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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향하는 관문 리비아에 난민 노예시장

중앙일보

입력

유럽으로 향하는 아프리카의 난민들이 리비아 ‘노예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다고 11일(현지시간) BBC가 국제이주기구(IOM) 발표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같은 사실은 밀매업자나 무장단체에 억류됐던 노예시장 피해자들이 탈출한 뒤 IOM에 실태를 고발하면서 알려지게 됐다.  

리비아에서 노예로 거래된 뒤 감금된 난민들. [IOM 홈페이지]

리비아에서 노예로 거래된 뒤 감금된 난민들. [IOM 홈페이지]

아프리카 북단에 위치한 리비아는 지중해를 건너 이탈리아에 닿기 위해 거쳐야 하는 관문이다. 수많은 난민들이 리비아를 거쳐 유럽으로 떠났다. 그러나 리비아는 2011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개입으로 무하마르 카다피 정권이 몰락한 뒤 무법천지가 됐고, 난민은 손쉬운 범죄 대상이 됐다.  
IOM에 따르면 리비아 남부 도시 사브하의 광장이나 주차장에서 난민들이 노예로 거래되고 있다.
현지인들은 난민에게 일자리를 주겠다고 해놓고 팔아넘기곤 했다.

유럽 향하는 관문 리비아 #알선업자들이 난민 거래 #몸값 요구하며 감금하고 #여성 난민은 성적 학대도

세네갈 출신의 한 피해자는 밀입국 알선업자의 버스를 탔다가 노예시장으로 끌려갔다.
그의 ‘주인’은 그를 사설 감옥에 가두고, 석방 대가로 돈을 요구했다. 가
족과 친척에게 연락해 돈을 받아내라고 강요했고, 전화를 통해 가족이 매맞는 소리를 듣게 만들며 협박했다.
그가 갇혔던 감옥엔 난민 100여 명이 더 있었다. 이 피해자는 “가족이 돈을 보내지 않는 사람은 살해 당하거가 굶어 죽었다”고 증언했다.
또 다른 증언에 따르면 돈을 지불하고 9개월 만에 풀려난 한 난민의 체중은 35㎏에 불과할 정도로 혹사당했다.
노예로 팔려간 여성들은 성적으로 학대당했다.

리비아에서 이탈리아로 향하는 난민 보트. [중앙포토]

리비아에서 이탈리아로 향하는 난민 보트. [중앙포토]

IOM의 리비아 담당관인 오스만 벨베이시에 따르면 ‘노예’의 몸값은 능력에 따라 매겨진다. 

그는 BBC에 “난민이나 난민 가족에겐 몸값으로 지불할 돈이 없다”며 “그렇기 때문에 그림을 그리거나 타일을 붙이는 기능을 가진 이들은 더 비싼 값에 팔려간다”고 설명했다.

IOM 측은 “난민들은 노예시장의 존재를 잘 모른다”며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아프리카인들에게 위험을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월엔 유니세프가 리비아에서 이탈리아로 향하는 수많은 어린이 난민들이 폭력과 성적학대 등을 당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중해를 건넌 어린이 난민은 약 2만 6000명이었다. 대부분은 보호자가 없었으며, 그 탓에 상당수가 밀매업자들에게 각종 학대를 당했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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