연설자로 내세웠다. 대구 출신의 50대 주부인 송씨는 아들을 군대에 보낸 50대 주부와 군 부재자 투표를 앞둔 군인, 지역적으로는 TK(대구·경북)까지 겨냥한 복합적 의미를 담았다. 또 경력단절을 경험한 30대 부산 출신 ‘워킹맘’ 정설이씨가 두 번째 연사로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에 최근 국민의당으로 옮긴 이언주 의원이 세번째로 출연했다. 안 후보의 학제개편 등 교육공약을 총괄한 조영달 서울대 사회교육학과 교수는 교육 공약을 구체적으로 설명할 예정이다.

자유한국당은 홍 후보의 부인 이순삼씨가 첫 찬조연설자로 TV에 출연했다. 배우자가 직접 나서 홍 후보의 ‘스트롱맨’ 이미지를 완화하고 인간적 면모를 부각하는데 주력했다. 다음 찬조연설자로는 전희경 의원이 유력하다. 전 의원의 ‘보수 여전사’ 이미지를 통해 ‘당당한’ 서민 대통령을 강조한다는 전략이다.

홍 후보 측은 일단 선거비용 때문에 방송연설을 최소화했지만, 최근 지지율이 상승세를 보이는데 자신을 갖고 연설방송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홍 후보는 27일 자신의 트위터에서 “‘문을 열고 안을 보니 홍만 보이더라’ 요즘 SNS에서 흘러다니는 최고 유행어”라며 "안철수 후보는 홍준표의 페이스메이커다. 끝까지 4자구도로 완주해달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찬조연설도 부익부 빈익빈…문재인ㆍ안철수 44회, 유승민ㆍ심상정 ‘0’

대선 후보자의 방송연설도 부익부 빈익빈이다. 2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대선에서 후보자 연설과 찬조연설은 TV 60회, 라디오 49회로 총 109회 진행된다. 공직선거법 제71조에 따르면, 후보자와 후보자가 지명한 연설원의 방송연설은 20분 이내로 각각 최대 22회(TV와 라디오 각 11회씩) 할 수 있다.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선거법상 각당에서 할 수 있는 최대치인 후보자 연설 22회, 찬조연설 22회를 꽉 채워 신청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후보자 연설 7회, 찬조연설 4회 등 총 11회만 내보내기로 했다. 반면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와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방송연설을 아예 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지율이 0%대인 국민대통합당 장성민 후보가 후보자연설 10회를 신청해 눈길을 끌었다.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는 역시 ‘돈’이다. 방송연설에 드는 비용은 프라임 시간대의 경우 TV는 편당 4억3000만원, 라디오는 3600만원 정도가 든다. 방송연설을 44회 모두 진행하려면 약 100억원이 소요된다. 국비로 보전받을 수 있는 선거비용(올해는 509억9500만원)의 20% 수준이다. 선거비 전액을 보전받으려면 득표율 15%를 넘겨야 한다. 10~15%의 득표자는 절반만 보전받을 수 있다. 여론조사에서 3% 안팎을 기록하는 유 후보나 심 후보가 방송연설에 엄두를 못 내는 이유다.

방송연설은 방송국에서 중앙선관위에 방송연설 희망 시간대를 제출하면 각 후보가 희망 시간대를 고르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후보들이 희망하는 방송시간대가 겹치면 추첨을 통해 정한다. 하지만 방송연설이 가능한 채널은 선거법상 지상파 3사와 EBS, YTN, 연합뉴스TV 6개사 뿐이다. 종합편성채널은 선택할 수 없다. 이번 대선 후보들은 모두 지상파 3사만 방송연설 채널로 택했다.

방송연설에 많은 비용을 들이는 만큼 효과를 최대화하기 위한 전략도 있다. 복지공약이나 가족행복을 주제로 하는 연설인 경우, 가족들이 즐겨보는 평일 저녁이나 일요일 낮 시간에 편성하고 정치개혁 같은 무거운 주제의 경우 뉴스시간 앞뒤로 배치한다. TV연설의 경우, 보통 시청율이 4~5% 되는 것으로 집계돼 홍보효과는 적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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