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폐광이나 건축자재 등을 통해 석면에 노출돼 건강 피해를 본 환경성 석면병 환자 중에서 1000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정부가 환경성 석면 피해자로 인정한 2436명 가운데 42%에 달하는 수치다.
환경보건시민센터와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는 11일 서울 종로구 환경보건시민센터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1년 석면피해구제법 시행 이후 한국환경공단이 집계한 석면 피해자 관련 통계를 별도로 분석해 발표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등 환경공단 자료 분석 #피해구제법에 따라 정부가 인정한 피해자 #피해자의 42%, 원인은 악성중피종이 72%
석면피해구제법은 2010년에 제정됐으며, 한국환경공단은 이 법에 따라 환경부의 위임을 받아 석면 환자에 대한 피해 심사와 인정, 지원 등의 사업을 맡고 있다.
환경보건시민센터의 분석 결과, 2011년 1월부터 지난달까지 6년 3개월 동안 2436명이 환경성 석면 피해자로 인정됐다. 이 가운데 645명은 피해 신청 당시 사망했으며, 피해 인정을 받은 후에도 363명이 사망, 전체 사망자는 1008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측은 피해를 인정받은 후 환경공단이 장례비를 지급한 피해자의 숫자를 파악하는 방식으로 추가 사망자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소장은 "인정 후 평균 1년 반만에 사망한다는 것은 석면병이 그만큼 예후가 좋지 않고 치명적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망 원인으로는 악성중피종이 724명(71.8%), 석면폐암이 181명(18%), 석면폐가 101명(10%), 미만성흉막비후 2명(0.2%) 등이다.
이들 사망자는 석면 광산 주변에 거주했던 사람이거나 재건축·재개발 과정에서 건축자재에 포함돼 있던 석면에 노출된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또 건축·광산 등에서 일하면서 석면에 노출된 경우도 있으나 과거 직업력을 확인받지 못해 환경성 석면병 환자로 분류된 경우도 있었다.
피해인정을 받은 2436명 전체를 보면 석면폐 환자가 1254명(52%)으로 가장 많고, 악성중피종이 854명(35%), 폐암 324명(13%), 미만성흉막비후 4명 등이다.
최 소장은 "같은 석면 질환이지만 석면 피해구제 때 지원금액은 산업재해보험에서 직업성 노출에 지급하는 수준의 10~20%에 불과하다"며 "직업성 석면병과 환경 석면병의 지원 수준 차이를 없애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내에서 산업재해로 인정을 받은 석면병 환자는 200여명으로 환경성 석면환자의 10% 수준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반면 외국의 경우 환경성 석면환자가 오히려 훨씬 적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산업계에서 석면질환 산재 피해자에 대한 건강 책임을 회피하고 환경성 피해로 미루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최 소장은 또 "세계보건기구가 석면 질환으로 공식 확인한 후두암과 난소암도 석면피해구제법의 인정 질환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 안종주 자문위원은 "국내에서는 2009년 석면 사용이 중지됐는데, 10~40년의 긴 잠복기를 감안하면 앞으로도 30~40년은 지나야 석면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전망"이라며 "피해 가족들에 대해서도 우리 사회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