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단독] 도굴로 7000만년 잠 깬 ‘점박이’ 공룡, 고향 몽골 품으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몽골 고비사막에서 도굴돼 국내에 밀수됐던 7000만 년 전 공룡 화석이 3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가게 됐다.

“공룡 화석 11억에 거래” 얘기 듣고 #한국 밀매업자, 몽골 도굴꾼에 의뢰 #‘게르 천막’ 속여 중국 거쳐 반입 #업자 사이 틀어지며 고소해 드러나 #검찰, 범죄수익 환수해 반환 결정 #몽골, 감사 표시로 한국에 임대 전시

화석 밀수업자를 수사하던 검찰이 이 화석을 범죄수익으로 보고 환수한 뒤, 발굴됐던 몽골에 자발적으로 반환키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반환식은 지난 7일 대검찰청 내 NDFC(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에서 김주현 대검 차장과 에르덴닷 간밧 몽골 대검 차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관련기사

화석은 총 11점으로 주목을 끈 건 몽골에서만 발견되는 대형 육식공룡 ‘타르보사우루스 바타르’와 초식공룡 ‘프로토케라톱스’다. 타르보사우루스는 3D 애니메이션 ‘점박이:한반도의 공룡’ 주인공으로 어린이들에게 친숙하다. 검증을 실시한 ‘공룡 박사’ 임종덕(49) 국립문화재연구소 보존과학실장은 “전 세계적으로 지금까지 발견된 타르보사우루스 화석 중 완전체에 가까운 건 15점뿐인데 이번에 반환하는 화석은 열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보존 상태가 좋다”고 설명했다.

몽골 고비사막에 7000만 년 동안 잠들어 있던 타르보사우루스는 어쩌다 한국까지 오게 됐을까. 타르보사우루스를 깨운 건 일확천금을 노린 밀매업자들의 욕심이었다. “공룡 화석이 돈이 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문화재 밀매업자 문모씨와 양모씨는 2014년 5월 몽골로 건너가 몽골 도굴꾼에게 공룡 화석을 도굴해 달라고 부탁했다. 발굴의 대가로 4억6700만원을 주기로 했다. 이들은 완전체 화석이 미국 경매시장에서 100만 달러(약 11억원) 이상에 거래된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 타르보사우루스가 잠들어 있던 곳은 몽골 최남단 고비사막이었다. 공룡 화석이 많이 나와 화석 발굴 체험 관광이 성행할 만큼 전 세계 고생물 학자들과 모험가들에게 ‘공룡의 낙원’으로 불리는 곳이다.

화석을 찾아낸 문씨와 양씨는 국내 밀반입을 결심했다. 하지만 몽골 정부가 공룡 화석을 문화재로 분류해 반출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었다. 고민 끝에 두 사람은 화석을 솜과 천으로 채운 금속 상자에 넣어 차에 싣고 육로를 이용해 중국으로 빼냈다. 몽골과 중국 사이 국경을 통과할 때에는 유목민 천막인 ‘게르’라고 거짓 신고해 세관의 단속을 피했다. 이들은 이렇게 빼돌린 타르보사우루스 화석을 2014년 중국 톈진항에서 배에 실어 인천항을 통해 국내로 들여왔다. 이때도 세관에는 ‘게르’ ‘기념품’ 등으로 허위 신고했다.

화석은 한동안 경기도 남양주시에 있는 양씨의 창고에 쌓여 있다가 거래처 이모씨가 관리하는 경기도 수원의 창고로 옮겨졌다. 양씨가 문씨 몰래 이씨에게 1억3300만원을 빌리면서 담보로 화석 전체를 넘겨줬기 때문이다. 나중에야 이 사실을 안 문씨는 양씨를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고소 사건을 맡았던 서울북부지검은 이 담보물이 몽골이 반출을 금지하는 문화재라는 점을 알게 됐다. 검찰은 양씨에 대한 처벌 여부를 판단하기에 앞서 급히 이씨로부터 화석 전체를 압수해 국립과천과학관 수장고로 옮겨 보관했다. 담보물을 빼앗긴 이씨는 “불법 반출 문화재인지 모르고 취득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법원에 압수물 환부를 신청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북부지법 형사1부(부장 조휴옥)는 “이씨도 이 화석들이 도굴품이란 사실을 알면서도 담보로 받아 선의 취득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반환식이 치러졌지만 타르보사우루스 화석을 앞으로 상당 기간 국내에서 볼 수 있다. 몽골 정부가 반환에 대한 감사 표시로 화석을 장기 임대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임장혁·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