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지자체까지 속았다”…2500억원대 가짜 지급보증서 발급업체 적발

중앙일보

입력

보증보험회사를 사칭해 수천억 원대의 가짜 지급보증서를 발급한 뒤 수십억 원의 수수료를 받아 챙긴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허위 보증서를 받은 보증처에는 지방자치단체 47곳과 공공기관 5곳도 포함됐다.

H금융 보증서 발급 흐름도. [지능범죄수사대 제공]

H금융 보증서 발급 흐름도. [지능범죄수사대 제공]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2542억원 상당의 허위 지급보증서를 발급하고 수수료 29억5700만 원을 챙긴 혐의(유사수신규제법위반ㆍ보험업법위반)로 ‘H금융’ 장모(65)씨 등 3명을 구속하고 전직 대표이사 명모(51)씨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2일 밝혔다. 지급보증은 금융회사가 장래에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보전해주겠다고 업체와 약정한 뒤 수수료를 받는 계약이다.

경찰에 따르면 장씨 등은 2012년 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서울 강남구에 사무실을 차려 놓고 정상적인 보증보험회사인 것처럼 행세했다. 등기부등본상 자본금을 100억원으로 허위 등재하고 홈페이지도 대기업 금융회사인 것처럼 꾸몄다. 이후 발급 절차가 간편하고 수수료가 낮다고 홍보해 개인과 기업을 대거 끌어들여 허위 지급보증서를 481차례 발급했다. 발급 대가로 0.5~8% 수수료를 받아 챙겼지만, 보증서에 따른 보증의무는 한 건도 이행하지 않았다. 이들에게 속은 피해자는 모두 295명으로, 이들은 발급받은 허위 지급보증서를 지자체 47곳, 공공기관 5곳 등 333개 보증처에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중 전라북도 A군은 한 골조 채취업체가 제출한 H금융의 지급보증서를 그대로 믿고 사업 허가를 내줬다가 피해를 입었다. 사업을 하던 업체가 도산하자 A군은 H금융에 산림 복구 비용 4억2000만원을 청구했지만 한 푼도 받지 못했다. 강원도 B군도 이런 방식으로 3억원의 피해를 보는 등 모두 27개 기업ㆍ기관 등이 152억원의 손해를 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아직 H 금융의 지급보증서를 믿고 계약 또는 인ㆍ허가가 진행 중인 경우가 있어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다”며 “지급보증서를 발급받을 때는 인ㆍ허가를 받은 정식 금융회사인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