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대선 후보가 ‘돼지흥분제’ 성범죄라니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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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통령 후보가 대학 1학년 때 하숙집 친구의 성범죄 모의에 가담하고 도와줬다는 이른바 ‘돼지 흥분제’ 논란에 휩싸였다. 진위 여하에 따라 후보 자격까지 문제 삼을 수 있는 엄중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논란은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 홍 후보가 2005년 펴낸 자전적 에세이 『나 돌아가고 싶다』에 자기 고백 형태로 기록했기 때문이다. 책에 따르면 1972년 하숙집 친구가 짝사랑하는 여학생을 사귀려고 도움을 요청하자 홍 후보와 하숙집 동료들이 돼지흥분제를 구해줬다. 그 친구는 여학생에게 흥분제를 먹였으나 완강히 반항해 미수에 그쳤다고 한다. 문제는 홍 후보가 이를 대학 시절의 추억인 듯 서술해 놓았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그것이 얼마나 큰 잘못인지 검사가 된 후에 비로소 알았다”는 반성문구에서조차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당시 그는 새내기라지만 법학도였다. 국민은 그의 윤리관이 정상인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당연히 홍 후보는 명확히 해명하고 잘못이 있다면 사과해야 한다.

하지만 논란이 불거진 뒤의 대처방식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홍 후보는 어제 “당시 하숙생들이 하는 얘기를 옆에서 들은 것인데 책을 기술하기 위해 (내가) 간접적으로 관여한 것처럼 쓰고 마지막에 후회하는 장면을 넣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는 현직 국회의원이 사실을 왜곡·조작했다는 자백이나 다름없다. “45년 전, 혈기왕성할 때 일이고 지금과 사회분위기가 달랐으니 양해해 달라”는 선대위 대변인의 호소도 국민 정서와는 거리가 멀다.

홍 후보는 최근 “설거지는 남자가 아니라 여자가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가 성 차별적 인식을 드러냈다는 지탄을 받았다. 2차 TV 대선 토론회에서 “내가 ‘스트롱맨’이라 불리다 보니 세게 보이려 (그런 말을) 한 것이다. 집에 들어가면 설거지 다 한다”고 말을 바꿨다. 대선후보들의 거짓말도 문제지만 손바닥을 뒤집듯 하는 말바꾸기도 문제다. ‘모래시계 검사’로 알려진 홍 후보가 여성 폄하발언, 성범죄 가담 논란 등에 빠져 허우적대는 모습을 보는 것 자체가 유권자로서 매우 불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