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세식 변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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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프랑스의 「루이」 왕조가 국고를 탕진하며 지은 베르사유 궁전에 화장실이 없었다.
일본 작가 「다자이」(태재치)의 소실 『사양』에 이런 구절이 있다.
『「루이」 왕조시대의 귀부인들은 정원이나 복도 끝의 외진 곳에서 태연스럽게 「볼일」을 봤다….』
여성들이 파티에 즐겨입고 나가는 페티코트라는 의상도 그래서 생겨났다는 말도 있다.
그러나 사실은 베르사유 궁에는 세계 최초의 수세식 변소가 있었다.
페이퍼 플랜이라는 수세식 변기를 처음 발명한 사람은 영국의 「존·해링턴」경이다. 런던의 과학박물관 지하에 있는 가정용기사 전시실에 그 모형이 진열돼 있다.
하지만 수세식 변소는 하수도와 급수가 따르지 않으면 기능할 수 없기 때문에 그 후 2백년간 거의 실용화되지 못했다.
베르사유궁의 수세식 화장실도 그래서 오랫동안 망각 속에 묻혀 있었다.
경제기획원이 지난 85년 11월1일 현재를 기준으로 실시한 인구·주택 센서스를 보면 우리나라에 수세식 변소를 갖춘 주택이 33.1%나 된다. 80년의 18.4%에 비해 거의 2배 가까운 숫자로 늘어났다. 주택환경이 그만큼 개선되었다.
오늘 세계의 선진국 대열에 낀 일본만해도 60년대초까지 수세식변소를 갖춘 주택은 6.4%에 불과했다.
그 일본이 「화장실 선진국」으로 탈바꿈한 것은 64년 동경올림픽 덕분이다.
후생생에서 「청소에 관한 법률」을 개정, 2천억엔 가까운 돈을 들여 재래식 변소 시설을 고치는 한편 민간에서는 「올림픽 국민운동회의」 캠페인을 벌였다.
이렇게 「화강실 선진국」을 향해 온갖 발버둥을 다 쳤지만 올림픽을 치르고 난 3년 후의 결과는 15.6%에 지나지 않았다. 최근의 한 통계를 보면 일본의 수세식 변소가운데 좌식(서양식) 변기를 쓰는 주택은 55%, 공단주택은 92%나 된다.
그러고 보면 수세식 변소에 관한 한 올림픽개최시점을 기준으로 할 때 우리가 일본보다 앞서있다. 하지만 20여년의 시차를 감안하면 아직도 선진국의 길은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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