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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는 수학이 아니야' '기도하세요'... 송곳 질문 속 입씨름 펼친 프로농구 감독-선수들

중앙일보

입력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가 28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열렸다. [사진 KBL]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가 28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열렸다. [사진 KBL]

6강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프로농구 6개 구단 감독, 선수들이 재치있는 입담으로 '유쾌한 설전(舌戰)'을 펼쳤다.

한국농구연맹(KBL)은 28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프로농구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를 열었다. 이날 행사엔 프로농구 정규리그 1~6위 팀인 안양 KGC인삼공사, 고양 오리온, 서울 삼성, 울산 모비스, 원주 동부, 인천 전자랜드의 감독과 대표 선수들이 참가했다.

이날 행사는 예년과 달리 각 팀 감독, 선수들이 다른 팀 감독, 선수들에게 평소 묻고 싶었던 걸 묻는 시간도 가졌다. 특정 팀의 감독, 선수에게 궁금한 게 있으면 질문을 하고, 그에 대해 답하는 방식이었다. 딱딱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마치 기자가 된 것처럼 각 팀 간에 뼈있는 농담을 주고받거나 청문회처럼 직설적인 질문과 대답도 오가 흥미를 모았다.

초반에 집중 포화를 맞은 사람은 전자랜드 가드 박찬희였다. 박찬희는 올 시즌 어시스트 1위를 차지했지만 낮은 3점슛 성공률(17.7%)을 기록했다. 이를 두고 동부 가드 허웅이 "플레이오프에서 높은 슛 성공률을 기록해야 하는 선수는?"이라는 질문을 던진 것을 시작해 오세근(KGC인삼공사)도 "같은 팀에서 뛸 땐 슛이 잘 들어갔는데 전자랜드는 동료들이 스크린을 많이 안 걸어줘서 슛 성공률이 떨어진 것 같다. 동료들에게 스크린을 많이 걸어달라고 할 생각은 없나?"하고 묻기도 했다. 그러자 박찬희는 "내 슛 성공률이 좋아야 한다"면서도 "감독님 지시로 슛 외에 다른 역할도 있다. 농구는 수학이 아니다. 이러다 들어갈 수도 있다"고 맞불을 놨다. 여기에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도 "'미친 선수'가 나와야 한다면 박찬희"라면서 "정규리그 때 잘 안 들어갔어도 플레이오프 때 슛이 터져주면 더 높은 곳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거들기도 했다.

감독 중에선 추일승 오리온 감독의 '단답형' 답변이 눈길을 끌었다. 김영만 동부 감독이 "(단신 외국인 선수) 오데리언 바셋이 경기력이 좋다가 시즌 막판 떨어졌다. 플레이오프에서 어떻게 풀어가겠는가"라고 묻자 추 감독은 "그걸 알면 정규리그 우승을 하지 않았을까"라고 답했다. 또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이 "삼성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묻자 추 감독은 "기도하세요"라고 답해 좌중을 웃겼고, 유재학 모비스 감독이 "애런 헤인즈가 막판으로 갈수록 경기력이 떨어지던데…"라고 하자 추 감독은 "서로 질문 안하기로 해놓고선…"이라면서 "대외비"라며 또한번 웃겼다.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가 28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열렸다. [사진 KBL]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가 28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열렸다. [사진 KBL]

청문회 같은 분위기도 있었다. 유재학 감독이 "키퍼 사익스를 기다려줬다고 하는데, 그렇게 기다릴 거면서 왜 우리의 마커스 블레이클리 영입을 망쳤냐"며 김승기 KGC인삼공사 감독에게 물었다. 모비스는 지난해 12월 부상으로 이탈한 네이트 밀러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대체 선수로 영입한 블레이클리와 계약을 연장하려 했다. 그러나 KGC인삼공사가 블레이클리와 모비스의 계약이 끝나자마자 가승인 신청을 내고, 블레이클리는 KGC인삼공사의 영입 제안을 뿌리치고 한국 무대를 떠났다. 김 감독은 이에 "4라운드까지 기다리려고 했는데 감독 1년차라 조급증이 있었다. 유재학 감독님처럼 오래했으면 기다렸을 것"이라며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3개월 가량 지나서 두 감독 사이의 오해도 이 기회를 통해 푼 셈이 됐다.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는 3위 삼성과 6위 전자랜드, 4위 모비스와 5위 동부의 대결로 치러진다. 모비스와 동부의 승자는 선두 KGC인삼공사와 4강 플레이오프에서 만난다. 또 삼성과 전자랜드의 승자는 2위 오리온과 4강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6강, 4강 플레이오프는 5전3승제로 치러지고, 챔피언결정전은 7전4승제로 열린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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