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사 “황교안 면담” 일방적 발언 … 정부 “부적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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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나가미네 야스마스

나가미네 야스마스

부산의 일본 총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에 반발, 일본으로 돌아갔다가 85일 만에 귀임한 나가미네 야스마스(長嶺安政) 일본대사가 6일 오후 청와대에서 김규현 외교안보수석을 면담했다. 지난 4일 귀임한 직후부터 우리 정부 고위 당국자들과 면담을 공개적으로 요청해 ‘외교적 결례’ 논란을 부른 뒤 이뤄진 첫 면담이다.

장관들에게도 퇴짜 맞은 나가미네 #외교 수석 만나 소녀상 이전 요구

나가미네 대사는 귀임하는 공항에서부터 “즉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만나 한·일 합의(위안부 문제) 이행을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대사가 주재국 원수 대행을 만나 양국 갈등의 핵심 이슈에 대해 압박을 가하겠다는 듯한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보낸 것이다. 이어 윤병세 외교부 장관, 홍용표 통일부 장관, 한민구 국방부 장관 등에게도 면담을 요청했다.

이 같은 나가미네 대사의 행보에 대해 우리 정부는 6일 공식적으로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외국 정상 예방 관련 사항을 양측 간 조율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대외적으로 언급한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통일부와 국방부는 만남이 어렵다는 입장을 이미 일본 측에 전달했다. 윤 장관 면담 요청에 대해서도 조 대변인은 “아직 입장을 전달하진 않았지만 외교 관례와 면담 필요성 등을 종합 검토해 우리 정부가 자체적으로 판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석 달 가까이 임지를 비웠다가 돌아와선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주재국 원수 대행, 장관을 만나 사실상 항의를 하겠다고 저러는 것은 납득하기 힘든 행동”이라며 “면담 성사 여부는 전적으로 우리 정부가 필요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고, 지금으로선 즉각적으로 대응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대통령 권한대행을 보좌하는 김규현 외교안보수석과의 면담은 허용했다. 김 수석은 차관급이다. 청와대에 따르면 이번 면담은 나가미네 대사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양측은 이날 오후 3시부터 한 시간가량 만났다. 나가미네 대사는 그동안 주장한 대로 부산 일본 총영사관과 서울 일본대사관 앞에 세워진 위안부 소녀상을 이전할 것을 강하게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정부 교체와 상관없이 양국 간 일본군 위안부 합의가 성실하게 이행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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