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률 감소로 걱정하는 건 비단 우리나라만은 아닌 듯하다. 서방 세계에서도 인구 감소를 걱정한다. 국경이 아니라 ‘종교 인구’라는 큰 틀에서다. 가치중립적인 글로벌 연구소 ‘퓨 리서치 센터(www.pewforum.org)’가 최근 ‘세계 종교 인구 지형의 변화’ 보고서를 내놨다.
월 스트리트 저널(WSJ) 등의 외신은 보고서를 인용해 ‘늦어도 2035년이면 이슬람교(시아파·수니파 등 포함) 여성이 낳는 신생아 수가 그리스도교(개신교·카톨릭·정교회 등 포함) 여성의 신생아 수를 능가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퓨 리서치 센터, '종교 지형 변화 보고서' #2035년 신생아 울음소리 무슬림>크리스천 #불교는 절대 인구 감소하는 유일한 종교
2035년 아기 울음소리 이슬람교>그리스도교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세계 인구 약 73억명 가운데 각 종교 집단이 차지하는 비율은 그리스도교(31.2%), 이슬람교(24.1%), 무교(16%), 힌두교(15.1%), 불교(6.9%) 순이다.
하지만 세계 인구가 96억명으로 늘어나는 2060년에는 그리스도교(31.8%)와 이슬람교(31.1%)가 동급이 되고, 종교없음(12.5%), 힌두교(14.5%), 불교(4.8%)로 변화할 전망이다.
즉 2060년이면 이슬람과 그리스도교 인구와 거의 같아진다. 연구소는 2060년 이후의 예측은 아직 내놓지 않았다.
전세계 종교별 인구 분포
구분
2015년
%
2060년
%
그리스도교
22억7625만명
31.2
30억5446만명
31.8
이슬람교
17억5262만명
24.1
29억8739만명
31.1
무교
11억6502만명
16.0
12억230만명
12.5
힌두
10억9911만명
15.1
13억9290만명
14.5
불교
4억9938만명
6.9
4억6198만명
4.8
토착종교
4억1828만명
5.7
4억4095만명
4.6
기타
5971만명
0.8
5941만명
0.6
유대교
1427만명
0.2
1637만명
0.2
전세계 인구
72억8464만명
100.0
96억1576만명
100.0
자료=퓨 리서치 센터
퓨 리서치 센터의 수석 연구원이자 인구학자인 콘래드 해키트는 WSJ과의 인터뷰에서 “유럽의 그리스도교는 문자 그대로 죽어가고 있다. 대세는 아프리카로 옮겨갔다"고 분석했다.
2010~2015년 사이에 유럽의 42개국 중 24개국에서 그리스도교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앞질렀다. 반면 출산률이 높은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에서는 그리스도교와 이슬람교 모두 꾸준히 세를 불리고 있다.
자연증감을 제외한 ‘개종 전쟁’의 승자는 무신론자·불가지론자 등을 포괄한 '무교'다. 퓨 리서치 센터 보고서는 2015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그리스도교 800만명, 불교 신자는 37만명이 떨어져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들 대다수(757만명)는 무교로 흡수될 전망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무교는 최근 5년 사이에만 자연 증가(2600만명)와 개종(800만명)을 포함해 3400만명 가량 늘었다. 하지만 무교가 전세계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무교의 근거지가 중국·일본 등 출산률이 낮은 지역이라서다.
전세계 종교 중 불교만 인구 감소
보고서에서 중요하게 다루지는 않았지만 불교 인구의 위축도 눈에 띈다.
세계 거의 모든 종교가 서로 비중을 다퉈가며 세를 불리는 반면, 불교만 절대 인구가 감소해 2015년 5억명에서 2060년 4억6200만명 수준으로 떨어진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2005년 1000만명이 넘던 불교 인구가 2015년 760만명으로 대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불교계가 발칵 뒤집히기도 했다.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에서 종교는 1985년 이후 10년 주기로 조사해왔는데, 개신교(960만명)가 불교를 앞지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통계청 인구총조사과 이재원 과장은 “한국에서는 모든 종교가 그렇지만 불교가 특히 고령화가 심각해 타격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50~79세에서 불교 인구가 개신교를 능가하지만 49세 이하 전연령층에서 개신교가 큰 폭으로 앞질렀다. 특히 19세 이하에서만 개신교 신도가 불교 신도보다 총 140만명 더 많았다.
한국의 무교(56.1%) 비율이 과반수를 넘어선 것 역시 통계청 조사 이래 최초다. 54세 이하 전연령층에서 무교 인구가 더 많았고, 연령이 낮을수록 그 비율은 더 높아졌다.
종교 전쟁의 핵심은 나이와 출산률
이슬람 여성의 출산률은 2.9명, 그리스도교 여성은 2.6명으로 전세계 평균 출산률(2.4명)을 능가한다. 반면 불교와 무교 여성의 출산률은 1.6명에 그친다.
또한 이슬람 나이의 중앙값(중간연령)은 24세, 힌두는 27세로 전세계 인구의 중간연령(30세) 보다 젊다. 세력이 쪼그라들고 있는 불교와 유대교는 중간연령이 각각 36세와 37세다. 중앙값(median)이란 순서대로 정렬했을 때 가장 가운데에 위치하는 값을 의미한다. 평균은 어느 극단적인 값이 하나 끼어들면 그 영향을 받지만 중앙값은 그렇지 않다.
전세계 종교별 중간연령
24세 이슬람교
27세 힌두교
30세 그리스도교 (*전세계 인구 평균)
34세 토착종교·기타
36세 불교·무교
37세 유대교
전세계 종교별 출산률
1.6명 불교·무교·기타
1.8명 토착종교
2.3명 힌두교·유대교
2.4명 (*전세계 평균)
2.6명 그리스도교
2.9명 이슬람교
※자료=퓨 리서치 센터
결국 종교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건 연령과 출산률이라는 것을 데이터가 보여주는 셈이다.
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