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사랑하지 않고 있음을 너무나도 명확히 알 수 있는데, 계속 사귀거나 관계를 이어가는 이유는 뭘까. 최근 감정분석전문 스타트업 스캐터랩의 '연애의 과학' 팀이 소개한 실험 결과가 큰 공감을 얻고 있다.
만약 상대방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 같은데도 "헤어지자"고 하지 않고 무미건조한 관계를 이어가거나 나 역시 상대를 사랑하지 않는데도 헤어지자고 하지 못하는 심리가 궁금하다면 포르투갈 미뉴대학교(UMinho)의 사라 레고 교수가 진행한 연구 결과를 참고해보자.
레고 교수는 남녀 885명을 모집해, 두 그룹으로 나눈 뒤 다음과 같은 상황을 상상하게 했다. "당신이 결혼했다고 상상해봅시다. 지난 몇 개월간, 결혼 생활은 정말 최악이었어요. 두 사람 모두 알고 있습니다. 더 이상 서로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당신은 이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얼마나 더 노력해보겠습니까"
레고 교수는 한 그룹에게는 "결혼한 지 1년됐다"는 전제를, 다른 한 그룹에는 "결혼한 지 10년됐다"는 전제를 추가적으로 줬다.
그 결과 '결혼한 지 1년 됐다'는 전제를 준 그룹은 "10개월 정도 노력해보겠다"고 답했고, '결혼한 지 10년됐다'는 전제를 준 그룹은 "19개월 더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레고 교수는 같은 실험을 전제를 달리 해 한번 더 진행했다. 이번에는 두 사람 공동명의의 집이 있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로 나눴다. 결과는 "헤어지지 않겠다"고 답한 비율이 35%와 25%로 약 10% 차이가 발생했다.
시간과 돈. 레고 교수는 사랑이 끝난 커플이 헤어지지 않는 이유를 '매몰 비용'으로 설명했다. 이미 이 관계에 쓴 시간, 돈, 노력 등 돌이킬 수 업는 자원들(매몰 비용)이 크면 클수록 관계를 정리하지 못한채 행복하지 않은 관계를 포기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위 연구결과를 토대로 연애의 과학 팀은 관계를 이어가는 이유가 오직 '매몰비용' 때문일 뿐이고 두 사람의 관계에 더이상 희망이 없음을 확신할 수 있다면 때로는 과감히 헤어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온라인 중앙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