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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쉐린 스타 식당을 갔다, 나 혼자 3000원 들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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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소야 소스 치킨&누들. 2017년판 싱가포르 미쉐린 가이드에서 별점을 받은 싱가포르의 노점 식당이다.

홍콩 소야 소스 치킨&누들. 2017년판 싱가포르 미쉐린 가이드에서 별점을 받은 싱가포르의 노점 식당이다.

미쉐린(미슐랭) 레스토랑이라고 하면 ‘값 비싼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이미지가 단박에 떠오른다. 풀 먹인 흰 테이블보를 깐 식탁 위에 차례차례 코스요리가 올라오고 우아하게 칼질을 하며 어려운 이름이 달린 와인을 주문해야 할 것만 같다. 하지만 싱가포르에는 주머니 가벼운 여행자가 혼자 부담 없이 방문할 수 있는 미쉐린 레스토랑이 많다. 혼밥(혼자 먹는 밥)하기 좋은 미쉐린 레스토랑이다. 왁자한 서민 식당이지만 ‘맛’과 ‘가성비’를 앞세워 미식의 성서 미쉐린 가이드로부터 당당히 별점을 쟁취한 식당들이다 .

식재료 선별과 조리 과정을 책임지는 찬한멩 사장.

식재료 선별과 조리 과정을 책임지는 찬한멩 사장.

그중 ‘홍콩 소야 소스 치킨 라이스 &누들’은 2016년 싱가포르 미쉐린 가이드에 처음 이름을 올린 미쉐린 1스타 맛집이다. 차이나타운 콤플렉스 2층에 있는 6㎡(두 평) 남짓한 노점 식당은 미쉐린 별을 받은 최초의 노점 식당으로 전세계적인 화제를 모았다. 홍콩 소야 소스 치킨 앤드 누들을 이끌고 있는 찬한멩 사장은 싱가포르 미쉐린 발표 현장에 참석해 쟁쟁한 스타 셰프와 함께 미쉐린 레스토랑 인증서를 받기도 했다.

홍콩 소야 소스 치킨&누들 대표 메뉴 치킨 누들. 

홍콩 소야 소스 치킨&누들 대표 메뉴 치킨 누들.

이 집 대표메뉴는 간장 소스에 조린 닭고기와 면 혹은 밥을 올린 메뉴로 음식 값은 한 그릇에 우리 돈 3000~4000원 정도다. 짭조름한 닭고기와 탱글탱글한 면발, 그리고 포슬포슬한 밥의 어우러짐이 물리지 않고 계속 먹힐 만하다. 세상에서 가장 저렴한 미쉐린 레스토랑으로 회자되면서 노점은 연일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최근 찬 사장은 외부 투자를 받아 본점에서 걸어서 3분 거리에 분점 ‘호커 찬’을 차렸다. 좌석 40여 개가 놓인 분점은 여전히 관광객으로 문전성시를 이루지만 테이블 회전이 빨라 넉넉잡아 10여 분만 기다리면 음식을 받을 수 있다. 혼자 찾아오는 여행객이 많아 눈치 볼 것 없이 혼밥을 즐겨도 된다. 카드 결제도 가능하고, 영어 메뉴가 있어 주문도 어렵지 않다.

긴 줄이 늘어선 힐 스트리트 타이 화 포크 누들. 식사 시간을 피해 오후 3시쯤 찾아갔는데도 30분 이상 대기해야 했다. 

긴 줄이 늘어선 힐 스트리트 타이 화 포크 누들. 식사 시간을 피해 오후 3시쯤 찾아갔는데도 30분 이상 대기해야 했다.

‘힐 스트리트 타이 화 포크 누들’ 역시 홍콩 소야 소스 치킨 라이스 &누들과 함께 2016년 싱가포르 미쉐린 레스토랑으로 선정된 노점 식당이다. MTR(지하철) 라벤더 역에서 10분 거리의 주택가 한 편에 자리 잡고 있는 타이화 포크 누들은 사방이 뻥 뚫린 호커센터(싱가포르식 푸드코트)에 자리 잡은 자그마한 식당으로 돼지국수를 대표 메뉴로 다룬다. 우리식 비빔국수마냥 차지게 익힌 국수에 돼지고기, 돼지 간, 생선 튀김, 어묵 등을 차례로 올리고 이 집만의 특제 소스를 뿌려준다. 매큼한 돼지 비빔국수 맛이 중독성있다. 돼지국수 가격은 보통 사이즈로 주문하면 단돈 6싱가포르달러. 우리 돈으로 5000원에 못 미치는 가격이다.

자작한 국물을 끼얹어 먹는 힐 스트리트 타이 화 포크 누들. 우리 입맛에도 잘 맞다.

자작한 국물을 끼얹어 먹는 힐 스트리트 타이 화 포크 누들. 우리 입맛에도 잘 맞다.

다만 힐 스트리트 타이 화 포크 누들은 미쉐린이 주목하기 로컬에게 인기 높은 맛집이라 음식을 주문하기까지 30분에서 1시간 정도 기다릴 각오를 해야 한다. 주문과 동시에 면을 삶고 고명을 한 그릇 한 그릇 정성스럽게 올리는 까닭이다. 번호표를 발급하는 시스템이 아니어서, 대기 줄에 내내 서 있어야 하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줄 서기 전에 힐 스트리트 타이 화 포크 누들 바로 옆집에 있는 음료 코너에서 밀크티나 레몬티 등 시원한 음료를 한 잔 사 들고 기다리는 것도 방법이다. 음식을 받고 나서 널찍한 야외 테이블에 앉아 여유롭게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저렴한 맛집 팀호완의 딤섬. 혼밥 즐기기 제격이다.

저렴한 맛집 팀호완의 딤섬. 혼밥 즐기기 제격이다.

홍콩 소야 소스 치킨 라이스 &누들 전에 세상에서 가장 저렴한 미쉐린 레스토랑의 타이틀을 거머쥐고 있던 식당이 있다. 2010년 홍콩 미쉐린 가이드에 1스타 레스토랑으로 이름을 올린 ‘팀호완’이다. 최고급 호텔 포시즌스 출신의 셰프가 ‘평범한 사람들도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음식을 만든다’는 철학으로 운영하는 식당은 딤섬 한 그릇에 5000원 안팎의 가격을 책정했다. 저렴하지만 고급 레스토랑 뺨치는 맛으로 승부를 건 덕분에 홍콩 로컬뿐만 아니라 홍콩을 찾는 전 세계 식도락가를 매료시킨 레스토랑으로 등극했다.
팀호완은 홍콩에서 성공을 거두자 대만·베트남 등 아시아에 분점을 내기 시작했는데, 싱가포르에도 현재 8곳의 분점이 있다. 작고 단출한 식당이지만 언제나 인파로 붐비는 식당이라는 점은 팀호완 본점과 분점이 차이가 나지 않는다. 특히 MTR 시청 역과 MRT 에스플라나드 역을 연결하는 지하상가 TCC(시티 링크 몰)에 있는 팀호완은 여행객과 직장인의 ‘혼밥’ 장소로 명성이 높다. 식탁 10여 개가 모두 2인용 식탁이라 혼자 테이블 하나를 차지해도 부담스럽지 않다.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포크번(5.3싱가포르달러). 달콤한 소보루 빵 안에 돼지고기 소가 듬뿍 들어있다. 우리나라 사람 입맛에 잘 맛는 히까우(새우 딤섬, 4.8싱가포르달러), 쇼마이(돼지고기 딤섬, 4.8싱가포르달러)도 인기 메뉴다. 딤섬 세 그릇이면 두둑이 배를 채울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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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양보라 기자 bora@joongang.co.kr

사진=양보라 기자, 싱가포르관광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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