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자식 죽이고도 ‘형량 줄여달라’던 원영이 부모, 대법원 판단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일곱 살 아들을 잔인하게 학대하다 결국 숨지게 한 ‘평택 원영이 사건’의 계모와 친부에게 징역 27년형과 17년형이 각각 확정됐다.

대법원, 계모와 친부에 징역 27년·17년 선고한 원심 확정 #잔인하게 학대·살해해 암매장하고도 태연히 입학 유예신청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13일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김모(39·여)씨와 신모(39)씨의 상고심에서 이들에게 징역 27년과 17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김씨 등은 2심의 형량이 너무 높다며 상고했다.

신원영(당시 7세)군의 계모인 김씨는 2015년 11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원영이가 대소변을 제대로 가리지 못한다는 이유로 난방이 안 되는 한 평짜리 화장실에 맨몸으로 가뒀다.

2016년 11월 14일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무교동 어린이재단 앞에서 세계아동학대 예방의 날(11월 19일)을 앞두고 실시한 아동학대 예방캠페인. 아이가 그려진 바닥을 어른들이 밟고 지나가고 있다. 그 앞에는 "밟지말고 지켜주세요"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중앙포토]

2016년 11월 14일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무교동 어린이재단 앞에서 세계아동학대 예방의 날(11월 19일)을 앞두고 실시한 아동학대 예방캠페인. 아이가 그려진 바닥을 어른들이 밟고 지나가고 있다. 그 앞에는 "밟지말고 지켜주세요"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중앙포토]

원영이가 나오려고 할 때마다 주먹 등으로 때렸다. 갈비뼈와 쇄골, 팔 등이 부러졌지만 방치했다. 부부싸움을 한 뒤에는 분풀이를 하려고 청소용 락스 2ℓ를 원영이에게 들이부어 전신 화상을 입히기도 했다. 잔혹한 학대가 계속됐고, 결국 원영이는 락스 기체를 흡입해 숨을 거뒀다.

친부인 신씨는 이런 학대행위를 알면서도 막지 않았다. 원영이가 숨질 때도 신씨는 아내와 함께 방에서 족발을 시켜 먹으며 인터넷 게임에 열중했다. 이들은 원영이의 시신을 이불에 싸서 베란다에 열흘 동안 방치하다가 경기도 평택시의 한 야산에 암매장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학대를 멈추지 않았고, 적극적인 구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원영이가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김씨와 신씨에게 각각 징역 20년형, 15년형을 선고했다. 방청객들이 형량이 너무 낮다며 야유를 보내자 재판부가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2심은 1심에서 무죄로 판단한 아동학대 혐의와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도 유죄로 인정해 이들의 형량을 징역 27년과 17년으로 높였다.

원영이 사건은 신씨 부부가 지난해 초등학교에 입학 예정이던 원영이의 입학 유예를 신청하고도 차일피일 학교 심의에 나오지 않으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이 때문에 사각지대에 놓인 아동 학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발했다.

교육 당국은 이를 계기로 장기 결석 학생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였다. 지난 3월까지 소재가 파악되지 않은 학생 7명에 대한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다.

교육부는 입학 예정 아동이 이틀 넘게 학교에 오지 않거나 재학 중인 초·중학생이 이틀 이상 무단결석하면 학교와 지역 행정기관이 아이의 소재지를 찾아가 안전을 확인하도록 관련 법령을 고쳤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