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문재인,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공약이 가장 논란이다. 문 후보는 2021학년도 수능 절대평가 전환, 논술 폐지,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축소, 특목고 폐지를 내걸었다. 반면 안 후보는 수능 자격고사화(장기적), 논술 폐지, '학종' 등 대입 선발 정보 공개, 외고·자사고 추첨 선발 전환을 공약했다. 누가 당선되더라도 입시 근간이 흔들릴 상황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실행 계획은 찾아보기 어렵다. 24년째 시행 중인 수능이 오지선다형의 낡은 평가 방식인 것은 사실이다. 1~2점에 따라 당락이 갈려 학생들을 '점수 기계'로 만들었다. 이런 교육으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창의융합형 인재를 키우기 어렵다는 게 개편의 명분이다. 그러려면 교실 수업과 교사 양성 방식의 혁신이 뒤따라야 한다. 당연히 수능 변별력이 문제가 되므로 대학의 선발 자율권을 보장해줘야 한다.
그런데 두 후보는 거꾸로 간다. 자율은커녕 시시콜콜 간섭 공약을 내놓는다. 두 후보 모두 고1 이 치르는 2020학년도 대입부터 논술을 없애겠다고 했다. '학종'의 경우 문 후보는 "수시 비중이 과도하다"며 가이드라인을, 안 후보는 선발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겠다고 밝혔다. 대선후보들이 이처럼 친절하게 수시 비중까지 거론하는 건 코미디나 다름없다. 몇몇 폴리페서에게 귀동냥한 대증요법이 아닌지 묻고 싶다.
리더의 교육 비전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한다. 20년 전 ‘생각하는 학교, 공부하는 국가(Thinking Schools, Learning Nation)’를 내건 싱가포르가 그 예다. 싱가포르국립대는 아시아 최고의 대학이 됐고, 세계의 인재들이 몰려들고 있다. 그 원칙은 자율과 경쟁이다. 우리도 그런 비전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