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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적이 없는 27세 주먹 vs 세월도 이긴 41세 주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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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흑인과 백인, 신예와 베테랑의 한 판 승부다. 가난한 이민자의 자식과 장군의 아들, 인파이터와 아웃복서의 대결이기도 하다. 달라도 너무 다른 앤서니 조슈아(왼쪽)와 블라디미르 클리츠코가 세계 헤비급 챔피언의 자리를 놓고 맞붙는다. 도박사들은 공백기를 가진 클리츠코보다는 젊은 챔피언 조슈아의 우세를 점친다. [중앙포토]

흑인과 백인, 신예와 베테랑의 한 판 승부다. 가난한 이민자의 자식과 장군의 아들, 인파이터와 아웃복서의 대결이기도 하다. 달라도 너무 다른 앤서니 조슈아(왼쪽)와 블라디미르 클리츠코가 세계 헤비급 챔피언의 자리를 놓고 맞붙는다. 도박사들은 공백기를 가진 클리츠코보다는 젊은 챔피언 조슈아의 우세를 점친다. [중앙포토]

‘전세계 최고의 복서는 누구일까.’

이번 주말 복싱 헤비급 ‘세기 대결’ #‘18전 전승’ 챔피언 조슈아 상대로 #10년 넘게 링 지배했던 클리츠코 #늦은 나이에 다시 벨트 도전장 #9만장 티켓 매진 ‘폭발적인 관심’

이런 질문에 대답하기는 어렵다. 프로복싱엔 17개나 되는 체급이 있고, 메이저 기구도 4개나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강의 주먹을 가진 선수를 가리는 건 어렵지 않다. 제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도 가장 무거운 헤비급(90.718㎏ 이상) 선수를 이기긴 쉽지 않기 때문이다. 4월 30일, 전세계 복싱 팬들은 현존 세계 최강의 복서가 누구인지 알 수 있다. 블라디미르 클리츠코(41·우크라이나)와 앤서니 조슈아(27·영국)가 3개 기구 헤비급 챔피언 벨트를 걸고 맞대결을 펼친다.

국제복싱기구(IBF) 챔피언 조슈아는 30일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랭킹 3위인 도전자 클리츠코와 맞붙는다. 이 대결의 승자는 현재 공석인 세계복싱협회(WBA) 수퍼 챔피언과 세계복싱기구(WBO) 챔피언에 오른다. 세계 4대 복싱 기구 중 세계복싱평의회(WBC)를 제외한 벨트를 모두 가져가면서 명실상부한 헤비급 최강자로 인정받는 셈이다. 8만 장이나 되는 티켓이 일찌감치 매진되는 바람에 주최측은 런던시에 요청해 1만 석을 증설하기도 했다.

도전자 클리츠코는 21세기 헤비급 최강자다. 구 소련 공군 장교 출신 아버지를 둔 그는 큰 키(1m98㎝)와 206㎝나 되는 윙스팬(양팔을 벌린 길이)이 돋보인다. 뛰어난 하드웨어를 앞세워 아마추어 시절부터 승승장구했다. 클리츠코는 1996 애틀랜타 올림픽 수퍼헤비급에서 금메달을 따낸 뒤 곧바로 프로에 데뷔했다. 2000년 WBO 챔피언에 오른 그는 2011년 데이비드 헤이(영국)와의 통합타이틀전에서 승리해 WBO·IBF·WBA 벨트를 허리에 감았다. 2015년 11월 타이슨 퓨리(영국)에게 지기 전까지 4382일간이나 챔피언 자리를 지키며 28차례나 방어에 성공했다. 헤비급 역대 최다, 최장 챔피언 기록을 갖고 있다. 통산전적은 64승(53KO)4패.

그는 형제 복서로도 유명하다. 형 비탈리 클리츠코(46) 역시 헤비급 챔피언을 지냈다. 비탈리(2m3㎝)는 통산 45승2패를 거두며 WBC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형제가 맞불길 원하지 않았던 어머니의 만류로 둘의 대결은 성사되지 않았다. 비탈리는 2012년 은퇴한 뒤 국회의원에 당선됐고, 2014년엔 수도 키예프 시장에 당선됐다.

클리츠코의 별명은 ‘닥터 스틸해머’다. 스포츠과학 박사 학위를 따냈을 정도로 영리하다. 젊었을 때는 화끈한 스타일이었던 그는 나이가 든 뒤 긴 리치를 활용해 잽과 원투 펀치를 주무기로 하는 아웃복서로 변신했다. 맷집은 강하지 않은 편이다. 4번의 패배 중 3차례는 KO로 졌다. 황현철 SBS 해설위원은 “야구로 치면 강속구 투수에서 기교파로 변신한 셈이다. 여우처럼 상대를 이기는 기술은 세계 최고”라고 평했다.

클리츠코가 산전수전을 모두 겪은 베테랑이라면 조슈아는 떠오르는 샛별이다. 나이지리아 이민자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18세에 복싱을 시작했다. 뛰어난 스피드와 유연성을 앞세워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다. 2013년 프로로 전향한 그는 이후 18경기에서 모두 KO승을 거두며 세계적인 스타가 됐다.

전적이 보여주듯 조슈아의 스타일은 화려함 그 자체다. 흑인 특유의 유연성에 헤비급에선 보기드문 스피드까지 갖췄다. 기술의 완성도는 떨어지지만 속도만큼은 전성기 시절 무하마드 알리를 연상시킨다. 황현철 위원은 “클리츠코는 장기전을 펼치고, 조슈아는 초반 탐색전 이후 적극적으로 달려드는 경기가 펼쳐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두 선수가 이번 경기에서 받는 대전료는 4200만 파운드(약 608억원)나 된다. 플로이드 메이웨더(미국)와 매니 파키아오(필리핀)가 펼쳤던 ‘꿈의 대결’에 걸렸던 2억5000만 달러(약 3000억원)에 이어 역대 파이트머니 2위 기록이다.

이번 경기에서 이긴 선수는 WBC 챔피언인 디온테이 와일더(32·미국)와 4대 기구 통합전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 황 위원은 “WBO는 1989년 탄생한 기구다. 그래서 아직까지 4개 기구를 모두 석권한 헤비급 선수는 없었다. 만약 4대 기구 통합타이틀전이 열릴 경우 이번 경기를 뛰어넘는 흥행이 이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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