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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홍준표의 야밤 지사직 사퇴 “꼴불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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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경남지사직 사퇴 문제로 논란을 빚었던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가 어젯밤 지사직을 사퇴했다. 그는 3월 31일 한국당 경선에서 최종 후보로 공식 선출된 순간 지사직을 관뒀어야 했다. 92석 의석을 가진 원내 2당의 후보라면 온 힘과 정성을 모아 대선에만 집중하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다. 대한민국의 국가원수가 되고자 하는 사람이 도지사직을 유지한 채 대선 본선에 나섰다는 것 자체가 유권자를 우습게 보는 행동이었다.

홍 지사가 지사직을 던지지 않고 열흘씩 시간을 끌다 9일 야밤 사퇴한 것은 이튿날인 10일 선관위 업무 시간에 이 사실이 통보되게 함으로써 ‘통보 시간 기준’으로 임기 종료일을 기산(起算)하는 보궐선거 규정 때문이다. 임기 종료일을 10일에 맞춰 놓으면 5월 9일 대선 때 함께 치를 재·보선 대상에 경남지사 선거가 빠지게 된다. 공직선거법상 보선의 성립 조건은 선거일 30일 이전 사퇴인데 홍준표 지사의 경우 29일 전에 사퇴한 셈이기 때문이다. 대선엔 출마하되 보선은 못 치르게 훼방을 놓는 꼼수다. 후임 지사가 자신의 업적을 부정하는 사람이 될까 염려한 것 같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이를 두고 “법률을 전공했다는 사람이 이런 식으로 법을 가지고 장난을 치느냐. 우병우와 뭐가 다르냐”고 반문했다. 유 후보가 홍준표 후보의 정적이긴 하지만 정곡을 찌르는 지적임을 부인할 수 없다.

홍 후보의 꼼수는 꼴불견이다. 본인도 김두관 경남지사의 임기 중 대선 출마를 기회 삼아 보선 지사가 됐으면서 왜 자기는 똑같은 상황에서 다른 사람의 보선 출마 기회를 박탈했는가. 무엇보다 경남도민이 선출직 지사를 가질 권리를 무슨 명분으로 원천적으로 배제했는가. 헌법은 모든 국민에게 선출직 공직에 출마할 피선거권과 그들을 선택할 선거권을 부여했다. 국민의 헌법적 권리인 참정권을 홍 후보가 정면으로 무시한 것이다. 출마 때부터 헌법 정신을 부정한 사람이 과연 대통령이 되어도 괜찮은가 하는 원초적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홍 후보의 꼼수와 꼴불견은 시간이 지나 되돌리지도 못한다. 유권자가 심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