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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잡합니다”…박근혜 전대통령 구속 TK 민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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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잡합니다.”
31일 오전 박근혜 전 대통령이 간밤에 구속 수감됐다는 소식을 접한 '박근혜의 정치적 고향' 대구·경북(TK)의 민심은 무겁게 가라앉았다.
출근길에 만난 대구시민들은 “착잡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박 전 대통령 구속의 필요성을 받아들이면서도 인간적인 안타까움을 떨쳐버리지 못했다.

마땅하다는 반응도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31일 새벽 경기도 의왕시 안양판교로 서울구치소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31일 새벽 경기도 의왕시 안양판교로 서울구치소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동대구 복합환승센터에서 만난 회사원 이상일(56·대구 수성구 범물동)씨는 “검찰 수사로 보면 구속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때 많이 좋아했던 정치인이기 때문에 안쓰러운 느낌도 든다”고 말했다.
고속버스 운전기사 김모(45)씨도 “기분이 좋지 않은 아침이다. 법원이 판단한 것이지만, 꼭 구속까지 해야 했나 하는 의문이 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가 있는 구미시의 고위 관계자는 "구미시민 대부분이 구속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대통령이 이번 사태를 조기에 수습하지 못한 게 무척 아쉽다"고 말했다. 박정희 대통령 생가보존회 전병억(78) 이사장은 "영장이 기각될 줄 알았는데 구속되니 어이가 없다. 말할 수 없이 참담하다"고 말했다.

법원 결정이 마땅하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대학원생 이도완(27·경북 경주시 황성동)씨는 “공범이 다 구속됐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다. 전직 대통령도 구속할 수 있는 대한민국이 됐다”고 말했다. 대구 수성구 사월동에 사는 이은경(54)씨는 "국정이 이렇게 혼란 상태가 됐으면 나라를 이끈 대통령으로서 책임질 줄도 알아야 한다"며 "자기 한 몸 살자는 몸부림 같은 게 느껴져 배신감마저 든다"고 말했다.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법원이 올바른 결정을 했다고 본다. 구속된 만큼 검찰도 사건의 실체를 있는 그대로 밝혀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일각에서는 법원 결정에 대한 거친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동대구 복합환승센터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55·여)씨는 “법원 XX들이 야당에 잘 보이려고 저러는 것이다. 진실은 밝혀질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70대 노인은 “언론과 법조계, 야당이 다 빨갱이 놈들”이라고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정치권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익명을 요구한 자유한국당 소속 대구시의원은 “무죄 추정으로 불구속 수사가 원칙인데 전직 대통령을 구속까지 하는 것은 과도한 처사”라면서 “대구와 경북에서 반드시 역풍이 불 것”이라고 법원 결정을 비판했다.
반면 임대윤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위원장은 “법과 원칙의 엄중함을 기준으로 판단할 때 구속은 마땅하다”고 말했다.
대구=송의호·최우석 기자
choi.woo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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