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북한에 군사 공격할 수 있다” 일본 정부에 언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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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미국 정부가 북한의 핵ㆍ미사일 문제와 관련, 일본 정부에 “군사 공격을 단행할 가능성이 크다는 언급을 했다”고 교도통신이 11일 보도했다. 이런 방침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에게 전달할 것이란 설명도 덧붙였다고 통신은 전했다.    

교도통신, 미ㆍ일 고위급 협의 과정에서 나와 #트럼프 “북한, 중국이 못 풀면 미국 독자 해결” #정부 “한국 동의 없는 미국의 대북 선제타격 불가능”

 이 같은 내용은 미ㆍ중 정상회담(지난 6~7일) 직전 열린 미ㆍ일 고위급 협의 과정에서 나왔다고 한다. 일본 정부 소식통은 “미국 고위 관료가 ‘중국이 북한에 압력을 강화할지, 미국이 (북한을) 공격할지 2개의 선택지밖에 없다’고 강조했다”며 이후 일본 정부 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무력행사를 여러 선택지 중 하나로 두고 있다는 시각이 넓어졌다고 통신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ㆍ중 정상회담 직전인 6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통화에서 “(북한 문제에 대응할) 모든 선택지가 테이블 위에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일본 정부는 당시 미 측에 “(북한을) 공격할 경우 일본이 한국과 함께 (북한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미 측에 전달해 놓았다고 한다. 통신은 대북 군사 공격과 관련해 미ㆍ일 간 온도 차이가 있는 만큼 양국이 북한에 대한 전략을 어디까지 공유할 수 있을지가 중요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달 플로리다주에서 골프 라운딩을 했다. [사진 AP]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달 플로리다주에서 골프 라운딩을 했다. [사진 AP]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북한이 문제를 일으킬 것처럼 행동한다”며 “만약 중국이 협조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우리는 중국 없이 독자적으로 문제를 풀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중국 국가주석에게 ‘중국이 북한 문제를 해결한다면 미ㆍ중 무역협상이 훨씬 잘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며 정상회담 논의 내용까지 공개해가며 대중국 압박을 계속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하며 ‘독자 행동 카드’를 꺼낸 건 이달 들어서만 세 번째다. 그는 지난 2일 파이낸설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북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나흘 뒤엔 시 주석과 첫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플로리다로 향하는 전용기에서 취재진에게 “중국이 대북 압박을 강화하지 않으면 독자 행동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대북 강경 메시지가 반복되면서 ‘한반도 4월 위기설’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한국 동의 없는 미국의 대북 선제타격 가능성은 없다고 설명했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미국은 (북핵 문제의) 직접 당사자인 우리와의 협의 없이는 어떤 새로운 정책이나 조치도 없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며 “사설 정보지에 나오는 위기설은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도쿄=오영환 특파원. 서울=백민정 기자 hwas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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