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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법정구속→석방 ‘31개월 반전극’ 주인공 안철수 경제브레인으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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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양호 전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이 2009년 1월 15일 서울구치소에 나와 기자회견하고 있다. 조문규 기자

변양호 전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이 2009년 1월 15일 서울구치소에 나와 기자회견하고 있다. 조문규 기자

“우리 사회의 비뚤어진 광기와 검찰이 갖고 있는 공명심의 희생자가 됐다.”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이 2009년 1월 15일 석방되면서 한 말이다. 유능한 공무원이라는 찬사를 한 몸에 받던 그는 관직을 그만둔 뒤부터는 자신의 말대로 ‘희생자’의 가시밭길을 걸어왔다.

13일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는 ‘변양호 신드롬’의 당사자인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을 경제특보로 영입했다고 밝혔다.

 변양호는 누구일까. 경기고, 서울대 무역학과를 나와 수석으로 행정고시에 합격한 그는 경력의 대부분을 금융 분야에서 쌓았다. 외환위기 당시엔 국제금융과장을 맡아 외채 만기연장 협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었다. 이 같은 공로로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2001년 그를 ‘세계경제를 이끌어 갈 차세대 리더 15명’에 포함시켰다.

 재경부(현 기획재정부) 내에서 최고 요직으로 꼽히는 금융정책국장을 3년이나 한 이도 그가 유일하다. 2004년 5월엔 1급 자리인 금융정보분석원장에 올랐다.
그랬던 그가 외국의 투기자본에 맞설 토종자본을 만들겠다며 2005년 1월 사표를 냈다. 같은 해 4월 출범한 사모투자펀드(PEF)의 이름도 통일신라시대 해상권을 장악했던 장보고 장군의 기상을 본받겠다며 ‘보고펀드’로 정했다.

2002년 7월 22일 오전 과천 정부종합청사 재경부에서 변양호 금융정책국장이 침체된 주식시장을 되살리기 위한 주식수요기반 확충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재경부 내 최고 요직으로 꼽히던 자리를 3년 동안 맡았다.[중앙포토]

2002년 7월 22일 오전 과천 정부종합청사 재경부에서 변양호 금융정책국장이 침체된 주식시장을 되살리기 위한 주식수요기반 확충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재경부 내 최고 요직으로 꼽히던 자리를 3년 동안 맡았다.[중앙포토]

 그러나 빛을 발하기도 전에 먹구름이 덮쳤다. 그가 주도한 2003년 외환은행 매각에 대한 비난 여론이 나오면서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가 진행됐다. 이와는 별도로 진행된 ‘현대차 로비’ 사건에서 2억원을 수뢰했다는 혐의가 씌워져 그는 2006년 6월 구속됐다.

 그해 11월 보석으로 풀려나긴 했지만 온전한 자유인이 된 건 아니었다. 두 사건의 공판이 지루하게 진행되면서 그는 일주일에 두세 번씩 법정을 오가야만 했다. 또 그는 재미교포와 결혼한 외동딸 미국 신혼집에 가보고 싶어 했으나 법무부의 출국금지가 연장되는 바람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 당시 그는 “해도 해도 너무한다”며 안타까워했다. 그 와중에 현대차 로비 사건과 관련, 1심과 달리 2심 재판부가 유죄를 선고하면서 그는 지난해 8월 법정 구속됐다. 대법원은 2009년 9월 그의 무죄를 확정했다. 억울한 옥살이에 대한 보상으로 국가로부터 보상금 4380만원도 받았다.

2004년 1월 9일 본지 경제관련 대담에 참석해 LG카드, 외환카드파업 사태등 카드사태의 해법을 논하고 있는 변양호 전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오른쪽). 가운데가 홍기택 중앙대 교수(전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부총재), 왼쪽이 이보우 당시 여신금융협회 상무다. 조용철 기자

2004년 1월 9일 본지 경제관련 대담에 참석해 LG카드, 외환카드파업 사태등 카드사태의 해법을 논하고 있는 변양호 전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오른쪽). 가운데가 홍기택 중앙대 교수(전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부총재), 왼쪽이 이보우 당시 여신금융협회 상무다. 조용철 기자

 관가에선 ‘변양호 신드롬’이란 말이 유행했다. 나중에 책임질 만한 일은 안 하는 게 상책이라는 보신주의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의 고통을 본 공무원들은 ‘중요한 일을 열심히 했다가는 칼 맞는다’며 자조하기도 했다. 수의를 입은 채 진행됐던 외환은행 헐값 매각 공판에서 그는 “변양호 신드롬이 있다고 들었다. 후배들이 움츠러들지 않고 떳떳하게 일할 수 있도록 재판부가 잘 판단해 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안철수 후보는 변양호 영입 카드에 대해 “경제정책의 기본방향뿐만 아니라 가계부채 급등, 조선업 구조조정 혼선, 한미 통상마찰 위기 등 3대 위기 요인의 심각성과 극복방안에 대해서도 면밀히 살펴보고 대책을 자문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변 특보는 최근까지 안희정 충남지사에게 경제자문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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