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내 SNS 팔로어 1억명이라 가짜 미디어에 갈 필요 없어" FT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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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 오벌 오피스에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를 하던 도중 큰 소리로 누군가를 찾았다. 전직 골프 캐디로, 대선 때 트럼프의 소셜미디어를 담당했던 댄 스카비노였다. 그는 백악관에서 소셜미디어 국장을 맡고 있다.


 스카비노는 트럼프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팔로워의 규모가 담긴 자료를 노트북에 담아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올린) 트윗이 없었다면 난 이자리에 오지 못했을 거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인스타그램에서 내 팔로워가 1억명이 넘는다. 그래서 가짜 미디어에 갈 필요가 없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고 FT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대통령직 즐기고 있다" …프랑스 극우 마린 르펜에 대해 "만난 적 없고 잘 몰라"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정상회담이 다음 주 열린다 [사진 중앙포토]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정상회담이 다음 주 열린다 [사진 중앙포토]

 동맹국이나 정치적 반대파, 또는 세계 각 국의 귀에 거슬릴만한 내용을 트위터에 올렸던 것을 후회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후회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어 “만약 당신이 수백개의 트윗을 올렸는데 가끔 시끄러운 소리가 났다고 하면 나쁜 건 아니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인터뷰에서 유럽의 상황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와 관련해 다른 유럽 나라들도 이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던 과거 발언과 달리 이번 인터뷰에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처음 브렉시트가 일어났을 때는 다른 나라들도 따라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EU가 갈수록 함께 행동하고 있다"며 “영국과 EU 모두에게 좋은 일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메르켈 총리. 트럼프는 메르켈의 악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AP=뉴시스]

트럼프 대통령과 메르켈 총리. 트럼프는 메르켈의 악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AP=뉴시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백악관 정상회담에서 악수를 거부했다는 논란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거듭 해명하려 애썼다. 트럼프는 “메르켈 총리와 대단한 회담을 했고, 나는 정말 그녀를 좋아한다"면서 “당시 회담 때 5번 가량 악수를 했는데, 기자들이 악수를 해달라고 요청했을 때는 그 말을 듣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프랑스의 극우 포퓰리즘 대선후보로 ‘유럽의 트럼프'로 불리는 국민전선(NF) 소속 마린 르펜과 자신을 비교해 달라는 질문에 트럼프는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모르겠다. 외부의 혼란이 대선 레이스를 바꿔놓은 일이 일어났다는 것은 아는데, 정말 르펜을 모르고 만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인터뷰에서 동맹국들이 미국의 안보 우산 아래에서 무임승차하고, 부상하는 중국이 국제 무역 규정을 어기는 등 기울어져 있는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들겠다는 각오를 명확히 했다. “미국이 8000억달러의 무역적자를 보고 있다"면서다. 미ㆍ중 정상회담을 나흘 앞둔 상황을 의식해서인지 트럼프는 “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중국을 많이 존경한다. 시 주석과 내가 양국 모두에게 이익이 되고 드라마틱한 일을 해내면 좋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외에 강력한 세제 개혁을 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구체적인 시점은 공개하지 않았다. 오바마케어를 페기하고 대체하기 위한 협상이 타결될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트럼프는 “대통령직을 즐기고 있으며, 정말 좋아한다. 우리는 정말 잘하고 있고 많은 일을 해냈다"며 자화자찬도 했다고 FT는 전했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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