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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라시다vs증거다" 이재용 부회장과 특검의 날선 신경전

중앙일보

입력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에게 433억원대의 뇌물을 제공했다는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에게 433억원대의 뇌물을 제공했다는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지난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제7차 공판이 열렸다. 오전 10시에 시작해 오후 8시쯤 마무리된 이 날 재판에선 시종일관 특검 측과 이 부회장 변호인단 간의 팽팽한 신경전이 오갔다.

재판은 삼성전자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이하 영재센터) 지원 관련 뇌물혐의, 삼성생명에 대한 금융지주회사 전환 추진 등을 주요 쟁점으로 다뤘다.

특검 측과 변호인단은 각 쟁점에 대해 각자 입장을 밝히며 '삼성이 부정 청탁했다는 증거가 진실한가'에 대해 날 선 모습을 보였다.

이날 특검 측은 2016년 당시 삼성생명이 청와대 독대에서 한 부정 청탁을 빌미로 지주사 전환 계획을 고수했다고 주장했다. 또 삼성생명의 중간금융지주사전환은 이 부회장의 지배구조 개편을 염두에 둔 것이란 금융위 보고서 내용도 제시했다.

그러나 이 부회장의 변호인단은 삼성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청와대 측에 부정 청탁한 구체적 증거나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변호인단은 "청와대 독대 다음 날 금융위는 오히려 삼성생명에 승인 불가 방침을 통보했다"며 "삼성생명이 지주사 전환계획을 포기할 때까지 금융위 누구도 청와대로부터 압력을 받았다는 증거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검팀은 억측과 선입견으로 혐의를 주장한다"고 맞섰다.

이날 재판에선 윤석열 특검 수사팀장도 의견을 진술했다. 윤 팀장은 "감독 당국의 반대입장에도 불구하고 삼성 측은 지속해서 삼성생명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하려 했다"며 "당국 관계자가 청와대 측에 2번, 3번 진행경과를 보고한 것이 삼성과 청와대 사이의 관계를 의심할 만한 상황을 설명해 드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송 변호사는 "'청탁했으니 그렇지 않았겠느냐' 그런 논리가 어떻게 성립하는지를 묻는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 말미에는 더해진 특검 측 박주성 검사의 의견에도 양측은 날을 세웠다. 박 검사는 "중간금융지주회사 제도는 하나의 제도로서 관련된 발의법안도 계속 바뀌고 있고 기업은 이를 활용하면 그만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이 부회장 측 송우철 변호사는 "그 말에 동의한다"면서도 "여건이 되면 지주회사로 전환하겠지만 당시에는 수용 불가한 내용이었다"고 반박했다. 이어 "그럼에도 삼성 측이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 부정한 청탁을 했다는 주장의 근거가 무엇이냐"고 되물었다.

이 부회장 변호인단의 '증거 진실성'논란은 메르스 대응에 대한 삼성서울병원의 제재과정 쟁점에서도 이어졌다.

송 변호사는 "특검은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삼성물산 합병 대가로 국민연금 이사장에 임명됐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정말 당시에 이와 관련된 보도가 있었는가?"라고 물었다. 이는 이번 국정농단 재판과정에서 특검 측이 질문한 내용이 기사화된 것을 두고 말하는 것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특검 측은 "변호인단에서는 근거없는 추측이라고 말씀하시는데 이게 다 근거다. 금융감독원 보고서가 지라시(낱장 광고)인가, 특검 입장도 지라시인가? (변호인단의)상당히 부적절한 변론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반박했다.

재판이 마무리 될 때까지 끝나지 않는 양측의 공방전에 재판부도 조정에 나섰다. 김부장판사는 특검측을 향해 "언론보도가 제판과정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데 특검측은 보도에 대한 증거를 정리할 의사가 없는가"라며 "진실성이 문제가 된다면 언론 보도는 입증할 부분이 아닌듯하다"고 정리했다.

또 변호인단에 대해서는 "증거조사 언급이 되면서 상대방을 자극하는 면이 있다"며 "의도를 갖고 수사했다는 언급은 자제해달라"고 설명했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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