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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핫이슈] kt 피어밴드 '너클볼'의 모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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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프로야구 시범경기 KT Wiz-LG 트윈스 전이 22일 잠실야구장에서 진행됐다. KT 피어밴드가 역투하고 있다.잠실=양광삼 기자yang.gwangsam@joins.com/2017.03.22/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프로야구 시범경기 KT Wiz-LG 트윈스 전이 22일 잠실야구장에서 진행됐다. KT 피어밴드가 역투하고 있다.잠실=양광삼 기자yang.gwangsam@joins.com/2017.03.22/

kt 에이스 라이언 피어밴드(32·미국)는 올 시즌 프로야구의 가장 뜨거운 투수다. 2015년에 한국 무대에 데뷔한 피어밴드는 지난 시즌과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됐다. 지난해 그의 성적은 7승13패 평균자책점 4.45. 올해는 3경기에 나와 3승, 평균자책점은 0.36이다. 

피어밴드, 3경기 단 1실점 3승 평균자책점 0.36 #평균 시속 120km 고속 너클볼로 타자 압도

피어밴드는 시즌 첫 선발 등판이었던 지난 2일 SK와 경기에서 2회 SK 선두타자 정의윤에게 솔로 홈런으로 1점을 내준 것이 올 시즌 유일한 실점이다. 지난 9일 삼성전에서는 9이닝 동안 삼진 11개를 잡아내며 4피안타 무실점 완봉승을 거뒀다. 그리고 15일 LG전에서도 9이닝 동안 7피안타 무사사구 5탈삼진 무실점하며 팀의 1-0 영봉승을 이끌었다.

피어밴드가 확 바뀐 이유는 '너클볼(knuckleball)'에 있다. 피어밴드는 올해 3경기에서 결정구로 너클볼을 활용했다. 스탯티즈에 따르면 피어밴드의 너클볼 구사 비율이 2015년에는 0%, 지난해에는 0.3% 그쳤다. 하지만 올해는 21.9%나 사용하고 있다. 원래 직구와 체인지업을 주로 던졌지만 너클볼 구종을 추가하면서 투구 패턴이 다양해졌다.  

프로야구 kt 피어밴드

프로야구 kt 피어밴드

◇마구 '너클볼', 대체 무엇인가?

잭 햄플이 지은 『야구교과서』25페이지에는 너클볼이 이렇게 서술돼 있다.

"겨우 시속 80~110 사이를 넘나드는 피치로, 어떻게 보아도 가장 희한하며, 던지고 치고 잡기 힘든 공이다. 너클볼은 손가락 관절과 아무 상관이 없다. 투수는 손톱들로 공 표면을 누르고, 공을 놓을 때면 공에 스핀을 전혀 먹이지 않기 위해 손가락 끝으로 공을 밀어낸다. 이렇게 하면 실밥이 공기저항을 받게 되어, 한가운데 자갈이 끼어 들어간 위플볼 공처럼 예기치 못한 방식으로 서성이며 날아가게 된다. 

너클볼 [사진 야구교과서]

너클볼 [사진 야구교과서]

너클볼 투수 중에 이 투구를 주무기로 선수생활을 시작하는 경우는 절대로 없다. 모든 투구 방법에 실패했을 때 이 변칙구를 마지막 수단으로 개발해서 너클볼 투수가 되는 것이다. 이 투구는 너무나 까다로워서 90% 이상을 이 공만 가지고 승부해도 타자에게 먹힌다. 타자는 무슨 공이 오는지 알고 있어도 쳐낼 수가 없다. 심지어는 포수도 무슨 공이 오는지 뻔히 알고 거대한 미트도 끼고 있건만, 공을 잡는 데 애를 먹는다. 

그리고 이 공은 던지기가 너무나 어려운 나머지, 한 시대에 메이저리그에서 이 공을 던질 수 있는 투수는 두엇 정도나 나올 뿐이다." 

◇피어밴드 스타일의 너클볼

프로야구 kt 피어밴드

프로야구 kt 피어밴드

피어밴드가 던지는 너클볼은 『야구교과서』에서 소개된 너클볼과는 조금 다르다. 우선 피어밴드의 너클볼 속도는 평균 시속 121.1㎞로 기존의 너클볼보다 빠른 편이다. 피어밴드의 올시즌 너클볼 피안타율은 0.174(23타수 4안타). 또 너클볼은 포수가 받기 힘들 정도로 흔들리며 온다고 하는데, 피어밴드의 너클볼은 그렇게 심하게 흔들리지 않는다고 한다. 너클볼로 내 준 4사구는 단 한 개 뿐이다. .

양상문 LG 감독은 "너클볼은 눈앞에서 흔들림이 순간적으로 일어나면서 타자들의 타격 타이밍을 빼앗는다. 피어밴드의 너클볼은 흔들림이 심하지 않다. 눈에 익으면 타자들이 공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정명원 kt 투수코치는 "피어밴드 너클볼이 메이저리그급의 공은 아니다. 타자들이 눈에 익으면 칠 수는 있을 것이다. 눈에 보이면 맞추기는 할 수 있다. 하지만 피어밴드의 너클볼은 빠르기 때문에 맞혀도 좋은 타구가 나오기는 힘들 것"이라고 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R.A 디키(43·애틀랜타 브레이브스)가 너클볼을 잘 구사하는 투수다. 디키는 원래 시속 150㎞ 빠른 볼을 던졌던 정통파 투수였다. 지난 2005년 오른쪽 어깨에 통증을 느끼면서 구속이 떨어져 빅리그에 살아남기 위해 너클볼 전문 투수가 되기로 한다. 그리고 2010년 뉴욕 메츠로 이적하면서 너클볼을 본격적으로 던지기 시작했고 위협적인 투수로 떠올랐다. 그해 11승을 올렸고, 이듬해엔 너클볼 투수로는 최초로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했다. 디키의 너클볼 구속은 최고 80마일(약 128㎞), 피어밴드보다 더 빠른 '고속 너클볼'을 던진다.

피어밴드는 구속 조절이 가능하다. 그는 "너클볼 속도를 조정할 수 있다. 빠르게 던지면 공을 뚝 떨어지게 할 수 있는데, 느리게 던지면 공이 많이 흔들린다"고 했다.

◇너클볼 받는 포수를 찾아라

2015년에 넥센 유니폼을 입고 한국 무대에 온 피어밴드는 왜 그동안 너클볼을 많이 쓰지 않았을까. 피어밴드는 "어렸을 때 야구하던 아버지를 보다가 너클볼 그립을 배워 따라 던졌는데 생각보다 잘 들어갔다. 종종 캐치볼을 할 때 너클볼을 던졌다"며 "그런데 KBO리그에서는 너클볼을 잡을 포수가 없었다. 너클볼을 던지려면 포수와 궁합이 잘 맞아야 한다. 지난해엔 시즌 도중 kt에 합류해 포수들과 이야기할 기회가 없었다"고 했다.

프로야구 kt 피어밴드

프로야구 kt 피어밴드

피어밴드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스프링캠프에서 포수 장성우, 이해창과 너클볼 연마에 힘썼다. 장성우는 너클볼을 잘 구사했던 전 kt 외국인 투수 크리스 옥스프링 공도 받은 적이 있다. 장성우는 "옥스프링 공이 피어밴드 공보다 훨씬 흔들림이 심했다. 그래서 어디로 튈 지 몰랐다. 피어밴드의 너클볼은 상대적으로 안정감이 있다. 스트라이크존 근처로 제구가 되는 편"이라고 했다. 피어밴드는 "포수들이 너클볼을 잘 잡을 수 있다는 능력을 보여주면서 나도 자신있게 던지고 있다"고 전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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