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트렌드] 청년 19명 "우리는 또 하나의 가족"

중앙일보

입력 2017.03.28 00:02

업데이트 2017.03.28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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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면

이문동 셰어하우스 들여다보니
서울 이문동 ‘셰어하우스 함께’에 입주한 안웅희·오주현·오은빈·예영경씨(왼쪽부터)가 담소를 나누고 있다.

서울 이문동 ‘셰어하우스 함께’에 입주한 안웅희·오주현·오은빈·예영경씨(왼쪽부터)가 담소를 나누고 있다.

대학생과 사회 초년생으로 구성된 입주자들이 거실에 모여 가족처럼 집안일을 의논한다. 주방에선 함께 요리를 만들어 한 끼 식사를 나눈다. 청년들의 새로운 주거 공간으로 주목 받고 있는 ‘셰어하우스’의 풍경이다. 꿈과 낭만이 넘치는 셰어하우스에 입주한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남녀 대학생, 사회 초년생
주거비 부담 줄이려 입주
서로 의지하며 오순도순

셰어하우스(Share House)=아파트나 빌라, 단독주택 같은 집에 여러 명이 함께 사는 주거 형태. 거실·부엌·욕실 등 공용 공간을 함께 사용하고 방은 1~3명이 나눠 사용한다.

5.5~12㎡ 방에 1~3명 살아

서울 이문동 한국외대에서 교정을 가로질러 인근 주택가로 걷다 보면 ‘셰어하우스 함께’라는 현수막이 걸린 2층짜리 단독주택이 눈에 들어온다. 컴앤스테이라는 업체가 운영하는 곳으로, 20년 넘은 낡고 오래된 주택을 개조해 전용면적 5.5~12㎡ 방 23개를 꾸몄다. 지난달 입주를 시작해 지금은 19명 ‘청춘’의 보금자리다.

지하 1층은 남성 전용, 지상 1~2층은 여성 전용 공간이다. 층별로 함께 사용하는 거실과 주방, 욕실이 따로 있다. 1층 거실 중앙엔 2층으로 올라가는 나선형 계단이 있어 마치 드라마 세트장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거실엔 독서를 하거나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는 책상이 여러 개 놓여 있다. 주방엔 각종 취사도구와 청소용품 등이 갖춰져 있다.

독립 공간인 방에는 침대와 옷장, 책상 등이 붙박이 형태로 마련돼 있다. 깔끔한 인테리어를 갖춘 이곳의 임대료는 보증금 300만원에 월세 37만~46만원이다. 주변 원룸 시세가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50만원 선임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조건이다.

이곳에서 만난 직장인 오은빈(26·여)씨는 지난달 1인실에 입주했다. 경남 거제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대학을 다닌 당찬 ‘경상도 아가씨’다. “셰어하우스에 살면서 제2의 가족이 생겼어요. 고향을 떠나 늘 외롭고 힘들었는데 셰어하우스 덕분에 서울이란 도시에 마음을 붙이게 됐어요.”

오씨의 서울살이는 2015년 여름, 서울 종로의 한 셰어하우스에서 시작됐다. 방학 동안 서울에서 인턴을 하기 위해 두 달간 셰어하우스에서 머물렀다. 지난해 취업에 성공한 뒤에도 그가 선택한 주거공간은 셰어하우스. “취업 후 셰어하우스에서 6개월 정도 살다 혼자 살아보고 싶어 회사 근처에 원룸을 얻었어요. 비가 많이 내린 어느 날 새벽에 보일러실 직수관이 터지면서 물난리가 났어요. 그때부터 집주인과 다툼이 생기면서 1년을 못 채우고 나왔어요.”

오씨가 살았던 서울 중랑구 묵동의 5평 남짓한 원룸은 보증금 3000만원에 월세가 30만원이었다. 월세는 저렴한 편이지만 사회 초년생이 목돈의 보증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았다. 오씨가 현재 살고 있는 셰어하우스 1인실은 보증금 300만원에 월세가 46만원. 월세 부담이 커진 듯하지만 관리비를 비롯해 난방비, 화장지, 종량제 봉투 등 혼자 살면서 부담해야 할 고정 지출이 줄어들어 오히려 원룸에서 살 때보다 경제적이다.

무엇보다 오씨가 느끼는 심리적인 만족감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정도다. “혼자 살 때는 배달음식 시키기도 꺼려졌어요.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선결제하고 음식이 오면 문 앞에 두고 가라고 한 적이 많아요. 오토바이 떠나는 소리가 들리면 그제야 현관문을 열고 나갔죠. 지금은 입주자들이랑 음식을 같이 해먹기도 하고, 배달음식을 시키면 제일 먼저 문 열러 뛰어가요(웃음).”

입주자들이 생활하는 2층 거실, 개인 침실, 욕실, 주방 공간(왼쪽부터).

입주자들이 생활하는 2층 거실, 개인 침실, 욕실, 주방 공간(왼쪽부터).

소통으로 외로움·불안감 덜어

강원도 횡성이 고향인 대학생 안웅희(21)씨와 오주현(21)씨는 2인실에서 함께 살고 있다. 1년 동안 학교 기숙사에서 살았던 안씨는 고향 친구인 오씨가 올해 같은 대학 신입생으로 입학하자 기숙사를 나와 오씨와 셰어하우스 룸메이트가 됐다. 안씨는 기숙사와 비교하면 편리한 점이 많다고 말한다. “기숙사는 4명이 한 방을 쓰고 규율도 엄격해 불편한 점이 많았어요. 취사시설이 없어 음식도 해먹을 수 없었죠. 셰어하우스는 냉장고·세탁기 등이 풀옵션으로 갖춰져 있어 몸만 갖고 들어왔어요.”

동갑내기 친구 두 명은 각각 보증금 300만원, 월세 33만원을 내고 있다. 안씨는 “4인1실 기숙사 비용이 한 달에 37만원꼴인데 기숙사보다 저렴해 군대 가기 전까지 계속 살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제 막 대학생활을 시작한 새내기 오씨도 셰어하우스 생활이 만족스러운 눈치다. “학교 근처에 이 정도 가격의 방을 구하는 게 쉽지 않죠. 낯선 사람들과 함께 사는 게 처음엔 좀 어색했어요. 하지만 개인 공간이 확실히 보장되고 매니저가 청소나 빨래 등 집안일도 어느 정도 관리해 주니 편한 것 같아요. 집주인이 같이 살지 않는 진화한 형태의 하숙집 분위기예요.”

직장·학교 때문에 지방에서 서울로 상경한 대부분의 입주자와 달리 직장인 예영경(27·여)씨는 낭만을 품고 혼자 사는 삶을 택한 케이스다. 서울에서 줄곧 가족과 함께 살다 한 번쯤 혼자 살아보고 싶어 셰어하우스에 입주했다. “적은 보증금으로 직장 가까운 곳에서 살 집을 물색하다 혼자인 듯 혼자가 아닌 것 같은 셰어하우스를 선택했어요. 독립 공간에 살면서 또래 입주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하고 있어요.”

이들은 지난 16일 저녁에 모여 조촐한 입주 파티를 열었다. TV 시청, 세탁기 사용 등 소음이 생길 수 있는 공용공간 사용 시간대를 정하는 등 입주자 회의를 진행했다. 이날 ‘멋진 룸메이트’ 상도 만들었다. 첫 수상자는 며칠 전 나방이 집에 날아들어 모두가 혼비백산한 가운데 과감히 나서 나방을 해치운 노르웨이인 입주자 ‘칼라’가 선정됐다. 여성 입주자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곳에 입주한 청년들은 낮은 보증금과 임대료, 1인당 사용하는 주거면적이 큰 점 등을 셰어하우스의 장점으로 꼽았다. 또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과 일상을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어 좋다고 입을 모았다. 여럿이 모여 살면서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혼자 사는 외로움과 불안감도 떨쳐낼 수 있는 새로운 주거 형태. ‘따로 또 같이’ 살면서 마음을 나눌 수 있다는 게 셰어하우스만의 매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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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한진 기자 jinnylamp@joongang.co.kr, 사진=프리랜서 장석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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