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BBK사건 폭로했던 김경준 출소 … 벌금 못 내 하루 2000만원 노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김경준씨의 2008년 모습.

김경준씨의 2008년 모습.

‘BBK 주가조작 사건’으로 천안교도소에서 복역해 온 김경준(51·미국명 크리스토퍼 김)씨가 28일 오전 만기 출소해 청주 외국인보호소로 인계됐다.

미국 국적이라 강제 출국 대상 #오늘 LA로 가는 항공편 예약 #출소 직전 면담한 민주당 박범계 #“김씨, 언론 통해 진상규명 나설 것”

법무부는 “김씨가 징역 8년과 노역장 유치 500일을 채우고 만기 출소했다”고 밝혔다. 2007년 11월에 범죄인 인도 절차에 따라 미국에서 송환된 김씨는 2009년 5월 대법원에서 주가조작과 횡령 등의 혐의로 징역 8년형과 벌금 100억원 형을 확정받았다. 징역형은 2015년 만기가 됐지만 벌금을 내지 않아 받은 노역장 유치 처분을 이행하느라 출소가 늦어졌다.

법무부 관계자는 “미국 국적인 김씨는 강제출국 심사 대상이다.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외국인보호소로 이동해 절차를 밟는다”고 설명했다.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뒤 석방된 외국인은 강제 출국 심사 대상이다. 이날 천안교도소에서 김씨를 면담한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씨가) 이미 29일 미국 로스앤젤레스행 비행기표를 끊었다. 외국인보호소의 결정이 나면 29일 출국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씨는 17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기획입국’ 논란 속에 미국에서 송환됐다. 그는 송환 직전 언론을 통해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BBK투자자문의 실소유주였고, 옵셔널벤처스 주가조작 및 횡령 사건에도 관여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이명박 후보 진영은 ‘기획입국설’(당시 여권에서 김씨 송환이 성사되도록 다양한 일을 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김씨에 대한 수사에 나선 검찰은 같은 해 12월 5일 그의 주장에 근거가 없다는 결론을 발표했다.

28일 오전 만기 출소한 김경준씨가 탄 차량이 충남 천안교도소를 빠져나오고 있다. [뉴시스]

28일 오전 만기 출소한 김경준씨가 탄 차량이 충남 천안교도소를 빠져나오고 있다. [뉴시스]

김씨는 2000년 2월 자신의 누나 에리카 김씨의 소개로 알게 된 이명박 전 대통령과 함께 ‘LKe뱅크’라는 금융지주회사를 설립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MBA 학위를 받은 뒤 귀국해 1999년 ‘BBK투자자문’을 세운 김씨는 2001년엔 광은창업투자를 인수해 회사 이름을 옵셔널벤처스로 바꾸고 대표이사가 됐다. 그해 12월 김씨는 회삿돈 380억원을 횡령해 미국으로 도피했다가 2003년 미 연방수사국(FBI)에 의해 체포됐다.

이날 천안교도소에서 김씨를 만난 박 의원은 “김씨의 첫마디는 ‘정권이 교체돼 진상이 밝혀지면 좋겠다’였다”며 “‘이 전 대통령도 주가조작 사건에 책임이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김씨가 언론사와의 인터뷰 등을 통해 진상 규명에 나설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김씨의 노역 기간 500일은 일당 2000만원으로 계산돼 정해졌다. 노역장 유치와 관련해 ‘황제노역’ 논란이 계속되자 2014년 형법이 개정돼 현재는 미납 벌금이 5억~50억원이면 500일 이상, 50억원 이상이면 1000일 이상 노역장에 유치된다. 법원관계자는 “근본적으로 벌금형은 징역형에 비해 가벼운 처벌이어서 미납 벌금에 비례해 무한정 노역 기간을 늘리는 것에는 법적인 한계가 있다”며 “김씨는 법 개정 전에 처분을 받아 500일로 노역 일수가 결정됐다”고 말했다.

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