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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유승민 우세 속 반전 노리는 김진태·남경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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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4호 04면

대선 D-44, 보수 후보 윤곽은

자유한국당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한 홍준표·김관용·김진태·이인제 후보(왼쪽부터)가 지난 24일 서울에서 TV토론을 벌이고 있다(왼쪽 사진).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왼쪽)와 남경필 후보가 25일 TV토론에 앞서 손을 맞잡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자유한국당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한 홍준표·김관용·김진태·이인제 후보(왼쪽부터)가 지난 24일 서울에서 TV토론을 벌이고 있다(왼쪽 사진).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왼쪽)와 남경필 후보가 25일 TV토론에 앞서 손을 맞잡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26일로 대선이 44일 남았다. 사상 초유의 조기 대선을 맞아 각 정당은 숨 가쁜 경선 레이스를 벌이고 있다. 속도전에선 보수 진영이 앞선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다음달 초 후보를 확정 짓는 반면 바른정당은 28일, 자유한국당은 31일 본선 후보를 정하고 대선 체제로 본격 전환한다.

대통령 파면 후폭풍 최소화 골몰 #후보 단일화 논의 앞두고 속도전 #바른정당 28일, 한국당 31일 확정 #“양보 없인 감동적 단일화 힘들어”

보수 진영의 이 같은 행보에는 서둘러 각 당의 본선 후보를 확정한 뒤 보수 후보 단일화를 논의해야 한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또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범보수 진영이 함께 타격을 입은 만큼 이를 회복하면서 보수표를 결집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전략적 판단도 작용하고 있다.

한국당, 중도 성향 당원 캐스팅보트 쥘 듯

자유한국당은 지난 20일 이인제·김관용·김진태·홍준표(기호순) 후보 등 4명으로 후보를 압축했다. 9명의 후보를 두 차례에 걸쳐 컷오프하는 과정에서 나름 대중의 관심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경선룰 확정 과정에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특혜 논란을 빚은 이후 또 한 차례 경선룰을 바꿔 잡음이 생기기도 했다.

한국당 경선관리위원회는 애초 다섯 차례 진행하려던 권역별 합동연설회를 한 차례로 축소했다. 22일 부산·울산·경남에서는 예정대로 책임당원을 대상으로 합동연설회를 개최한 반면 나머지 합동연설회는 돌연 TV토론으로 대체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현장에서 정견 발표를 하는 것보다 TV토론이 시청률도 높고 후보 변별력도 높일 수 있다는 데 모든 후보가 동의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영남권 합동연설회만 진행한 것을 두고 경남도지사인 홍준표 후보에 대한 특혜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당장 김진태 후보가 공개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냈다. 김 후보는 “선수가 한창 경기하는 중에 룰이 바뀐 것”이라며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당 안팎에선 룰 변경의 명분은 TV토론의 효율성이지만 속내는 김진태 후보의 주된 지지세력인 ‘태극기 부대’의 돌발행동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는 말이 돌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 17일 첫 합동연설회에서도 태극기집회 참가자들이 김 후보를 연호하며 장내 분위기를 압도했다.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과 정우택 원내대표 등이 인사말을 할 때마다 욕설과 야유를 퍼붓기도 했다. 이들은 당 지도부가 서청원·최경환 의원 등 친박 핵심들을 ‘당원권 정지’ 형식으로 쳐내고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결정을 수용하는 등 당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24일 한국갤럽 조사에선 홍 후보가 6%, 김 후보가 2%의 지지도를 기록했다. 리얼미터 조사에선 8.6%와 3.8%였다. 김 후보의 상승세가 눈에 띄지만 ‘골수 친박’ 당원들이 김 후보를 1위로 만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 관계자는 “문재인 대세론을 견제하기 위해선 보수를 포함한 제3지대 단일화 논의가 불가피하다고 보는 중도 성향의 당원과 유권자들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후보 단일화 논의에 대해 김진태 후보와 이 후보는 부정적, 홍 후보와 김관용 후보는 긍정적 입장이다.

한국당은 26일 책임당원 18만2000명을 대상으로 투표를 진행한다. 이어 29~30일 국민 여론조사를 거쳐 31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대선후보를 확정한다.

바른정당, ‘격조 있는 토론’에도 흥행 부진

바른정당은 일찍이 경선 후보를 유승민 대 남경필(기호순) 구도로 확정 짓고 후보 띄우기에 골몰하고 있다. 네 차례 권역별 정책토론회와 정책평가단 투표제 도입은 흥행 여부를 떠나 신선하다는 반응을 얻었다. 토론회 직후 정책평가단을 대상으로 전화면접조사를 실시해 토론을 잘했다고 생각하는 후보에게 투표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지난 세 차례 토론에선 유승민 후보가 모두 남경필 후보를 앞서면서 승기를 잡았다. 호남권(19일)·영남권(21일)·충청권(23일) 토론 후 투표에서 유 후보는 830표(62%)를 획득해 504표(38%)를 얻은 남 후보를 제쳤다. 경기지사인 남 후보는 25일 수도권 정책토론회에서 막판 뒤집기를 노리고 있다. 이날 투표 결과는 26일 오전에 발표된다.

바른정당은 ‘사전 원고 없는 스탠딩 토론’으로 차별화를 시도해 주목을 받았다. 실제로 두 후보는 ‘대본대로 읽는 학예회’라는 비판을 받는 기존 토론회 방식에서 탈피해 보수 후보 단일화, 박 전 대통령 구속 수사 여부 등 민감한 정치 현안부터 모병제, 사교육 폐지 등 다양한 주제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장훈 중앙대 교수는 “지금까지의 토론회는 예상 가능한 질문·답변에 발언 시간도 기계적으로 제한하는 등 관심을 모으기엔 역부족이었던 게 사실”이라며 “바른정당의 토론 방식은 시민들의 개입 여지를 넓힌 데다 후보들의 능력을 보다 자세히 검증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과적”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좀처럼 오르지 않는 지지율은 풀어야 할 난제다. 두 후보 지지도를 합해도 5%를 넘지 못하는 데다 정당 지지율도 정의당과 비슷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지난 24일 리얼미터 조사에선 유 후보가 2.4%로 홍 후보와 김 후보에 이은 7위, 남 후보가 0.8%로 10위였다. 바른정당은 25~26일 일반 국민 대상 여론조사를 실시한 뒤 28일 대의원 현장 투표 직후 최종 후보를 지명한다.

‘가짜 보수’ 논쟁에 갈등의 골 깊어져

또 다른 변수는 보수 후보 단일화 논의를 둘러싸고 한국당과 바른정당 사이에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른바 ‘가짜 보수’ 논쟁이 대표적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당은 바른정당이 “한국당은 가짜 보수”라고 발언하는 것을 제한해 달라며 명예훼손 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했다가 취하하기도 했다. 정준길 한국당 대변인은 “바른정당이 더 이상 한국당을 ‘가짜 보수’라고 공격하지 않을 것이란 판단하에 소를 취하한 것”이라고 말했다.

바른정당은 박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국회 탄핵안 통과를 주도하면서 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에서 갈라져 나온 이후 ‘적통 보수’ 지위를 놓고 한국당과 각을 세워왔다. 이와 관련, 유 후보는 ‘원칙 있는 단일화’를 강조하는 반면 남 후보는 한국당과의 단일화 자체에 부정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보수 진영의 후보 단일화가 국민에게 감동을 주려면 과정 자체가 투명하게 이뤄져야 하고 내가 아니라 다른 후보여도 좋다는 양보가 전제돼 있어야 한다”며 “두 당 사이에 이미 감정의 골이 깊이 파인 데다 시간도 촉박해 생산적인 단일화 논의가 진행되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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