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이후로 분양 미루자”… 아파트 5월 분양 쪼그라든 까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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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 17일 오후 경기도 성남 중앙시장 앞 사거리에 후보 현수막이 붙어 있다. 강정현 기자

대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 17일 오후 경기도 성남 중앙시장 앞 사거리에 후보 현수막이 붙어 있다. 강정현 기자

한 대형 건설업체 분양팀장 김모(48)씨는 고민에 빠졌다. 코앞으로 다가온 대선 때문이다. 이 회사는 당초 5월 초 대규모 아파트 단지 분양 일정을 잡았었다. 하지만 대통령 탄핵 이후 급속히 대선 정국으로 접어들면서 분양을 대선 이후인 5월 중순으로 미루기로 했다. 청약자의 관심이 온통 대선에 쏠려 분양 실적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분양 일정을 잡을 때 대선 같은 정치 이벤트는 중요한 변수다. 분양 성수기에 일정을 미뤄 속이 타지만 어쩔 수 없다”고 털어놨다.

5월 전통 ‘분양 성수기’지만 대선 겹쳐 분양 줄어 #대선 때 ①분양 관심 줄고 ②홍보 효과↓ ③‘황금연휴’ #“대선 이후 적체한 분양 물량 쏟아질 것”

대선이 낀 올해엔 5월 아파트 분양 물량이 확 줄었다. 자료: 닥터아파트

대선이 낀 올해엔 5월 아파트 분양 물량이 확 줄었다. 자료: 닥터아파트

5월은 아파트 분양 시장 전통적 ‘봄 성수기’다. 하지만 올해만큼은 분양 물량이 적을 것으로 보인다. 20일 부동산 시장조사업체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5월 전국에서 아파트 2만6199가구를 분양할 예정이다. 지난해 5월(4만1592가구)보다 37% 줄었다. 2013년 5월(1만4527가구) 이후 가장 적은 5월 분양 물량이다. 과거엔 대선을 치르는 12월마다 분양 물량이 줄었지만, 올해는 조기 대선을 치르는 5월 물량이 확 줄었다.

반면 4월엔 2만9361가구(잠정)를 분양해 전년 동기 대비 11% 늘어날 전망이다. 2015년을 제외하면 2000년대 들어 최대 수준이다. 김수연 닥터아파트 리서치팀장은 “건설사가 5월 대선을 앞두고 4월 ‘밀어내기’ 분양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건설업체가 5월 분양 물량 조절에 나선 건 대선이 부동산을 비롯한 각종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기 때문이다. 초반 흥행이 중요한 분양 시장에서 대선ㆍ총선 같은 이슈가 겹치면 ‘쥐약’이다. 특히 입소문이 중요한 지방에선 분양 실적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분양을 강행한다고 해도 홍보 효과를 내기가 쉽지 않다. 대표적 분양 홍보 수단인 길거리 현수막ㆍ전단 광고가 잘 안 먹히기 때문이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거리 광고판은 물론 주요 길목마다 온통 대선 후보 현수막으로 뒤덮여 분양을 홍보하기가 쉽지 않다. 현실적으로 길거리 홍보 인력이나 홍보트럭을 구하기도 어렵고, 구하더라도 선거 구호에 묻힌다”고 말했다.

5월 1일(월)부터 9일(화)까지 이어지는 징검다리 연휴도 변수다. 건설업체는 보통 아파트를 분양할 때 견본주택을 개장한 뒤 1~2주 내에 청약 일정을 잡는다. 그런데 5월 초엔 징검다리 연휴 때문에 일정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청약 열기가 분산되지 않도록 하려면 아예 4월 중 분양ㆍ청약 일정을 마치거나, 대선 이후로 미루는 게 낫다는 얘기다.

5월 확 줄었던 분양 물량은 6월부터 점차 회복될 전망이다. 김수연 팀장은 “지난해 ‘11ㆍ3 부동산 대책’이 나온 뒤 주택경기 침체, 대출 규제 강화 영향으로 건설업체가 연초 분양을 미뤄왔다. 대선 이후부터 올 하반기까지 적체한 분양 물량이 쏟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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