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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돈은 포인트로 적립, 동전 없는 사회 첫 걸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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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차현진 한국은행 금융결제국장이 19일 서울 소공동 세븐일레븐에서 현금으로 음료를 산 뒤 잔돈 대신 포인트 적립을 받고 있다. 차 국장은 “호응도를 살펴 카드 및 매장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뉴시스]

차현진 한국은행 금융결제국장이 19일 서울 소공동 세븐일레븐에서 현금으로 음료를 산 뒤 잔돈 대신 포인트 적립을 받고 있다. 차 국장은 “호응도를 살펴 카드 및 매장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뉴시스]

“1300원입니다. 잔돈은 적립해 드릴까요?”

마트·편의점 2만3000곳 시범운영 #카드·앱 포인트는 현금처럼 활용 #매장별 적용 방식 달라 아직 불편

20일부터 주요 편의점과 마트에서 거스름돈을 동전 대신 포인트로 적립할 수 있다. 한국은행이 유통업체 5곳과 함께 전국 2만3000여개 매장에서 ‘동전 없는 사회’ 시범 운영을 시작한다. 전국에 있는 주요 편의점 체인 3곳(CU, 세븐일레븐, 위드미)과 대형 유통 체인 2곳(이마트, 롯데백화점·롯데마트·롯데슈퍼)에서 동전 없는 현금 거래를 할 수 있다. 현금을 낼 때 교통카드(T머니, 캐시비)나 멤버십 카드(신한FAN, 하나머니, 네이버페이, L.Point, SSG머니)를 내면 해당 카드에 잔돈을 쌓아 준다.

19일 서울 소공동 한국은행 근처 편의점에서 시연에 참여해 봤다. 1300원짜리 콜라를 사고 현금 2000원을 내니 계산원이 잔돈 700원을 적립하겠냐고 묻는다. 기존처럼 동전으로 받을지, 포인트로 적립할지를 구매자가 선택하면 된다. 적립할 수 있는 스마트폰 앱 바코드를 제시했다. 계산대 화면과 영수증에 거스름돈 수령 확인이 뜬다. 동전 없는 현금 구매가 쉽게 끝났다. 일부 매장에서는 스마트폰 앱이 아닌 실물 카드로도 적립이 된다. 다만 총 7종류의 교통·포인트 카드가 매장별로 다르게 적용되는 건 한계다. 해당 편의점·마트에서 쓸 수 있는 적립카드를 사전에 확인해보고 이용해야 한다.

적립한 잔돈은 각 유통업체 포인트와 똑같이 쓸 수 있다. 신한FAN머니와 하나머니, 네이버페이의 경우 모바일로 계좌입금이 되고 L.Point, SSG머니는 콜센터에 신청해 계좌로 송금한다. 한국은행은 시범 운영이 잘 되면 적립한 동전이 포인트를 거치지 않고 계좌로 직접 입금되는 시스템을 마련할 계획이다. 차현진 한국은행 금융결제국장은 “현재로선 동전이 완전히 없어지는 게 아니라 잔돈 적립 서비스를 시작하는 단계”라며 “계좌 입금방식이 적용돼야 제대로 된 ‘동전 없는 사회’가 구현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2020년까지 대상 사업장을 약국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거스름돈 포인트 거래를 장려하는 이유는 동전 유통 관리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동전 제조에 연 600억원 가량이 들었다. 반면 신용카드나 각종 페이 등 전자지급결제 수단의 발달로 현금 사용은 빠르게 줄고 있다. 지난해 현금 결제율은 26%로 신용카드(50.6%)의 절반 수준이었다.

다만 동전 없는 사회가 본격 진행되면 노점상이나 재래시장 등 전자금융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사업장의 소외 현상이 심화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잔돈 거래내역까지 전부 노출돼 사생활 침해가 가중될 것이란 지적도 있다. 차 국장은 “장기적으로는 골목상권에도 현금 아닌 전자지급수단을 적용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라면서 “무기명 적립카드는 소유주를 알 수 없어 거래내역 노출에서 자유롭다”고 설명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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