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 넘나드는 운전자 자동차문화 누릴 자격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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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 일요일 구마고속도로에서 일어난 대형교통참사는 규모가 컸다뿐이지 요즘 한창 빈발하는 사고의 전형이다. 앞서가는 차량은 무조건 추월하고 서로가 뒤지지 않으려고 막무가내로 달리는 데서 일어나는 사고다. 같은날 경기도 광주에서 일어난 시외버스와 봉고차 정면 충돌사고나 경북칠곡의 고속버스와 승용차간의 충돌사건도 모두 이 유형이었다.
단 몇분이라도 앞서가려고 교통법규고 생명이고 염두에 두지 않았던 몰지각한 운전자 때문에 세곳에서만도 자그마치 14명이 숨지고 56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들 운전자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중앙선을 침범한 사실이다. 중앙선은 운전자에게는 생명선이다. 이 선을 넘는다는 것은 바로 자살이자 타살행위를 의미한다.
이런 운전자는 문명의 이기인 자동차를 지닐 자격조차 없다. 교통수칙을 안지켜 자신이 죽는것도 안타까운데 무고한 수많은 남의 생명까지 빼앗고 불행을 안겨다 주는 무모한 운전자들이 요즘들어 눈에 띄게 많아지고 있다.
신호가 채 떨어지기도 전에 클랙슨을 마구 누르고 앞차를 향해 불을 번쩍이는 운전자, 끼어들기와 곡예운전을 마치 알량한 운전솜씨 자랑하듯 휘젓고 다니고 추월과 과속을 일삼는 운전자들에겐 응징이 있어야 한다. 이들은 자동차문화를 누릴 자격도 없는 사람들이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의 교통사고 다발 지역으로 교통사고 왕국이라는 치욕적인 별명이 붙어있음은 익히 아는 사실이다. 1년에 사망하는 교통사고 희생자만도 무려 8천명에 육박하고 20만명 가까운 부상자가 발생, 심한 경우 평생을 불구로 보낸다.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수만 따지더라도 익사나 해난, 폭발등 각종 안전사고 사망자의 4배가 넘고 콜레라·장티푸스등 각종 전염병사망자의 20배 가까이 되고있다.
교통사고로 인한 직접적인 재산피해 말고도 사회간접비용이 1조원에 가깝다. 엄청난 국민의 희생이고 국가적 손실이다.
웬만한 전쟁보다 인명 손실이 많고 재산피해가 크다면 이건 보통일이 아니다. 이처럼 중대하고 시급한 당면과제도 없을성 싶은데 당국은 체계적인 교통안전 정책 하나 제대로 수립하지 않고있다.
사고의 원인분석을 보면 운전자 법규위반이 93%로 으뜸을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는 도로의 미비나 구조적 결함, 교통안전시설의 불비와 차량정비불량, 피해자 과실등이다. 그렇다면 해답은 간단하다.
TV등 매체를 통해 교통안전교육을 지속적으로 편다든가, 현행 운전면허증 제도를 개선하거나 경찰의 교통단속을 보다 효율화하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 미국 TV에서 흔히 보듯이 교통사고의 비참한 장면을 계속 되풀이 방영하고 양보와 준법과 질서의식을 높이는 교육 프로그램을 꾸준히 전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도로나 교통안전 시설등은 과감한 교통안전투자로 연차적으로 해결하는등 교통사고를 줄이는데 최선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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