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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시속 300km' 스톡카 직접 타보니…

중앙일보

입력

슈퍼레이스 '캐딜락 6000클래스' 스톡카 국내 첫 탑승기

마치 짐짝이 된 기분이었다. 3분 가량의 짧은 주행이었지만 몸과 마음은 만신창이가 됐다. 입에서 나온 말은 '으어어어~' 하는 신음 소리 밖에 없었다. 

10일 2017 CJ대한통운 슈퍼레이스 챔피언십 미디어데이가 열린 용인 스피드웨이. 본지는 미디어데이에 참가한 매체를 대상으로 한 추첨에 당첨돼 스톡카(stock car) '택시타임' 이벤트를 체험할 수 있었다. '택시타임'은 모터레이스 대회를 앞두고 팬들에게 레이싱 차량의 실제 주행 코스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이벤트다. 

정해진 구간을 달려 손님을 내려주고 다음 손님을 태우는 게 마치 택시와 같아 '택시타임'이란 이름이 붙었다. 2008년부터 레이스를 시작한 슈퍼레이스 스톡카로 '택시타임' 이벤트를 진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17번이 적힌 제일제당 레이싱팀 김의수 감독의 차량에 탑승했다. 감독과 선수를 겸하고 김 감독은 2008년부터 스톡카를 탄 베테랑 레이서다.

[사진 슈퍼레이스]

[사진 슈퍼레이스]

차량의 시동이 걸리고 엔진의 굉음이 차안을 감싸는 순간,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두 손을 곱게 모으고, 몸을 최대한 시트에 밀착시켰다. X자형 안전벨트를 꽉 조이며 만반의 준비를 마쳤지만, 출발과 동시에 몸은 물을 만난 기름처럼 시트와 분리되기 시작했다. 차가 움직이기 전 김의수 감독에게 스톡카에 대한 설명을 부탁했다. 헬멧에 연결된 마이크를 통해 김 감독의 설명이 흘러나왔지만 전혀 집중할 수 없었다. 

김 감독의 스톡카는 아시아 유일의 스톡카 레이스는 슈퍼레이스 캐딜락 6000클래스에 참가하는 차량이다. 스톡카는 자동차 경주를 목적으로 양산차를 개조해 만든 1인승 레이싱카를 말한다. 보통 양산차와 카울(cowl·외피)만 같고 별도의 프레임과 엔진으로 제작한다. 미국의 나스카, 호주의 V8슈퍼카즈 등이 대표적이다. 슈퍼레이스에선 대회 프로모터격인 (주)슈퍼레이스가 스톡카를 일괄 제작해 시즌에 참가하는 팀들에게 나눠준다. 동일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는 구조다. 차량 한대 가격은 1억5000만원이 넘는다. 2017시즌에는 12개팀, 22대의 차량이 6000클래스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김의수 감독의 17번 차량. 김원 기자 

김의수 감독의 17번 차량. 김원 기자

스톡카는 배기량 6200cc의 V자형 8기통 엔진을 쓴다. 436마력의 힘을 자랑하고 최고 속도는 시속 300㎞까지 나간다. 제로백(시속 100㎞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4초에 불과하다. 6000클래스 차량의 외피는 캐딜락의 ATS-V 모델이다. 재질은 카본·캐블러·허니컴 등 복합소재를 사용한다. 가벼우면서도 높은 강성을 지니고 있다. 

이날 주행한 용인 스피드웨이는 한국 모터스포츠의 성지(聖地)로 불린다. 서울과 거리가 그리 멀지 않은데다 에버랜드도 가까워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경기가 열리면 1만명 이상이 이곳을 방문할 정도였다. 1995년 개장한 용인 스피드웨이는 2009년 잠정 폐회했다 2013년 재개장했다. 슈퍼레이스가 이곳에서 다시 열리기 시작한 건 지난해부터다. 서킷의 한 바퀴인 4.346㎞를 달리는데 걸린 시간은 3분이 넘지 않았다. 직선 주로가 이어진 대신 급격한 회전이 걸리는 코너가 여러개(실제 16개) 있었다. 회전 구간을 돌 땐 속이 울렁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고 90도에 가까운 경사로를 내려가는 느낌도 받았다. 

드라이버들도 어려워하는 회전 코스가 나올 때는 김 감독이 짤막한 설명을 덧붙였다. 주행을 하는 동안 김 감독에게 스톡카와 서킷에 대해 물어볼 요량이었지만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느라 머리가 하얘지면서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가는 신음 소리만 연신 터져 나왔다. 미션을 완수하지 못하고 빈손으로 돌아가는 패배자가 된 기분마저 들었다. 도착지점에 다다르자 김 감독은 "수고했다"며 "주행을 하면서 말한다는 거 자체가 힘들다"고 격려해줬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머리를 강하게 짓누르던 헬멧부터 벗어던지고 심호흡을 크게 했다. 땀에 쩐 모습으로 카메라 앞에 서 "힘들었지만 또 타고 싶은 짜릿함이 있었다"고 말했지만 사실이 아니었다. 숨을 여러번 내신 뒤에야 정신이 돌아왔고, 김의수 감독과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레이싱 모델(가운데), 이벤트 진행을 맡은 서승현 아나운서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김의수 감독. 김원 기자

레이싱 모델(가운데), 이벤트 진행을 맡은 서승현 아나운서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김의수 감독. 김원 기자

오늘 실전과 비교해 몇 퍼센트의 속도로 달린 건가?
"오늘 차가 만들어지고 처음 주행을 해봤다. 100%로 못타고 60~70%로 주행했다." (스톡카는 시즌이 끝난 뒤부터 리뉴얼에 들어간다. 보통 개막 전 열리는 미디어데이에서 시즌에 참가할 차량이 첫 선을 보인다.)
스톡카의 최고 스피드는 얼마까지 나오나.
"전남 영암의 코리아인터내셔널서킷에서는 최고 280㎞까지 나온다. 오늘 주행한 용인 스피드웨이에선 최고 250㎞까지 질주할 수 있다. 오늘의 경우 시속 230㎞정도까지 나왔을 거다. 사실 레이스카의 최고 속도는 잘 물어보지 않는다. 엑셀레이터를 최대로 밝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최고 속도는 큰 의미가 없다. 그래서 속도계가 없는 차량이 대부분이다."

한 경기를 치르면 너무 힘들어 체중이 엄청 줄 거 같은데.
"슈퍼레이스는 스프린트식 경기라 1시간 가량 차에서 내리지 않고 레이스를 한다. 몸집이 큰 사람은 보통 1시간 정도 차를 타면 수분만 1㎏정도 빠진다고 하더라. 탈진 현상이 쉽게 올 수 있어 물을 많이 마셔야 한다."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할 거 같다.
"대부분 프로 드라이버는 극한의 상황에서도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 그런 기질을 타고난 사람들이다. 모자란 부분은 훈련을 통해서 습득한다.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이미지 트레이닝을 많이 하는 편이다. 코스 전체를 몸이 기억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훈련을 많이 해야 한다."
스톡카에 탑승했을 때의 느낌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우리는 숙련된 사람들이라 큰 느낌이 없지만 조수석에 탄 사람은 에버렌드의 T 익스프레스(롤러코스터)에 탄 것보다 더 힘들었을 거다. 급정거에 대한 공포도 있을 거다. 보통 운전을 해본 사람들은 어느 시점에 브레이크를 밟고 속도를 줄여야 하는지를 알고 있다. 하지만 이 차는 그 시점에서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가속을 해 그냥 지나친다. 그러면 공포감이 배가된다."
스톡카 택시타임 이벤트를 기획한 의도는.
"국내에선 최초로 진행된 스톡카 이벤트다. 팬들과 가깝게 다가가려는 목표를 갖고 시즌 개막전에서도 택시타임 이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조수석 시트는 경기 전에 떼어내면 되기 때문에 레이스를 펼치는데 큰 지장은 없다."

2017 CJ대한통운 슈퍼레이스 챔피언십은 16일 용인 스피드웨이에서 개막한다. 총 8번의 라운드를 통해 개인과 팀 종합 순위를 가린다. 용인 스피드웨이에서 4번의 레이스가 펼쳐지고, 영암 코리아 인터네셔널 서킷에서 2회, 인제 스피디움과 중국 상하이 인터내셔널 서킷에서 한 차례씩 라운드가 개최된다. 지난해에는 김진표 감독이 이끄는 엑스타 레이싱팀이 더블 타이틀(개인·팀 우승)을 차지했다. 개인 우승자는 정의철 선수였다. 

슈퍼레이스 2017시즌 일정

슈퍼레이스 2017시즌 일정

글=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영상=공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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