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미세먼지에 마스크 쓰고 수업 … 이게 나라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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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미세먼지 예보부터 본다. 가슴이 답답하고 코와 눈이 가렵다는 아이들을 문 앞에서 배웅할 때마다 마음이 무겁다. 전국의 학부모들은 어린 자녀를 간신히 달래며 유치원과 학교에 보낸다. 해가 바뀔수록 ‘봄의 불청객’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지만 정부는 헛발질만 거듭해 답답할 뿐이다. 올해는 1~3월 전국의 미세먼지 주의보가 최근 3년래 가장 많은 86회나 발령됐다.

그러자 “더 이상 못 참겠다”며 학부모 등 7명이 한국과 중국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까지 냈다. 국민의 건강권을 책임지라는 경고였다. 원성이 들끓자 서울시교육청이 어제 독자적인 대응 방안을 내놨다. 미세먼지 농도가 보통(31∼80㎍/㎥) 수준이라도 50㎍ 이상이면 야외수업을 실내수업으로 대체하고, 마스크를 쓰도록 한다는 것이다. 학부모·전문가·교육청 등이 참여하는 ‘학교 미세먼지 관리위원회’를 가동하고 교실에 공기정화장치도 보급하기로 했다.

솔직히 이런 게 제대로 된 대응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의 미래세대를 위해 미세먼지 자체를 줄이기는커녕 마스크만 씌우고 공기정화기만 돌리겠다니 말이다. 예전에 학교폭력으로 인한 자살이 빈발하자 교육당국이 교실 창문 크기를 줄이겠다고 한 것이나 뭐가 다른가. 중앙 정부가 국가와 국민 생존 차원에서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

지금까지 정부 대책이라곤 지난해 9월 취임한 조경규 환경부 장관이 미세먼지 발령 기준을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겠다고 한 게 고작이다. 미세먼지의 발생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건 더 심각한 문제다. 환경부는 80% 이상을 중국 탓으로 돌리지만 외국 전문가들은 20% 정도로 분석한다. 말로만 외쳐온 한·중 환경외교가 겉돈 탓이다. 실효성 있는 대중 환경 외교, 석탄·화력과 경유차 축소 등 총체적인 대책이 시급하다.

대선주자들부터 당장 “마스크를 쓰고 수업하는 게 나라냐”는 학부모들의 외침에 응답해야 한다. 미세먼지를 우리의 미래와 국민의 삶을 파괴하는 국가 재난으로 접근해야 한다. 제대로 된 인식이 제대로 된 대책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