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 우물쭈물한 우병우 수사.. 예고된 실패, "이대로 법원가면 무죄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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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50)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한 권순호(47)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혐의 내용에 관해 범죄 성립을 다툴 여지가 있고, 이미 진행된 수사와 수집된 증거에 비춰 증거인멸 및 도망의 염려가 있음이 충분히 소명되지 않아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사유를 설명했다.

법조계 "새로 밝힌 혐의없다" "재수사 검토해야", 검찰 "최선 다했다"

 우 전 수석에게 적용한 직무유기, 직권남용 등의 혐의가 과연 죄가 되는지 다툴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었다. 또 수사가 상당 부분 마무리 돼 증거 인멸의 우려도 낮다고 판단하는 등 구속 수사의 본질적 측면과 관련해 의문을 제기했다.

 법조계에선 여러 분석이 나왔다. 우선 영장 범죄사실에 대한 문제 제기가 많았다. 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인 최진녕 변호사는 “우 전 수석이 영장 심사가 끝나며 나올 때 미소를 지었는데 이는 검찰이 적용한 혐의가 특검 수사 때와 비슷해 그 결과를 자신했던 것 같다”며 “결국 검찰이 새로 밝혀냈다는 혐의도 다 알려진 내용이 아니었냐”고 지적했다. 실제로 검찰이 새로 추가한 혐의인 대한체육회 감찰 시도(직권남용 혐의)나 국회 청문회에서 “세월호 수사 방해를 하지 않았다”고 한 위증 혐의는 이미 여려 차례 언론에서 보도한 내용이었다.  

또 수사 초동 단계에서의 부실 수사, 검찰 내부 조직 관련 수사 미진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하창우 전 대한변협 회장은 “이번 영장 기각은 이미 8개월 전 검찰의 초기 수사과정에서부터 예고된 측면이 있다”며 “다른 수사 대상자들은 압수수색을 벌이면서도 우 전 수석의 집과 휴대폰은 그 대상에서 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8월 우 전 수석 수사를 전담한다며 출범한 검찰 특별수사팀은 우 전 수석이 경질된 이후인 11월이 돼서야 소환했다. 이날 그가 조사 도중 팔짱을 끼고 검사 앞에서 웃는 사진이 찍혀 ‘황제 조사’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후 검찰은 특별수사본부를 새로 꾸려 그의 집을 뒤늦게 압수수색 했지만 이렇다할 성과는 없었다.

검찰은 우 전 수석 관련 사안으로 제기된 롯데그룹 압수수색 정보 사전 유출 등 검찰과 관련된 의혹에 대한 수사는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다. 또 우 전 수석이 자신과 청와대에 대한 수사가 한창이던 지난해 7∼10월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 등 검찰 간부와도 수시로 통화한 정황이 드러났지만, 이들에 대한 소환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노승권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는 “지난해 검찰 특별수사팀에서 수사한 개인 비리 관련 사건과 이후 특검에서 들여다본 사건 등을 포함해 범죄 혐의가 있다는 부분을 다 모아서 구속영장에 반영했다. 최선을 다했다”며 “통화내역 자체가 범죄를 추정하는 건 아니지 않나. 의혹 제기된 부분 필요한 조사는 다 했다”라고 반박했다.

검찰은 사건을 처리하는 방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앞으로 검찰이 취할 수 있는 방안은 불구속 기소, 보완 수사 후 영장 재청구, 현직 검찰 간부가 아닌 법조인을 특임검사로 임명해 재수하는 것 등 크게 세 가지다. 수사팀 내부에선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 만기 시점(17일)을 전후해 우 전 수석을 함께 불구속 기소하자는 의견이 우세하다.  검찰 간부는 “올해 2월 특검이 청구한 것을 포함해 두 차례나 기각된 터라 다시 또 청구하기가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부장판사 출신 신일수 변호사는 "이대로 재판으로 가면 무죄가 나올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불구속 기소가 경우에 따라선 면죄부를 주는 게 된다는 지적이다. 한 전직 검찰 고위 간부는 “대선 등 여러 주변 요인이 있는 상황이다. 결국 검찰 수뇌부가 여론 동향을 살펴 우 전 수석 사건 처리 문제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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