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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 여수 사람이라드만…” 안철수 부인 '여수댁' 김미경과 1박2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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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안철수 후보 아내 ‘여수댁’ 김미경입니다. 호남에서도 국민이 이깁니다. 호남의 딸, 여수의 딸 제가 반드시 승리하겠습니다. 도와주십시오.”

24시간 1000km 이동 "호남의 딸 반드시 승리" #딸 설희가 사준 청록색 팔찌 끼고 선거운동

 지난 20일 오후 5시 45분.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배우자 김미경 서울대 교수가 전라남도 체육대회가 열린 전남 여수 진남체육관을 찾았다. 여수는 김 교수가 자란 곳이다. 검정 재킷과 베이지색 면바지에 운동화 차림의 김 교수는 경호원과 지역 당원들 사이에 가려 잘 보이지도 않는 작은 체구였지만 목소리에선 힘이 묻어났다. 선거운동원들이 ‘대통령! 안철수!’를 연호하는 동안 김 교수는 한 명이라도 놓칠까 봐 거의 뛰다시피 이곳저곳을 다니며 “기호 3번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를 외쳤다. 사람들은 “오메, 여수 사람이라드만 진짜 왔네”라거나 엄지와 검지를 맞대 ‘O’자를 그리며 “OK! 기호 3번!”을 외치며 신기하다는 듯 연신 휴대전화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21일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의 부인 김미경 교수가 광주 남구 노대동 빛고을건강타운에서 인터뷰를 마친 후 손을 흔들고 있다. 딸이 사준 청록색 팔찌가 보인다. 프리랜서 오종찬

21일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의 부인 김미경 교수가 광주 남구 노대동 빛고을건강타운에서 인터뷰를 마친 후 손을 흔들고 있다. 딸이 사준 청록색 팔찌가 보인다. 프리랜서 오종찬

 지난 17일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5일간 김 교수가 이동한 거리는 약 1000㎞. 이동하는데 걸린 시간만 24시간이다.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강행군 중이다. 20일부터 기자가 동행한 1박 2일 동안도 일정이 숨 쉴 틈 없이 이어졌다. 다음날인 21일 오전 8시 찾은 광양 5일장에선 좌판 상인 한 사람 한 사람과 눈높이를 맞춰 손을 맞잡아 인사한 뒤 1시간 30분을 달려 광주 빛고을노인건강타운에서 배식 봉사를 했다. 김 교수는 이 일정을 마친 후 잠시 인터뷰에 응했다.
-일정이 휘몰아치는 것 같다. 힘들지 않나.
"아직은 끄떡없다. 제가 건강은 타고난 것 같다. (웃음)"
-주 3회 정도씩 안 후보와 하프마라톤을 즐겼다는데.
"아무래도 요즘엔 마라톤을 못하다 보니 좀 힘이 부치긴 한다."

김미경 교수가 21일 광양5일장을 방문해 남편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추인영 기자

김미경 교수가 21일 광양5일장을 방문해 남편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추인영 기자

 일정이 빡빡하다 보니 이동하는 차 안에서 틈틈이 잠도 자고 노트북과 휴대전화로 각종 뉴스를 보거나 보고를 받는다. “요즘엔 차에 콘센트도 있더라고요. 정말 좋은 세상이죠.” 막간을 이용해 잠시 들여다본 차량 내부에는 뒷좌석에 재킷과 바지 몇 벌만 옷걸이에 걸려있었고, 간식이라곤 물과 껌이 전부였다.

21일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의 부인 김미경 교수가 광주 남구 노대동 빛고을건강타운에서 배식 봉사를 마친 후 다음 일정으로 이동하기 전 차 안에서 노트북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오종찬

21일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의 부인 김미경 교수가 광주 남구 노대동 빛고을건강타운에서 배식 봉사를 마친 후 다음 일정으로 이동하기 전 차 안에서 노트북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오종찬

 하지만 몸보다는 마음이 더 힘든 게 선거판이다.
-서울대 특혜 채용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치인이라면 법적 기준이 아니라 상당히 높은 도덕적 기준에 따라 검증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판단은 국민들께서 하실 거다."
딸 설희씨 이야기엔 전형적인 ‘엄마’의 모습이었다. 김 교수는 딸 설희씨가 사준 청록색 팔찌를 보여주며 “녹색과 비슷한 색이라 이걸 끼고 선거운동을 한다”며 애정을 드러냈지만, 딸과 관련된 소문에 대해선 단호했다.
-딸 설희씨가 휴학했다는 기사도 났다. 결혼설까지 들리던데.
“딸 이야기는 노 코멘트 하겠다.”
-설희씨가 직접 선거유세에 나설 계획은 없나.
“하지 않을 겁니다.”
 설희씨 재산 의혹이 제기됐을 때도 당 내부에선 늦게 공개하는 게 전략적으로 좋다고 판단했지만, 빨리 공개하자고 주장한 것도 김 교수였다고 한다. 딸이 상처받을 게 걱정됐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국민의당을 ‘넷째 아이’라고 말해왔다. 첫째는 딸 설희씨이고, 둘째는 안랩, 셋째는 동그라미재단. 넷째 아이가 어떤 의미냐는 질문에 “자식은 같이 낳고 키우는 거니까…. 남편이 직접 한 일이지만 저도 국민의당에 나름의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국민의당은 전 국민이 키우고 계신다”고 말했다. 정당을 자신의 소유로 인식하는 게 문제라는 일각의 비판을 의식한듯 “아이는 품에서 내보는 게 숙명”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지금은 선거운동 때문에 잠시 중단했지만 ‘의사 겸 법학자 김미경’으로서의 행보는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그는 지난 1월엔 한국결정능력연구원에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지적수준이 낮거나 치매 환자 같이 ‘결정능력’이 없는 사람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법학·철학·의학·심리학·사회학·교육학자 40여명이 출범시킨 연구단체다.
-선거운동에 특히 공들이는 부분이 있나.
"선거운동 기간에도 만나기 어려운 분들이 많이 있다. 아이를 혼자 키우는 싱글맘이나 교도소에서 출소하신 분들, 아동학대로 고생하는 분들이 많이 있다. 그런 분들에게 관심을 더 가지려고 한다. 남편이 직접 만나지 못하는 분들을 대신 찾아뵙고 그 목소리를 전하는 게 내 역할 아닌가."
-‘영부인’이 된다면.
“내가 의사를 하다가 법학을 공부해서 의학과 법학 사이에서 10년 넘게 일을 해왔다. 이런 전문지식을 활용해 국가와 사회에 기여를 하고 싶다. 이번에 출범한 한국결정능력연구원도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행복복지사회를 구현하자는 취지에서 1년 동안 준비해왔던 일이다."

21일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의 부인 김미경 교수가 광주 남구 노대동 빛고을건강타운에서 배식 봉사를 하고 있다. 프리랜서 오종찬

21일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의 부인 김미경 교수가 광주 남구 노대동 빛고을건강타운에서 배식 봉사를 하고 있다. 프리랜서 오종찬

 인터뷰를 마치기가 무섭게 김 교수는 다시 걸음을 재촉했다. 오후 2시가 넘었지만 이날 중 화순과 나주를 거쳐 목포까지 가야 한다. 김 교수는 다음 일정지로 이동하면서 포즈를 취해 달라는 사진기자의 요청에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며 “화이팅”을 외쳤다.

 여수·광양·광주=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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