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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북한이 레드라인 넘으면 중국은 대북 송유관 잠가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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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북한이 군사적 도발을 자제하라는 국제사회의 경고를 비웃듯 어제 미사일을 또 쐈다. 그것도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의 한국 도착 9시간 전에 이뤄졌다. 올해 들어 다섯 번째, 이달에만 두 번째다. 발사 직후 폭발해 실패로 끝났지만 미국의 무력시위와 중국의 만류에도 실험을 감행한 것은 북한이 또 ‘벼랑 끝 전술(brinkmanship)’에 나섰음을 의미한다.  


  북한의 6차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번지면서 미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유례없이 강력한 무력시위에 나섰다. 항공모함 칼빈슨함까지 한반도에 배치하며 추가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시험이 이뤄질 경우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사일 발사로 ‘벼랑 끝 전술’의 북한 #미국의 ‘최고 압박과 개입’ 협력해야

  여기에 중국도 북한의 경거망동을 막기 위한 압박에 가세했다. 북한산 석탄 반송조치에 이어 15일에는 중국 항공사의 평양 노선을 끊었다. 지난 6~7일 열렸던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간의 정상회담 때 논의됐던 대북제재조치가 가시화된 셈이다. 북한도 이런 미·중 양국의 강경자세를 의식한 탓인지 핵실험과 ICBM 발사시험까지 감행하지는 않았다. 자칫하면 미국의 선제공격까지 각오해야 할 레드라인을 넘는 행위인 줄은 알았던 까닭이다.

  그런데도 이번 도발을 단순한 눈길 끌기용으로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 미사일과 같은 첨단 무기가 군사적으로 의미 있는 전략적 자산이 되려면 수차례에 걸친 안정화 작업이 필요하다. 아직 정확한 실체가 파악되진 않았지만 이번에 폭발한 게 사정거리 3000㎞ 이상인 무수단(KN-07)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개량한 북극성-2형(KN-15)이라면 북한이 이들 무기의 개량에 총력을 쏟고 있음을 의미한다.

  105주년 태양절(김일성 생일)이었던 지난 15일 열병식 때 신형 ICBM처럼 보이는 초대형 미사일이 등장한 것도 예사롭지 않은 대목이다. 이를 두고 “완성되지 않은 모조품”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지만 그저 넘길 일은 아니다. 과거 북한이 가짜를 선보인 뒤 얼마 뒤 진짜 미사일 실험에 성공한 사례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엔 핵실험이나 ICBM 발사가 없었더라도 북한의 위협은 나날이 커지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간 갈피를 못잡던 트럼프 행정부가 ‘최고의 압박과 개입’ 전략으로 대북 정책기조를 결정했다고 한다. 미국이 ‘4월 전쟁설’까지 낳았던 선제타격론 대신 최대 압박전략으로 방향을 튼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우리로선 미국의 새 전략이 효력을 발휘하도록 북한을 강력히 압박해야 함은 말할 나위가 없다.

  중국 역시 동북아시아 평화를 위해 대북제재를 물샐 틈 없이 이행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북한을 현실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방안은 중국이 대북 송유관을 걸어 잠그는 일이다. 중국 언론들도 “북한이 핵실험을 할 경우 송유관을 걸어 잠글 수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전 세계가 북한으로 가는 송유관 밸브를 잡고 고민하는 중국의 움직임을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