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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우체국도 스마트폰으로 계좌 개설 뚝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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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서울에 사는 강모(42)씨는 최근 여윳돈 3000만원을 대구에 있는 한 저축은행 정기예금 상품에 넣었다. 2년 만기 시 금리가 연 2.6%로 웬만한 은행보다 1%포인트 가까이 높았다. 해당 저축은행 거래는 처음이지만 보통예금 계좌를 신규 개설하고 정기예금에 가입하는 데 20분이면 충분했다. 저축은행중앙회의 비대면 계좌 개설 애플리케이션 ‘SB톡톡’을 이용해서다. 영업점에 갈 필요 없이 스마트폰으로 전국 45개 저축은행과 거래할 수 있다.

활짝 열린 비대면 계좌 시대 #앱 통해 20분이면 계좌 개설 #금리 높은 곳 골라 거래 가능 #우체국은 예금한 돈 전액 보장 #신협·새마을금고도 곧 가세 #“은행보다 보안은 다소 취약”

지점 없이 비대면으로만 영업하는 인터넷 전문은행의 초반 돌풍이 무섭다. 케이뱅크는 개점 2주 만에 가입자 수 20만 명을 돌파했다. 그런데 조금만 눈을 돌리면 제2금융권에서도 편리함과 금리 경쟁력을 갖춘 비대면 계좌 개설 서비스가 속속 나오고 있다. 소비자는 손쉽게 안방에서 금리 쇼핑을 할 수 있다.

저축은행중앙회의 ‘SB톡톡’은 지난해 12월 말 출시 뒤 계좌 개설 건수 1만 건, 가입금액 1500억원을 돌파했다. 케이뱅크 수준의 돌풍까지는 아니지만 알뜰 재테크족 사이에 인기몰이 중이다. SB톡톡의 무기는 은행보다 높은 예·적금 금리다.

23일 ‘금융상품한눈에(finlife.fss.or.kr)’ 사이트에 따르면 중소형 저축은행은 정기예금 금리(1년 만기)가 최고 2.34%(세종저축은행)로 케이뱅크(코드K정기예금 최고 연 2%)보다 높다. 적금도 정액적립식의 경우 최고 연 2.9%(스마트저축은행)로 높은 편이다. 저축은행 예·적금은 스마트폰으로 가입만 하면 별다른 조건(자동이체 등) 없이 최고 금리를 받을 수 있다.

SB톡톡은 아직 반쪽만 서비스한다. 예·적금 가입과 체크카드 신청만 될 뿐 대출상품은 탑재되지 않았다. 조만간 서울보증보험과 연계한 중금리 대출상품인 사잇돌대출을 서비스할 예정이다. 이상훈 저축은행중앙회 팀장은 “목표는 모든 업무를 비대면으로 서비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료:한국은행·우정사업본부

자료:한국은행·우정사업본부

저축은행에 이어 우체국도 지난 17일 비대면 계좌 개설 서비스를 내놨다. 기존 ‘우체국스마트뱅킹’ 앱과 별도로 ‘비대면 실명확인’ 앱을 추가로 내려받으면 우체국 방문 없이 첫 거래자도 계좌를 만들 수 있다. 18일 기자가 직접 이를 통해 보통예금 계좌를 만들어봤다. ‘휴대전화 본인 인증→고객정보 입력→OTP(일회용 비밀번호 생성기) 등록→신분증 촬영→기존 계좌 정보 입력’ 등에 15분이 걸렸다. 절차는 SB톡톡과 거의 같고 케이뱅크와 비교하면 지문 대신 OTP를 등록한다는 점이 달랐다.

우체국은 은행 못지않은 안정성이 장점이다. 보통 금융회사가 파산하면 예금자 보호한도는 원리금 5000만원이지만 우체국은 국영 금융기관이기 때문에 정부가 전액 보장한다. 우체국 정기예금 금리는 1%대이지만 적금 중엔 비교적 고금리인 상품도 있다. ‘우체국스마트퍼즐적금’은 가입할 때 정한 ‘퍼즐 미션’을 이행하면 우대금리를 포함해 최고 2.6%(1년 만기) 금리를 챙길 수 있다. ‘듬뿍우대저축예금’은 조건 없이 하루만 맡겨도 일반 보통예금보다 높은 금리(5000만~1억원 연 0.6%, 1억원 이상 0.9%)를 주는 수시입출금식 예금이다.

자료:한국은행·우정사업본부

자료:한국은행·우정사업본부

상호금융권도 비대면 계좌 개설 서비스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협중앙회는 5월, 새마을금고중앙회는 8월에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이다. 앱을 이용해 전국의 911개 신협 조합과 1311개 새마을금고에서 방문 없이 거래를 틀 수 있게 된다. 장현원 새마을금고중앙회 과장은 “지방 금고가 많아서 고객이 고령화됐는데 비대면 서비스로 젊은 세대 고객을 확보할 것”이라며 “온·오프라인을 겸비했기 때문에 충분히 인터넷 전문은행에 비해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신협이나 새마을금고는 각 단위조합마다 예·적금과 대출금리가 다른 게 특징이다. 가입할 때 고객이 직접 알아보고 조합을 선택해야 한다. 단 상호금융권의 주요 혜택인 비과세 예탁금(3000만원 한도)은 비대면으로 들 수 없다.

2금융권까지 앞다퉈 비대면 계좌 개설 서비스를 내놓으면 소비자는 1, 2금융권을 망라해서 혜택이 큰 곳을 고를 수 있게 된다. ‘금리 쇼핑’이 쉬워지는 만큼 금융회사 간 가격 경쟁은 치열해질 전망이다. 최공필 금융연구원 미래금융연구센터장은 “비대면 서비스 확대로 금융 접근이 다수에게 편리해진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다만 고객정보 보안면에서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비대면 서비스 자체가 보안 우려가 있는 데다 규모가 작은 제2금융권은 상대적으로 보안에 더 취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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