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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스타벅스는 웃는 데, 카페베네는 왜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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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과포화’란 지적도 있지만 ‘그래도 성장한다’는 인식이 더 강하다. 국내 커피전문점 시장 얘기다. 국내 커피 전문점이 5만 개, 시장 규모가 6조원에 이르지만 지금도 꾸준히 신규 매장이 늘어가는 이유다.

양극화가 가른 커피 시장 희비 #스타벅스 ‘고급’이미지 내세워 선전 #저가 커피는 편의점 제품이 대세 #카페베네는 신규 사업 계속 실패 #해외 손실도 커지며 자본잠식 #“특징 없는 토종 브랜드 도태 위험”

하지만 ‘카페베네’ 의 경우는 장밋빛 전망이 틀릴 수도 있다는 근거를 제공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집계 결과, 카페베네는 지난해 연결포괄손익 기준 매출액 817억원에 영업손실 134억원을 기록했다. 2015년 매출액 1210억원 대비 32% 줄었고, 영업 손실은 18% 늘어났다. 이익잉여금(-558억원)이 자본금(432억원)보다 많아 자본잠식 상태가 됐다.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카페베네는 국내 토종 커피전문점의 선두 주자로 꼽혔다. 2008년 1월 천호동에 1호점을 창업한 카페베네는 2010년 300호점, 2012년 800호점을 돌파했다. 2012년 연결기준 매출액은 2207억원, 영업이익은 66억원에 달했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카페베네의 실적은 악화됐다. 이유는 과도한 확장과 해외 투자 실패가 꼽힌다. 미국 법인에서는 지난해 132억원의 손실을 내기도 했다. 중국에서도 합작 투자를 했다가 수십억원의 손해를 봤다. 한 전직 카페베네 간부는 “화이팅하는 취지는 좋았지만, 성급하게 해외진출을 준비했고 비용 구조가 너무 방만해 실패했다”고 분석했다. 국내에서 진행한 신규 사업도 줄줄이 실패했다. 레스토랑 ‘블랙스미스’와 빵집 ‘마인츠돔’은 동반성장위원회의 중소기업적합업종에 선정돼 출점에 제한이 걸렸다. 결국 사업을 접었다. 야심차게 론칭한 드럭스토어 디셈버24도 2012년 7월 출시 이후 6개월만인 2013년 1월 사업을 폐지했다. 2013년 카페베네가 추진해 온 약 900억원 규모의 ‘하남 하이웨이파크’ 사업도 자금부족으로 결국 무산됐다.

2012년 김선권 카페베네 창업주(오른쪽에서 둘째)가 중국 베이징 왕징에서 열린 ‘카페베네 중국 진출 기념식’행사에 참석한 모습. [사진 카페베네]

2012년 김선권 카페베네 창업주(오른쪽에서 둘째)가 중국 베이징 왕징에서 열린 ‘카페베네 중국 진출 기념식’행사에 참석한 모습. [사진 카페베네]

카페베네는 이에 따라 전면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카페베네는 창업주인 김선권 전 회장이 물러났고, 글로벌 사업권을 싱가포르 사모펀드 ‘한류벤처’에 매각하고 165억원을 투자받았다. 한류벤처는 ‘인도네시아의 롯데’로 불리는 살림그룹과 싱가포르의 식품기업인 푸드 엠파이어가 합작한 법인이다. 카페베네는 또 한류벤처로부터 110억원을 차입금 형태로 지난해 말 80억원, 올해 초 30억원 등으로 추가로 투자받았다.

김종욱 카페베네 차장은 “지난해 실적 부진은 그동안 부실이 쌓여있는 미국 등 해외 사업의 연결 손실을 회계에 반영했기 때문”이라며 “해외 쪽 부실을 정리하고 있다는 것으로 이해해 달라”고 설명했다. 김 차장은 “한국 사업만 기준으로 보면 영업 손실 규모를 2015년 43억8200만원에서 지난해 5억5400만원으로 줄였다”면서 “올해 중 국내 사업을 영업이익 기준 흑자로 전환하고 사업의 내실을 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 2015년 10월 기준 3개월 이내 조사대상 커피전문점 이용자 1000명 대상,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한국소비자원

※ 2015년 10월 기준 3개월 이내 조사대상 커피전문점 이용자 1000명 대상,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한국소비자원

카페베네가 주춤하는 사이, 커피 시장은 ‘양극화’를 키워드로 재편되고 있다. 외형은 커졌다. 주요 커피전문점 브랜드 9곳의 매장만 하더라도 7715곳에 달한다. 100% 직영으로 운영하는 스타벅스는 최근 매출액 1조원을 돌파했다. 가맹점 비율이 높은 CJ푸드빌 투썸플레이스가 매장수 824곳에 매출 2000억원, 이디야가 매장수 2200곳에 매출액 1535억원, 롯데리아의 엔제리너스가 매장 890곳에 매출액 1465억원을 기록했다.

글로벌 브랜드들은 이른바 ‘하이엔드(최고급)’ 이미지를 내세워 선전하고 있다. 스타벅스가 대표적이다. ‘자몽 허니 블랙티(중간 크기 5300원)’ ‘슈크림 라떼(5800원)’ 등 스타벅스의 계절 한정 음료는 출시 때마다 매진행진을 보이고 있다. 매일유업이 들여온 폴 바셋은 유명 바리스타 폴 바셋을 내세워 ‘커피 맛이 좋은 비싼 커피’ 마케팅을 하고 있다. 2009년 사업을 시작한 후발주자지만 지난해 기준 매출 653억원을 올렸다.

편의점 커피숍 역시 소위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앞세워 고객을 빨아들이고 있다. CU 편의점은 큰 사이즈(12온스) 기준 1200원 짜리 ‘겟(GET) 커피’를 내놨다. GS25는 ‘카페 25’, 세븐일레븐은 ‘세븐 카페’라는 이름으로 1000원대 커피를 내놓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한국야쿠르트가 콜드브루 커피(개당 2000~2500원)를 가정이나 사무실에 배달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이후 출시 1년만에 330억원 어치가 팔렸다.

※ 2015년 10월 기준 3개월 이내 조사대상 커피전문점 이용자 1000명 대상,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한국소비자원

※ 2015년 10월 기준 3개월 이내 조사대상 커피전문점 이용자 1000명 대상,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한국소비자원

커피전문점 중에서도 가성비를 내세운 저가 커피가 약진하고 있다. 2000곳 넘는 매장을 운영하는 이디야가 선두주자다. 요리연구가 백종원씨의 커피전문점 ‘빽다방’도 한 잔에 1500원 안팎의 커피를 내세우면서 점포를 500곳 넘게 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커피 전문점의 경쟁이 격화되는 시점에서 차별화 노력 없이는 도태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다.

한수진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홍보국장은 “저가 시장에서 편의점 커피가 매섭게 확장하고 있고, 프리미엄 커피 시장에서는 스타벅스 등 글로벌 브랜드의 선점효과가 여전하다”면서 “토종 커피전문점들은 변별력 있는 아이템이나 서비스 등 차별화 포인트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 국장은 “기존에는 99㎡(약 30평) 규모의 역세권 매장 위주로 창업을 했다면, 요즘에는 규모나 콘셉트를 다양화하고 배달 서비스를 하는 등 커피전문점도 변화의 움직임이 있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이현택 기자 mdf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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