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의 역발상 성공 비결은 '문어발' 경영?

중앙일보

입력 2017.04.08 10:00

아마존의 주요 사업과 경쟁업체들

아마존의 주요 사업과 경쟁업체들

'유통, 물류, 전자, ICT, 콘텐트’  

쇼핑몰부터 드라마 제작, 로봇 제조까지 전방위 사업 확장
업종 넘나드는 회원제 서비스 '프라임'으로 고객 사로잡아
지난해 매출 1360억 달러로 10년 새 10배 이상 늘어

1994년 작은 온라인 서점으로 출발한 미국 아마존이 오늘날 손 대고 있는 업종이다.
아마존은 온라인으로 온갖 물건을 판매할 뿐 아니라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태블릿PC나 인공지능 스피커를 만들며, 드라마와 영화를 제작해 배급하고, 드론과 로봇으로 물류를 관리한다. 최근엔 오프라인에 서점과 쇼핑몰을 잇따라 열며 현실 세계에서도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말로 속칭 ‘문어발’ 기업이다.
 온갖 업종에서 사업을 벌이다 보니 ‘미국에 아마존의 경쟁사가 아닌 회사가 없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아마존은 클라우드 서비스에서 IBM, 마이크로소프트와 경쟁하고 전자상거래에선 이마트, 이베이와 순위를 겨룬다. IT생태계 패권을 놓고는 애플, 구글과 맞선다.
 아마존의 라이벌들은 하나하나가 해당 분야에서 말 그대로 극강이다. 그 극강 라이벌들을 상대로 한꺼번에 전쟁을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동시다발적인 전선을 유지하고 있는 아마존에 대해 문어발식 확장이 핵심역량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아마존이 드라마를 직접 제작한다고 선언하고 로봇 제조업체를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확장에 나서던 2012년 아툴 텍찬다니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경영학)는 “아마존의 핵심역량은 전자상거래였다. 그러나 최근엔 전자상거래와 아무 상관이 없는 콘텐트 배급과 로봇 제조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며 “핵심역량이 불확실해지는 것은 기업의 앞날이 위험하다는 신호”라고 지적했다.

아마존이 인수한 로봇제조사 KIVA의 창고관리 로봇. 현재 아마존 창고 20여 곳에 약 4만5000대의 KIVA로봇이 배치돼 있다.

아마존이 인수한 로봇제조사 KIVA의 창고관리 로봇. 현재 아마존 창고 20여 곳에 약 4만5000대의 KIVA로봇이 배치돼 있다.

그러나 이런 진단은 기우였다.
 아마존의 기세는 꺾이지 않았다.
 아마존은 설립 이래 23년간 무서운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아마존의 매출은 1360억 달러(약 152조원)로 지난해보다 20% 이상 증가했다. 2006년 매출(107억 달러)과 비교하면 불과 10년만에 10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주가도 빠르게 치솟고 있다. 5년 전 주당 200달러에도 못 미치던 아마존 주가는 4일 기준 903달러를 기록했다.
 시가총액은 4000억 달러(약 450조원)로 세계 5위 규모다.
 문어발 경영을 기업의 핵심 역량을 저해하는 기피 사례로 여기던 기존 경영학의 통념을 아마존은 완전히 깨뜨린 것이다.

미국 아마존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인 제프 베조스. [중앙포토]

미국 아마존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인 제프 베조스. [중앙포토]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할까?
 아마존의 수많은 사업들은 언뜻 중구난방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하나의 목적을 향하고 있다.
 아마존의 모든 서비스를 엮은 전방위 플랫폼을 고객의 일상에 정착시키는 것이다.
 아마존 설립자 제프 베조스는 아마존에 대해 “우리는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고자 한다. '아마존이 되고자 하는 것'을 가리키는 표현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존 업종의 틀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의미다.

아마존의 가장 큰 강점은 물류와 데이터를 동시에 거머쥐고 있다는 것이다.
 월마트 등 소매업체는 소프트웨어 기반이 취약하고, 애플 같은  IT업체는 유통·물류망이 없다.
 양쪽 모두를 가진 아마존은 소비자의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연결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다른 어느 기업도 하기 어려운 일이다.

아마존 대시. 손가락만한 스위치 모양의 아마존 대시는 휴지, 세제 등 자주 주문하는 소모품을 누르기만 하면 자동 주문해주는 간편 주문 시스템이다. [출처 아마존닷컴]

아마존 대시. 손가락만한 스위치 모양의 아마존 대시는 휴지, 세제 등 자주 주문하는 소모품을 누르기만 하면 자동 주문해주는 간편 주문 시스템이다. [출처 아마존닷컴]

대표적인 제품이 2014년 출시한 아마존 대시다.
 손가락만한 스위치 모양의 아마존 대시는 휴지, 세제 등 자주 주문하는 소모품을 누르기만 하면 자동 주문해주는 일종의 간편 주문 시스템이다.
 휴지가 떨어졌을 때 굳이 마트에 가거나 온라인 쇼핑몰에 접속할 필요 없이 집 안이나 사무실에 부착해놓은 아마존 대시 버튼을 누르면 평소 쓰던 제품이 자동으로 주문돼 몇 시간 내로 배송된다.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아마존의 사업 역량이 얼마나 손쉽게 소비자의 일상에 침투하는지 보여주는 기술이다.
 지난해 아마존 대시를 이용한 물품 주문량은 전년 대비 5배 증가했다.

이 같은 아마존식 문어발 경영이 구축한 생태계는 소비자들에게 포기하기 어려운 안락함을 제공한다.
 아마존의 회원제 서비스인 '아마존 프라임'은 한달 11달러(약 1만2000원) 비용으로 회원 한정 할인(유통), 무료 특급 배송(물류), 무제한 사진 저장공간(클라우드),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뮤직(콘텐트) 등 다양한 서비스를 모두 제공받을 수 있다.
 그밖에 회원 대상 매달 무료 전자책 증정이나 전용 신용카드 발급 등 프라임 회원의 혜택은 50가지가 넘으며 현재도 계속 추가되는 중이다.

이처럼 업종을 망라한 경험을 하나의 회원제 서비스로 제공할 수 있는 것이 아마존의 강점이다.
 이렇게 확보한 프라임 회원은 자연스럽게 아마존의 충성 고객이 된다.
 미국 경제지 패스트컴퍼니의 분석에 따르면 아마존 프라임 회원은 미국에서만 약 5000만 명에 달하며, 이 회원들은 매년 비회원보다 4배 이상 많은 평균 2500달러를 아마존에 쓴다.
 패스트컴퍼니는 "아마존이 프라임에 더 많은 제품과 서비스를 도입할수록 더 많은 고객이 프라임 회원이 돼 보다 다량의 물건을 구입하게 된다"며 "그러면 아마존은 더 방대한 고객 데이터를 손에 넣어 아마존 대시처럼 고객의 취향에 맞는 새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기준 기자 forideali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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