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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는 왜 이집트 콥트교회만 골라서 폭탄 테러했나

중앙일보

입력

9일(현지시간) 이집트 북부 탄타 시내 콥트 교회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 [로이터=뉴스1]

9일(현지시간) 이집트 북부 탄타 시내 콥트 교회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 [로이터=뉴스1]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콥트교회를 겨냥한 연쇄 폭탄테러가 발생하자 3개월 간 국가 비상사태를 전격 선포했다고 CNN 등이 보도했다.  

이슬람교 탄압하는 엘시시 정권에 책임 돌릴수도 #이집트 "테러 대응" 3개월 국가 비상사태 선포 #테러 연계 의심시 영장 없이 구속 가능 #트럼프 “엘시시 대통령 지지”

 엘시시 대통령은 이날 저녁 이집트 국영TV로 생중계된 연설에서 이집트 전역에 3개월간 비상사태를 선포하며 “비상사태는 법적ㆍ헌법적 조치가 끝나는대로 발효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 비상사태가 의회의 승인을 받아 발효되면 앞으로 3개월 간 이집트 국민의 기본권이 상당 부분 제한될 전망이다. 수사 당국은 테러와 연계됐다고 의심되는 이들을 정부의 지휘 아래 영장 없이 수색하거나 구속할 수 있다. 그러나 국가 비상사태를 빌미로 엘시시 정권이 반대파에 대한 구속과 고문 등 인권침해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고 BBC는 전했다.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도 지난해 7월 군부 주도의 쿠데타 진압 후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는 반대파 색출에 활용됐다. 수만 명의 공무원들이 석연찮은 이유로 해임되거나 체포ㆍ구금돼 인권침해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9일(현지시간) 이집트 북부 탄타 시내 콥트 교회에서 발생한 폭탄테러로 교회 내부가 피로 얼룩져 있다. [로이터=뉴스1]

9일(현지시간) 이집트 북부 탄타 시내 콥트 교회에서 발생한 폭탄테러로 교회 내부가 피로 얼룩져 있다. [로이터=뉴스1]

 엘시시 대통령은 “이집트 내 테러리즘과 싸우기 위한 ‘최고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이번 테러가 자신들 소행이라고 주장한 만큼 일단 IS 격퇴를 위한 싸움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그 다음 타깃은 이집트 대다수인 수니파 이슬람교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이집트 종파와 엘시시 정권의 역학 관계 때문이다. 이집트에선 수니파 이슬람교가 약 90%로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엘시시 정권을 지지하는 자생적 기독교 종파인 콥트교는 10%에 불과하다.


  엘시시 대통령은 2013년 이슬람교도의 지지를 받은 무함마드 무르시 전 이집트 대통령을 축출하고 정권을 장악했다. 엘시시 정권이 이슬람교도에 대한 대대적인 탄압을 자행하면서 격분한 이슬람교도들은 소수파인 콥트교인을 차별하게 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콥트교인들이 “일상 생활에선 무슬림들에게 무시당하고, IS의 테러에도 직면하고 있다”며 “자신들을 지켜주지 못하는 엘시시 정권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IS는 지난해 12월에도 콥트 교회에 폭탄을 터트려 25명이 사망했다.  

 그리고 4개월 뒤 두 곳의 콥트 교회를 겨냥한 이번 연쇄 테러가 발생했다. AP통신은 연쇄 테러 희생자가 최소 47명으로 늘었다고 10일 보도했다. 이집트 북부 탄타 시내 교회에서 29명이 숨졌고, 알렉산드리아 시내 교회에선 18명이 목숨을 잃었다.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악수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악수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UN) 사무총장은 대변인 성명을 통해 “끔찍한 테러에 대해 강력히 규탄한다”며 “부상자들이 하루빨리 회복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달 말 이집트를 방문 예정인 프란시스코 교황도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지난주 미국에서 엘시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에 “엘시시 대통령이 어려운 상황을 잘 대처할 거라 본다. 그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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