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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키워 정력제로 밀매…동남아서 ‘호랑이목장’ 늘어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6월 '호랑이사원'으로 불리는 태국의 왓 파 루앙 타 부아 사원에서 발견된 어린 호랑이의 사체. [신화사=뉴시스]

지난해 6월 '호랑이사원'으로 불리는 태국의 왓 파 루앙 타 부아 사원에서 발견된 어린 호랑이의 사체. [신화사=뉴시스]

삼엄한 감시망 속에서도 세계적인 멸종 위기종인 호랑이의 밀매가 끊이지 않고 있다. 

호랑이를 번식시킨 뒤 도살해 한약재나 정력제로 파는 이른바 ‘호랑이목장’이 동남아에서 성행하고 있다고 일본 아사히신문이 4일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호랑이의 주요 부위는 주로 태국·라오스 등지의 목장에서 수요가 많은 중국·베트남으로 팔려나가고 있다.
지난해 6월 태국 당국에 적발된 호랑이사원이 대표적인 사례다.
태국 서부 칸차나부리주 사이욕의 밀림지대에 있는 왓 파 루앙 타 부아 사원은 일명 호랑이사원으로 불린다.
태국 야생생물보호청 직원과 경찰이 급습하기 전까지만 해도 147마리의 호랑이와 승려들이 평화롭게 어울려 지내는 세계적인 명소였다.
그러나 실상은 호랑이 도살장에 지나지 않았다.
현지 당국의 조사 결과 사원에서 어린 호랑이 사체 60구와 호랑이뼈로 만든 부적 1000여 개, 모피 2점, 호랑이를 해부할 때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손도끼 등이 발견됐다.

사건 이후 종적을 감췄던 주지는 4개월 뒤에 나타나 태연히 “다른 승려들이 했다.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발뺌했다.
하지만 주지의 지시로 태국 중부의 호랑이목장에서 호랑이 105마리를 사들인 사실이 당국 수사로 밝혀졌다.
호랑이 사육과 도살에 가담했던 전직 승려는 “모피가 다치지 않도록 신중히 작업했다”며 “어금니나 발톱은 마귀를 쫓는 부적으로 쓰이는 등 호랑이는 버릴 게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태국 호랑이사원에서 발견된 호랑이 가죽. [AP=뉴시스]

태국 호랑이사원에서 발견된 호랑이 가죽. [AP=뉴시스]

호랑이목장과 사육 호랑이 밀거래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영국 NGO 단체 국제환경조사기구(EIA)에 따르면 태국·라오스·중국·베트남 등지에서 운영 중인 호랑이목장은 240여 곳이다.
이들 목장에서 사육 중인 호랑이는 7000~8000마리로 야생 호랑이의 배가 넘는다.
세계자연보호기금(WWF)은 2000~2015년 사이 밀수조직으로부터 압수한 호랑이만 1755마리에 이른다고 밝혔다.
압수품 가운데 2%에 불과하던 사육 호랑이는 15년 새 비중이 50%로 크게 늘었다.
라오스의 상황은 더 열악하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호랑이를 포함해 각종 야생동물들의 밀매 허브 역할을 하는 목장들이 곳곳에 있다는 것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라오스 중부의 한 목장은 2014년 한 해에만 호랑이 20t(약 13억원 상당)과 상아 90t(약 250억원 상당)을 시장에 내놨다.
라오스 정부는 거래를 허락해주는 대가로 판매금의 2%를 세금으로 챙겼다.

태국 호랑이사원에서 압수한 호랑이 뼈. [AP=뉴시스]

태국 호랑이사원에서 압수한 호랑이 뼈. [AP=뉴시스]

대부분 물품은 국경 너머 베트남과 중국 남부로 실려나갔다.
마약 재배로 유명한 라오스 서부 ‘골든 트라이앵글’ 지역에는 중국 자본이 개척한 100㎢ 규모의 호랑이 밀매 거점도 있다.
중국 윈난(雲南)성까지 차량으로 5시간 정도 거리로 중국 이동통신 서비스가 다다르는 지역이다.
이곳에선 호랑이뼈술을 관광책자에 선전할 정도로 호랑이 거래가 활발하다.
실제 토산품 가게에선 말린 호랑이 생식기로 담근 술도 팔고 있다.
가격은 1병에 1만 엔(약 10만원) 정도라고 신문은 소개했다.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의 중국계 호텔이나 골동품 가게에서도 호랑이의 각종 부위가 팔려나가고 있다.
주로 한방 약재로 인기가 높은데, 판매상들은 부위별로 약효가 다르다고 선전한다.
가령 골수를 고아 만든 젤라틴은 간 질환, 다리 뼈는 요통, 뇌는 거칠어진 피부 등에 효험이 있고, 호랑이 오줌은 정력을 증진시킨다는 것이다.
두개골과 고기는 입수하기 까다로워 선금을 줘야 하는 실정이다.
호랑이 밀매를 감시하는 제레미 더글라스 유엔 마약·범죄사무국(UNODC) 지역대표는 “호랑이에 대한 수요가 계속 암시장을 자극하고 있다”며 “시장이 존재하는 한 야생종 밀렵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태국·라오스서 중국·베트남으로 유통 #'호랑이사원' 뒤져 사체 60구 찾아내 #목장 240여 곳…7000~8000마리 사육 #"호랑이 오줌 정력에 좋다" 선전도 #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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