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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새 13배 큰 아마존 ‘문어발 경영’ 통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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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버나디노의 아마존 물류창고. 아마존은 미국 전역에 2시간 내 배송한다. [사진 유튜브]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버나디노의 아마존 물류창고. 아마존은 미국 전역에 2시간 내 배송한다. [사진 유튜브]

‘유통, 물류, 전자, ICT, 콘텐츠’ 1994년 작은 온라인 서점으로 출발한 미국 아마존이 오늘날 손대고 있는 업종이다. 온라인으로 안 파는 물건이 드물다. 클라우드 서비스에, 태블릿PC나 인공지능 스피커도 만든다. 드라마와 영화를 만들고, 배급까지 한다. 드론과 로봇으로 물류관리를 하는 것도 아마존의 사업 영역이다. 최근엔 오프라인에 서점과 쇼핑몰을 잇따라 열며 현실 세계에서도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다.

경영학 통념 깬 베조스식 전방위 확장 #온라인 서점으로 유통망 갖춘 뒤 #드라마·AI스피커까지 만들어 팔아 #마구잡이 사업 진출로 보이지만 #단일 플랫폼으로 고객 일상 연결 #파격적 가격, 활발한 재투자 정책 #작년 순이익률은 1.74% 그쳐

이쯤 되면 ‘문어발’ 기업이 따로 없다. 오죽하면 ‘미국에 아마존의 경쟁사가 아닌 회사가 없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아마존은 클라우드 서비스에서 IBM, 마이크로소프트와 경쟁하고, 전자상거래에선 월마트, 이베이와 순위를 겨룬다. IT 생태계 패권을 놓고는 애플, 구글과 맞선다.

아마존의 라이벌은 해당 분야에서 말 그대로 극강이다. 그 극강 라이벌들을 상대로 한꺼번에 전쟁을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동시다발적인 전선 때문에 핵심역량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아툴 텍찬다니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경영학)는 “아마존의 핵심역량은 전자상거래였다. 그러나 최근엔 전자상거래와 아무 상관이 없는 콘텐츠 배급과 로봇 제조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핵심역량이 불확실해지는 것은 기업의 앞날이 위험하다는 신호”라고 경고했다. 드라마 제작을 선언하고, 로봇 제조업체를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확장에 나서던 2012년이었다.

그런데 이런 진단은 지금까진 기우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아마존의 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어서다.

자료:아마존

자료:아마존

아마존은 설립 이래 23년간 무서운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아마존의 매출은 1360억 달러(약 152조원)로 전년보다 20% 넘게 증가했다. 2006년 매출(107억 달러)과 비교하면 불과 10년 만에 10배 이상 늘었다. 5년 전 주당 200달러도 안 되던 아마존 주가는 4일 기준 903달러를 기록했다. 시가총액은 4000억 달러(약 450조원)로 세계 5위다. 아마존의 이런 기세는 문어발 경영을 기업의 핵심 역량을 저해하는 대표적인 기피 사례로 여기던 기존 경영학의 통념을 완전히 깨고 있다.

“아마존의 미래 위험” 학자들 진단은 기우

제프 베조스

제프 베조스

이런 일이 가능한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아마존의 수많은 사업은 중구난방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하나의 목적을 향하고 있다. 아마존의 모든 서비스를 엮은 전방위 플랫폼을 고객의 일상에 정착시키는 게 그 목적이다. 아마존 설립자 제프 베조스는 “우리는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고자 한다. ‘아마존이 되고자 하는 것’이란 표현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존 업종의 틀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의미다.

아마존의 가장 큰 강점은 물류와 데이터를 동시에 거머쥐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활용해 아마존은 소비자의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연결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대표적인 제품이 2014년 출시한 아마존 대시다. 손가락만한 스위치 모양의 아마존 대시는 휴지, 세제처럼 자주 주문하는 소모품을 누르기만 하면 자동 주문해주는 일종의 간편 주문 시스템이다. 굳이 마트에 가거나 온라인 쇼핑몰에 접속할 필요 없이 집 안이나 사무실에 부착해놓은 아마존 대시 버튼을 누르면 평소 쓰던 제품이 자동으로 주문돼 몇 시간 내로 배송된다.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아마존의 사업 역량이 얼마나 손쉽게 소비자의 일상에 침투하는지 보여주는 기술이다. 지난해 아마존 대시를 이용한 물품 주문량은 전년 대비 5배 증가했다.

이런 아마존식 문어발 경영이 구축한 생태계는 소비자에게 포기하기 어려운 안락함을 제공한다.

아마존의 회원제 서비스인 ‘아마존 프라임’은 한 달 11달러(약 1만2000원) 비용으로 회원 한정 할인, 무료 특급 배송, 클라우드 제공,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뮤직, 무료 전자책과 같은 50여 가지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미국 경제지 패스트컴퍼니의 분석에 따르면 아마존 프라임 회원은 미국에서만 약 5000만 명에 달한다. 이들은 매년 비회원보다 4배 이상 많은 평균 2500달러를 아마존에 쓴다. 패스트컴퍼니는 “프라임 회원이 많아질수록 아마존은 더 방대한 고객 데이터를 손에 넣어 아마존 대시처럼 고객의 취향에 맞는 새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렇다고 아마존이 이익을 많이 내는 건 아니다. 지난해 순이익은 24억달러로 순이익률은 1.74%에 불과하다. 이윤을 고려하지 않는 파격적인 가격정책과 활발한 재투자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코노미스트는 “아마존 기업가치의 92%는 2020년 이후 발생할 것으로 기대되는 이익에서 나온다”고 분석했다. 장기적 관점에서 시장을 장악하게 될 것이란 얘기다.

설립자 제프 베조스는 “우리가 벌이는 모든 사업은 회사에 이익이 되기까진 많은 시간이 걸리지만 고객에겐 즉각 이익이 되는 것들”이라며 “만약 우리가 2~3년 내에 돈을 벌 생각이었다면 킨들 태블릿이나 아마존 웹 서비스, 아마존 프라임 같은 중요한 사업을 시작조차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기준 기자 forideali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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