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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남을 노래하는 밴드 DNCE 첫 내한 공연 "흥 폭발이란 바로 이런 것"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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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처음 한국을 찾아 내한공연을 펼친 미국 팝 밴드 DNCE. [사진 라이브네이션코리아]

지난 22일 처음 한국을 찾아 내한공연을 펼친 미국 팝 밴드 DNCE. [사진 라이브네이션코리아]

“새벽 4시에 유럽의 어느 클럽에서 모두가 땀에 흠뻑 젖어있는 모습.” 미국 4인조 팝 밴드 DNCE는 앞서 본인들의 공연을 이렇게 소개했다. 그리고 이들이 처음 한국을 찾은 22일 오후 8시 서울 광장동 예스24 라이브홀엔 여느 클럽과는 비교할 수 없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미국 팝 밴드 22일 예스24 라이브홀 콘서트 #데뷔곡 '케이크 바이 디 오션'으로 빌보드 9위 #조나스 브라더스의 조 조나스가 리더 맡고 #한국인 여성 기타리스트 이진주 합세해 주목

2015년 데뷔해 지난해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에서 ‘최고 신인상’을 받은 이들은 ‘흥 폭발 밴드’라는 별명답게 등장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영화 ‘스타워즈’ 인트로를 배경으로 스태프 두 명이 스톰트루퍼 헬멧을 쓴 채 깃발을 들고 걸어 나오자 조 조나스(보컬)ㆍ잭 로우리스(드럼)ㆍ이진주(기타)ㆍ콜 휘틀(베이스)가 광선검을 들고 나타났다. 장난스레 칼싸움을 하던 이들은 이내 각자 악기를 장착, ‘네이크드(Naked)’로 문을 열었다.

'팀 DNCE' 깃발을 흔들며 공연의 시작을 알리는 모습. [사진 라이브네이션코리아]

'팀 DNCE' 깃발을 흔들며 공연의 시작을 알리는 모습. [사진 라이브네이션코리아]

‘DNCE’, ‘바디 무브스(Body Moves)’로 이어지는 무대에 예열 따윈 없었다. 무대 뒤편에선 바람인형이 펄럭이며 흥을 돋웠고, 멤버들은 초반부터 가열차게 달려나갔다. 조나스는 ‘10대의 비틀즈’로 불렸던 조나스 브라더스 시절부터 갈고 닦은 가창력을 선보였고, 휘틀은 베이스 치랴, 키보드 치랴 정신없는 와중에 무대 위에 드러누워 발로 박수를 치고 물구나무를 서는 등 쉴새없이 움직였다. 감당할 수 없는 에너지에 1층 스탠딩석 뿐만 아니라 2층 지정석까지 2000여 관객이 모두 들썩였음은 물론이다. 어쿠스틱 셋업으로 바뀌어 잔잔한 멜로디의 ‘징크스(Jinx)’가 흘러나와도 전주와 반주 부분까지 떼창이 이어졌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환호성을 받은 것은 바로 팀내 유일한 여성 멤버이자 한국인 기타리스트인 이진주였다. 빼어난 연주 솜씨와 시크한 표정으로 걸크러시 매력을 발산해 온 그녀지만 막상 마이크를 넘겨받자 눈물을 참지 못했다. 그는 “10년 전 영어 한 마디 제대로 하지 못했던 제가 혼자 미국을 가게 되서 외롭고 힘든 순간도 많았다”며 “한국으로 돌아오고 싶은 순간마다 상상하고 꿈꿔온 순간이 지금 이루어지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팀내 유일한 여성 멤버로 활약하고 있는 한국인 기타리스트 이진주. [사진 라이브네이션코리아]

팀내 유일한 여성 멤버로 활약하고 있는 한국인 기타리스트 이진주. [사진 라이브네이션코리아]

시누이인 가수 소향과 친오빠, 언니들과 함께 CCM 밴드 POS로 활동하던 이진주는 19세 때 미국 LA로 건너갔다. 이후 조딘 스팍스의 세션으로 시작해 조나스 브라더스 리드 기타리스트로 연을 맺게 돼 함께 밴드를 결성하게 됐다. 객석 여기저기서 “진주언니 멋있어요” “사랑해요” 등 함성이 쏟아지자 이를 지켜보던 다른 멤버들은 “안녕하세요”라고 한국어로 인사를 건넨 뒤 “비록 우리가 한국말은 못하지만 우리도 사랑한다. 마침내 한국에 와서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 민(Be Mean)’ 전주가 흘러나오자 언제 그랬냐는 듯 분위기가 반전됐다. 휘틀이 “무언가 더욱 특별한 것이 필요하다”고 외치자 조나스는 관객을 향해 휴대용 압축 공기 대포를 이용, 팬티와 브래지어 등 속옷을 쏘아댔다. 스웨덴 프로듀서가 데뷔곡을 만들며 ‘섹스 온 더 비치’를 잘못 말해서 탄생한 ‘케이크 바이 디 오션(Cake By The Ocean)’으로 빌보드 싱글 차트 9위를 차지한 그룹답게 화끈한 선물을 준비한 것이다. 여기에 ‘페이 마이 렌트(Pay My Rent)’ 음악과 맞춰 멤버들 얼굴이 인쇄된 가짜 달러까지 쏟아지는 등 무대연출을 빙자한 완벽한 팬서비스가 이어졌다.

왼쪽부터 강렬한 빨강 바지를 입은 기타리스트 이진주, 토끼 머리띠를 한 보컬 조 조나스, 레깅스와 사각 팬티를 레이어드해 입은 베이시스트 콜 휘틀. [사진 라이브네이션코리아]

왼쪽부터 강렬한 빨강 바지를 입은 기타리스트 이진주, 토끼 머리띠를 한 보컬 조 조나스, 레깅스와 사각 팬티를 레이어드해 입은 베이시스트 콜 휘틀. [사진 라이브네이션코리아]

75분, 짧지만 강렬한 20곡의 무대는 그렇게 끝이 났다. 데이비드 보위를 위한 헌정곡부터 스파이스 걸스 커버무대까지 완급을 조절하며 제대로 놀 줄 아는 구성이었다. 지난 1월 미국 샌디에이고를 시작으로 투어 길에 오른 DNCE는 일본 도쿄를 거쳐 다음달까지 공연을 이어나간다. 다음에는 또 어떤 끈적하면서도 청량감 넘치는 노래로 사람들을 춤추게 할지, 부디 영원히 철들지 않는 ‘빅 키즈’가 되길.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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