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공장서 만든 기아차, 인도 대륙 달린다...11억달러 투자해 공장 건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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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자동차가 인도 시장을 본격 공략한다. 11억 달러(한화 약 1조 2450억)를 투자해 연간 30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현지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기아차는 인도 중남부 안드라프라데시 주 아난타푸르 지역에 차량 생산 공장을 짓기로 최종 확정하고, 27일 현지 지방정부와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본지 2016년 8월 11일자 B1면>

인도 공장은 미국ㆍ슬로바키아ㆍ중국ㆍ멕시코에 이은 다섯 번째 기아차 해외 생산 공장이다. 공장부지는 약 216만㎡이며, 올해 하반기 공사를 시작해 2019년 하반기에 완공할 예정이다. 공장이 가동되면 연간 30만 대의 완성차를 현지에서 생산할 수 있다. 국내 159만여대, 해외 226만여대 등 총 385만여대의 글로벌 생산능력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기아차는 인도 공장에서 현지 공략을 위한 전략형 소형 세단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을 주로 생산할 계획이다.

인도는 연 7% 이상의 가파른 성장률을 보이고 있고, 지난해 내수 337만 대를 기록한 세계 5위 자동차 시장이다. 인구는 13억에 달하지만 자동차 보급률은 1000명당 32대밖에 안돼 성장 잠재력도 높다. 그러나 수입 완성차에 대한 관세율이 60%에 달해 기아차는 그동안 인도에 진출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결국 기아차는 현지 공장 건설을 통한 공략을 택했다. 폴크스바겐·도요타·혼다·포드 등 경쟁 업체들이 현지 생산거점을 확보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을 더 지켜볼 수만은 없었다.
기아차 측은 “인도 시장은 2020년엔 내수 483만 대 규모로 성장해 중국과 미국에 이은 세계 3위 자동차 시장으로 부상할 전망이어서 투자를 더 늦추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기아차는 앞서 1996년부터 인도에 진출해 현지 내수 판매 2위를 달리고 있는 현대차와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기아차 생산 공장 부지는 현대차의 인도 첸나이공장에서 북서쪽으로 390km 떨어져 있다. 또한 기아차 공장까지 완성되면 현대차와 기아차를 합친 인도 내 연간 생산규모가 100만 대에 근접하게 된다.

또한 이번 공장 건설 결정에선 ‘계속 중국에만 매달릴 수 없다’는 기아차의 의지도 엿볼 수 있다. 사드 사태와 현지 기업들과의 과도한 경쟁 속에 판매 부진에 시달리는 기아차가 인도 시장을 새로운 돌파구로 보고 있는 것이다. 실제 기아차가 27일 발표한 1분기 경영실적을 보면 영업이익이 382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6% 줄었고, 사드 보복에 따른 여파로 중국 판매 대수가 전년 대비 35.6% 감소했다. 기아차는 “인도 공장을 통해 55% 수준이던 해외 생산 비중이 58% 이상으로 높아져 글로벌 환경 변화에 대한 능동적인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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