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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 모래 빛나는 내성천에 인공폭포라니 … 공사 중단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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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영주시 평은면 용혈리 내성천변에 건설될 인공폭포 ‘금강비룡폭포(가칭)’ 조감도. [사진 영주시]

영주시 평은면 용혈리 내성천변에 건설될 인공폭포 ‘금강비룡폭포(가칭)’ 조감도. [사진 영주시]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낙동강. 그 줄기엔 강물이 산에 막혀 ‘물돌이동’을 만들어 낸 곳이 여럿 있다. 경북 영주시 무섬마을도 그 중 하나다. 무섬은 ‘물 위에 떠 있는 섬’이란 뜻이다. 무섬을 휘감고 흐르는 물이 바로 낙동강의 지류인 내성천이다. 내성천은 길이 106.3㎞ 구간에 무섬마을을 비롯해 회룡포마을, 용포마을, 삼강주막 등을 끼고 있다. 경북 봉화군에서 발원해 영주를 관통하고 다시 안동·문경을 거쳐 예천군에서 낙동강 본류로 흘러들어간다. 내성천은 모래톱이 많아 ‘은빛 모래강’으로도 유명하다. 깊이가 얕아 마음대로 건너다닐 수 있고 상류에서 하류까지 걸어서 완주할 수 있다.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종 의 흔적도 도처에 발견된다.

영주시 건설 계획에 환경단체 반발 #“설치장소 장구봉 지질 약해 부적절 #100년 된 소나무 괴사 등 환경재앙” #시는 “전문가 검증 거쳐” 강행입장

최근 영주시가 내성천에 인공폭포를 설치하려고 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환경단체는 인공폭포로 내성천이 훼손될 수 있다며 공사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6일 영주시에 따르면 오는 11월까지 평은면 용혈리 영주댐 인근 장구봉에 인공폭포 ‘금강비룡폭포(가칭)’를 조성한다. 높이는 61m, 폭은 2∼4m 규모다. 사업비 15억원이 들어간다. 폭포 외에도 수변 생활체육공원, 물 문화관, 오토캠핑장 등이 들어설 계획이다.

영주시 관계자는 “지역주민과 관광객이 편안하게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시설을 설치하는 등 시민 휴식공간이자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환경단체는 반발하고 있다. 17개 환경단체가 모여 만든 ‘내성천 살리기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지난 3일 성명을 내고 인공폭포 설치공사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대책위는 내성천과 인근 부석사, 소수서원, 무섬마을, 이산서원·도정서원 등을 품고 있는 이 일대를 ‘내성천 국립공원’로 지정하기 위한 운동을 펼치고 있다.

대책위는 “인공폭포를 설치하는 장구봉은 아름다운 모래강 내성천의 중심적인 지점으로서 인공폭포가 넘볼 수 없는 고귀한 가치와 특별한 유래를 갖는 곳”이라며 “장구봉의 암석은 견고하지 않아 배관 설치물이나 물줄기의 타격에 훼손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또 “이곳엔 100년이 넘는 소나무들이 바위틈에 자라고 있는데 이 또한 사멸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대책위는 “한적한 시골 겨우 10여 가구 남짓 되는 마을 주민을 위해 세금을 크게 들여 인공폭포를 설치하는 것은 사례가 없는 특이한 경우로, 매년 많은 유지·운영·보수비 지출이 예상된다”면서 “이는 표를 얻기 위한 술수로 지적돼 시민 지탄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환경단체들은 내성천 상류에 영주댐을 건설할 때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었다. 댐을 건설하면 낙동강에 맑은 물과 모래를 공급해주는 내성천 물길이 막히고 내성천 모래강이 모습을 감출 것이란 주장이었다. 대책위는 “영주댐에 담수를 했더니 모래가 사라지고 하천은 모래정화 기능을 잃어 상류의 가축 분뇨가 정화되지 않은 채 그대로 댐에 유입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영주시 이영희 하천과장은 “현재 장구봉에 대한 암석·지질조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이곳의 암석이 연약하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라며 “내성천이 훼손되고 100년 된 소나무가 모두 고사할 것이란 주장이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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