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후마니타스] 'K뱅크' 직접 가입해보니 "영상통화 쑥스러워요"

중앙일보

입력

K뱅크 직접 가입해보니.

K뱅크 직접 가입해보니.

인터넷전문은행 'K뱅크'가 지난 3일 자정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점이나 영업소 없이 스마트폰 등 모바일기기에서 은행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은행을 말한다. 국내에선 K뱅크가 처음이다. 지난해 12월 은행업 본인가를 받아 3일부터 700여명의 임직원이 모바일은행 서비스를 돌리는 중이다.

K뱅크가 강조하는 서비스 키워드는 '편리함'이다. 은행을 방문하지 않아도 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 체크카드가 없어도 현금을 인출할 수 있단다. 본인인증에는 '영상통화' 인증이 도입됐다. 과연 얼마나 편리하고 빠르게 계좌를 만들 수 있을까. 직접 가입해봤다. 무엇보다 '공인인증서'만 떠올리면 두드러기가 나는 이들도 거부감 없이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스마트폰 들고 20분, 지문으로 계좌 '뚝딱'

스마트폰에 'K뱅크' 앱을 내려받으면 가입 준비는 끝난다. 처음 앱을 시작하면 마치 평범한 서비스에 회원가입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회원가입 및 첫 계좌개설 과정을 거친다. 본인 명의의 스마트폰이라면 인증번호를 받아 바로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국내 첫 인터넷은행 'K뱅크'가 4월 3일부터 업무를 시작했다.

국내 첫 인터넷은행 'K뱅크'가 4월 3일부터 업무를 시작했다.

운전면허증을 이용해 가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다소 문제가 있었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신분증을 찍어 본인인증을 해야 하는데, 몇 차례 사진을 찍어도 제대로 된 정보가 입력되지 않은 것이다. 사무실 등 조명이 밝아 반사가 심한 환경에서는 '그럴 수 있다'는 게 상담원의 설명이다. 만약 가입 과정에서 신분증 인증에 계속 실패해도 낙담할 필요는 없다. '나중에 하기' 단추를 누르고 다음으로 넘어가면, 영상통화 인증 과정에서 상담원이 다시 인증해준다.

신분증 인증 과정이 다소 까다로울 수 있다.

신분증 인증 과정이 다소 까다로울 수 있다.

'다음에 하기' 버튼을 누르면 상담원이 직접 확인해준다.

'다음에 하기' 버튼을 누르면 상담원이 직접 확인해준다.

신분증 인증을 거쳐 이메일 계정과 비밀번호를 등록하면 계정 등록은 우선 완료된다. '아이폰6', '갤럭시S7' 등 지문인식 기능이 있는 스마트폰을 쓰고 있다면 이 과정에서 지문도 등록하는 것이 좋다. 입출금 등 거래 대부분에 지문인식기능이 쓰인다.

또 당장 실물 통장은 없지만, 통장 비밀번호와 체크카드 비밀번호도 설정해야 한다. 은행에 직접 방문해 몇 장의 서류에 이름과 날짜를 쓰고 서명을 하는 그 단계를 스마트폰에서 한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본인인증에 영상통화라니 "쑥스럽네요"

계좌 개설의 마지막 단계는 영상통화다. 스마트폰 카메라 건너편에 있는 상담원이 직접 가입자의 얼굴과 신분증을 함께 확인하는 과정이다.

"안녕하세요. 상담원 ○ ○ ○ 입니다. 신분증을 얼굴 밑 턱 쪽에 올려 보여주세요."

"이... 이렇게요?"

"이... 이렇게요?"

"이... 이렇게요?"

"아니면... 이렇게 들까요?" 신분증을 '잘 보여달라'는 상담원의 요구에 엉거주춤.

"아니면... 이렇게 들까요?" 신분증을 '잘 보여달라'는 상담원의 요구에 엉거주춤.

상담원의 요청대로 운전면허증을 들고 스마트폰 전면 카메라를 엉거주춤 마주봤다. 사무실에서 가입하는 이들이라면 스피커폰보다는 이어폰을 끼우는 것이 좋다. 신분증과 함께 얼굴을 내 보이고 있으니 마치 구치소의 '머그샷'을 찍는 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영상통화 인증이라는 말 만 듣고 상담원의 얼굴도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얼굴을 보여주는 이는 가입자 뿐이다. 그러나 서로 얼굴을 마주보는 진짜 영상통화였다면 더 어색하지 않았을까.

계좌 개설이 완료되고, 5만원을 입금해봤다.

계좌 개설이 완료되고, 5만원을 입금해봤다.

현금인출은 어디서? 카드 없어도 편의점 OK

현금인출도 될까? 가능하다. 카드가 없어도 된다. K뱅크는 이를 '무카드출금'이라고 부른다. GS25 편의점에 설치된 현금인출기에서 'K뱅크' 메뉴를 선택하면 된다. 다만, 편의점에 현금인출기가 설치돼 있는지 확인해야 하므로 다소 발품을 팔아야 할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

현금을 인출하려면 자신의 K뱅크 계좌번호와 K뱅크 앱 가입 시 직접 설정한 무카드거래용 여섯 자리 비밀번호, 체크카드 비밀번호를 순서대로 입력하면 된다. 편의점이 시중은행의 CD/ATM 기기 기능을 대신하는 셈이다.

카드 없이 편의점에서 비밀번호만으로 3만원 인출.

카드 없이 편의점에서 비밀번호만으로 3만원 인출.

K뱅크에 따르면 서비스 시작 사흘만에 가입자 10만명이 몰렸다고 한다. 시중은행의 업무가 끝난 4시 이후에도 가입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공인인증서와 보안카드, 플라스틱 OTP, 사용자 처지는 한 번도 고려하지 않은 것처럼 생각될 정도로 엉망인 시중은행의 스마트폰 앱에 지친 이들이 그만큼 많다는 것을 방증하는 건 아닐까.

영상통화 본인인증을 도와준 K뱅크 상담원은 "하루에 보통 영상통화 인증을 100건 정도 진행하고 있다"라며 "모든 상담원이 하루에 많은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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