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드는 미국인과 다른 정이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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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인스 워드(오른쪽)와 그의 고교 시절 풋볼 코치 마이크 파리스.

"워드는 경기가 막힐 때마다 나서서 이를 풀어내는 해결사였죠."

올해 미 수퍼보울에서 최우수선수(MVP)로 뽑힌 한국계 하인스 워드의 고교 시절 코치였던 마이크 파리스(42)의 평가다. 포레스트파크 고교 4년간 워드를 지도하며 동고동락했던 그를 9일 애틀랜타 인근에서 만났다. 운동선수로서의 워드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 중 하나다.

파리스는 그를 "어디서도 찾기 힘든 만능 스포츠맨"이라고 평했다. "타고난 운동감각으로 어느 포지션을 맡겨도 잘 해냈다"는 것이다. 그는 워드가 고등학교 땐 쿼터백을 맡았으나 대학(조지아) 입학 후엔 와이드 리시버 (공을 받는 선수)로 두각을 나타냈다고 말했다. "그에겐 여러 장점이 있지만 어떤 어려운 공도 잡아내는 '황금의 팔'이 가장 큰 축복"이라고 말했다. 단점으론 몸집이 작은 것을 꼽았다. "대학에 들어간 뒤 와이드 리시버로 변신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했다. 건장한 체격이 필요한 쿼터백을 고집하다간 대성하기 어렵다는 자신의 충고도 한몫했다고 한다.

파리스는 "워드에겐 미국인에게서 찾기 힘든 '정(情)'이 있다"고 말했다. 자신이 다른 학교로 옮겨갔는데도 워드가 틈틈이 찾아와 인사하는 것이 한 예라고 했다. 그뿐이 아니다. 그는 "지금 일하는 잭슨 고등학교의 풋볼팀 유니폼 비용을 워드가 다 댄다"고 밝혔다. 자신과의 인연 때문에 그렇게 한다며 고마워했다.

파리스는 "우리는 코치와 선수의 관계를 넘어 지금도 가족처럼 가깝게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워드가 노상 자신의 집을 드나들었고, 크리스마스 같은 휴일 땐 자고 가곤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어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던 워드는 나를 형이나 아버지처럼 대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실제로 워드는 고민이 있으면 제일 먼저 자신을 찾아오곤 했다고 한다. 그런 고민 중엔 "우리 집은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친구를 초대할 수 없다" "어머니가 방바닥에서 자는데 정말 못마땅하다"는 것이 들어 있었다고 한다.

워드의 결혼 생활에 대해선 "그가 고교 친구였던 시몬과 결혼한 것은 큰 행운"이라고 했다. "워드가 워낙 내성적이어서 지금 같으면 쉽게 애인을 만들지 못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누가 나타나도 재산을 보고 접근하는 것 아니냐며 몸을 사렸을 게 분명하다는 얘기다. "그의 아내는 오랜 친구였기에 편하게 대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워드의 어머니는 아들의 결혼에 시큰둥했다고 한다. "그의 어머니는 결혼에 반대하며 '이혼 때 재산분할 포기각서를 쓰지 않으면 안 된다'고 고집했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며느리가 결혼 후 돈만 챙기고 떠나버릴까 몹시 걱정했다고 한다. "결국 시몬은 그런 각서를 쓰고 결혼했다. 그러나 결혼 후 워드의 어머니는 더 없이 좋은 시어머니가 됐다"고 파리스는 말했다.

◆ 어머니는 영감 그 자체=워드는 8일 중앙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한 데 이어 9일 오후(현지시각) 일부 한국 특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어머니는 나의 모든 것이며, 나에게 있어 어머니는 영감(inspiration) 그 자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성장 과정에서 어머니로부터 많은 동기를 부여받았다. 어머니는 포기라는 단어를 몰랐다"고 강조했다.

애틀랜타=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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