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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돼 5·18기념식서 임을 위한 행진곡 부를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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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대선 D-42 민주당 경선 

개표 결과가 발표되는 도중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초조한 듯 손가락으로 무릎을 계속 두드렸다. “기호 3번 문재인 14만2343표, 60.2%”라는 홍재형 선거관리위원장의 발표로 자신의 압승이 수치로 확인된 뒤에야 문 후보는 긴장감을 내던졌다. 환하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환호하는 지지자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는 “정권교체에 대한 호남의 염원이 크다는 것을 보여 준 것”이라며 “욕심 같아선 수도권에 올라가기 전 대세를 결정짓고 싶다”고 했다. 대세론을 확인한 그는 ‘욕심’까지 드러냈다.

희비 엇갈린 광주 경선 현장 #문, 연설서 ‘정권교체’ 9차례 언급 #안희정 “오늘은 첫 도전, 기회 있다” #박빙 3위 이재명 “역부족인 것 같다”

근소한 차로 2~3위를 차지한 안희정 후보와 이재명 후보는 모두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 애써 입꼬리를 끌어올리려 애를 썼지만 개표 발표 중에도, 발표가 끝난 후에도 진짜 미소와 웃음은 없었다. 안 그래도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 든 안 후보를 홍 선관위원장이 세 번이나 “안정희”이라고 잘못 불러 분위기는 더 썰렁해졌다. 멋쩍어하는 듯한 안 후보의 표정이 대형 스크린을 통해 그대로 중계됐다. 안 후보는 결과 발표 뒤에야 웃으며 낙담한 지지자들을 위로하려 했다. 안 후보는 “오늘은 첫 도전”이라며 “충분히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대통령후보자 호남권선출대회가 27일 광주여대 유니버시아드체육관에서 열렸다. 경선 후보 지지자들이 투표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통령후보자 호남권선출대회가 27일 광주여대 유니버시아드체육관에서 열렸다. 경선 후보 지지자들이 투표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이재명 후보는 “의미 있는 2등을 당연히 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역부족인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이 후보의 지지자 일부는 “부정 투표다! 문재인 후보는 당장 사퇴하라!”고 확성기로 울분을 토로했다.

개표 결과가 발표되기 전까지의 하이라이트는 1인당 12분의 시간을 할당받은 후보들의 연설 경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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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후보가 꺼내 든 비장의 카드는 2015년 박지원(현 국민의당 대표) 후보와의 당 대표 경선에서 승리를 안겼던 연설법이었다. 그는 “~할 수 있는 후보가 누굽니까”라는 질문을 던져 청중에게 일곱 차례나 “문재인!”이란 답변을 유도하면서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문 후보는 ‘압도적’이라는 말도 일곱 차례 반복하며 “호남이 압승을 달라”고 했다. 또 ‘정권교체’를 아홉 차례나 강조하며 자신이 적임자임을 강조했다. “호남의 아들딸들이 이력서의 주소를 썼다 지웠다 하는 일을 없애겠다”거나 “정권교체 9일 뒤 5·18민주항쟁 기념식에 대통령 자격으로 참석하겠다. 동지들과 ‘임을 위한 행진곡’을 목청껏 부르겠다”는 감성적인 내용도 연설에 포함시켰다.

안희정 후보는 기존에 준비했던 원고를 내려놓고 즉흥 연설을 했다. 그는 호남 유권자들의 거부감을 의식한 듯 ‘대연정’이란 말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 대신 “진보와 보수 등 낡은 이념의 정치구조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제가 우클릭한다고 걱정들 하시는데 우클릭이 아니라 민주당의 뉴클릭”이라고 강조했다. “서천 앞바다에 꼴뚜기가 제철, 전남 바닷가에 봄 도다리가 제철, 2017년 제철 제 음식은 저 안희정”이란 향토색 짙은 연설 대목에선 웃음이 터졌다.

세 후보 부인들 총출동, 마주치자 포옹도

이재명 후보는 “누구도 박근혜 탄핵을 말하지 않을 때 이재명은 앞장서 탄핵을 외쳤다”며 “문재인·안희정·최성 후보가 돼도 정권교체는 된다. 그러나 이재명이 되면 더 나은 정권교체가 된다”고 외쳤다.

후보의 가족들도 경선장인 광주여대 유니버시아드체육관에 총출동했다. 문 후보의 부인 김정숙씨, 안 후보의 부인 민주원씨와 두 아들, 이 후보의 부인 김혜경씨가 응원에 나섰다. 문 후보의 부인 김씨와 안 후보의 부인 민씨는 대의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며 돌아다니다 우연히 마주치자 서로 손을 잡고 포옹도 했다.

이날 개표 현장에선 초대가수 안치환씨가 ‘임을 위한 행진곡’ 등을 불렀다. 안씨가 “시민 여러분과 함께 이 노래를 부르는 대통령을 원한다”며 노래를 부르자 체육관 안에 있는 사람들도 ‘임을 위한 행진곡’을 따라 불렀다.

광주=채윤경 기자 pchae@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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