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대선주자들의 섣부른 대입 수술 공약 문제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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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대입 변경 고질병’이 도지고 있다. 대선주자들이 경쟁적으로 수능을 포함한 입시 개편안을 내놓고 있어서다. 역대 대선 때도 교육 공약이 많았지만 이번처럼 세세하게 대입까지 건드린 적은 없었다. 조기 대선 일정에 쫓긴 후보들이 표를 얻기 위해 설익은 정책을 마구 내던지는 분위기다. 검증도 안 된 섣부른 공약에 학생과 학부모들은 혼란스러워한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공약이 가장 논란이다. 문 후보는 2021학년도 수능 절대평가 전환, 논술 폐지,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축소, 특목고 폐지를 내걸었다. 반면 안 후보는 수능 자격고사화(장기적), 논술 폐지, '학종' 등 대입 선발 정보 공개, 외고·자사고 추첨 선발 전환을 공약했다. 누가 당선되더라도 입시 근간이 흔들릴 상황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실행 계획은 찾아보기 어렵다. 24년째 시행 중인 수능이 오지선다형의 낡은 평가 방식인 것은 사실이다. 1~2점에 따라 당락이 갈려 학생들을 '점수 기계'로 만들었다. 이런 교육으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창의융합형 인재를 키우기 어렵다는 게 개편의 명분이다. 그러려면 교실 수업과 교사 양성 방식의 혁신이 뒤따라야 한다. 당연히 수능 변별력이 문제가 되므로 대학의 선발 자율권을 보장해줘야 한다.

그런데 두 후보는 거꾸로 간다. 자율은커녕 시시콜콜 간섭 공약을 내놓는다. 두 후보 모두 고1 이 치르는 2020학년도 대입부터 논술을 없애겠다고 했다. '학종'의 경우 문 후보는 "수시 비중이 과도하다"며 가이드라인을, 안 후보는 선발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겠다고 밝혔다. 대선후보들이 이처럼 친절하게 수시 비중까지 거론하는 건 코미디나 다름없다. 몇몇 폴리페서에게 귀동냥한 대증요법이 아닌지 묻고 싶다.

리더의 교육 비전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한다. 20년 전 ‘생각하는 학교, 공부하는 국가(Thinking Schools, Learning Nation)’를 내건 싱가포르가 그 예다. 싱가포르국립대는 아시아 최고의 대학이 됐고, 세계의 인재들이 몰려들고 있다. 그 원칙은 자율과 경쟁이다. 우리도 그런 비전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