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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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4호 04면

SBS-TV의 ‘K팝스타’는 시즌마다 비교적 꾸준히 시청해온 프로그램입니다. 재주와 끼로 똘똘 뭉친 젊은, 심지어 어린 친구들이 자신의 꿈을 향해 전력을 다하는 모습이 매번 반갑고 또 고맙습니다. 한 주 내내 처진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다음주를 준비해야 하는 장삼이사들에게 신선한 에너지 드링크나 다름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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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이 마지막 시즌임을 공표한 만큼 여러가지 화제가 이어지고 있죠. 서로 다른 색깔을 지닌 걸 그룹 연습생들의 뜨거운 무대도 볼거리이거니와, 11살 동갑내기 소년들로 이뤄진 ‘보이프렌드’ 팀의 무대도 그에 못지 않습니다. 지난주 방송에서는 어린 친구들이 탈락 위기에서 멋지게 기사회생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죠. 심사위원들은 극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아직 어린데 랩 가사도 직접 쓰고 한번 틀린 적도 없다. 누구를 흉내내는 게 아니다. 이제 나이를 감안하지 않게 됐다. 이들은 진짜다.”

‘진짜’라는 단어는 의미심장했습니다. 노래나 춤에 겉멋이 든 게 아니라 그것을 자신의 길을 정하고 걷기 시작했다는 뜻이겠죠. 탈락후보가 되고 무대에서 내려가며 스스로에게 중얼거리던 모습이 눈에 밟힙니다. “멘탈이 무너지면 안 돼.”

오로지 자기 자신에 대한 엄격함을 추구하는 소년들이 대견했습니다. 다른 사람이야 어떻든, 자신들이 잘하는 것으로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가 절로 읽혔습니다. 요즘 뉴스 시간에서는 제대로 보지 못하는 풍경이기도 합니다. ‘진짜’가 보고 싶습니다.

정형모 문화에디터 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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