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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홍준표·이재명 지자체 빚 다 청산? 갚긴 했지만 방법엔 논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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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해당 자치단체의 채무 감축을 치적으로 앞세워 유권자를 공략하고 있다. 홍 후보는 “1조원이 넘는 (경남도의) 부채를 땅 한 평 안 팔고 내부 행정개혁과 재정개혁만으로 ‘채무 제로’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선 경선 후보가 22일 부산시 초량동 평화의 소녀상에 헌화하고 있다. [뉴시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선 경선 후보가 22일 부산시 초량동 평화의 소녀상에 헌화하고 있다. [뉴시스]

이 후보 역시 “세금 한 푼 안 늘리고 예산 절약, 탈세 규제만으로 성남시 부채를 다 갚았다”며 “국가 예산도 그렇게 30조원까지 늘릴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경남도의 실제 채무는 현 시점으론 0원이다. 성남시 역시 2013년 ‘모라토리엄(채무유예)’ 극복 선언을 하며 재무안전성 단계에 들어섰다. 다만 이 과정에서 채무 상환 방식을 두고 다른 의견을 제시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경남도 채무 상환액 중 2660억은
26년간 적립해온 기금운용 이익금
“재정 개혁 아닌 자산 전용” 지적
성남, 재원 중엔 1157억 지방채 발행
“빚내 빚 갚은 격, 매년 이자만 수십억” 

채무를 상환하기 위해선 수입을 늘리거나 지출을 줄여야 한다. 다른 한 가지 방법은 기존 자산으로 빚을 갚는 것이다.

경남도에 따르면 채무 상환을 위한 재원 마련은 선심성 사업 폐지(3338억원), 보조사업 재정점검(793억원), 진주의료원 폐쇄(615억원), 지역개발기금의 효율적 운영(2660억원), 은닉 세원 발굴(1598억원), 비효율적 기금 폐지(1377억원) 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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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 지역개발기금으로 갚은 빚 2660억원은 기존에 적립해 둔 기금 운용 이익금으로 나타났다. 경남도 관계자는 “이익금은 개발기금을 자치단체 등에 융자해주고 받은 이자 수익”이라며 “지난 26년 동안 매년 100억원가량 쌓인 2660억원으로 채무를 상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은 “개인으로 따지면 갖고 있던 적금을 깨서 은행 빚을 갚은 것”이라며 “‘재정 개혁’이라기보다는 자산을 전용(轉用)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정학회장을 지낸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정적자가 심한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의 보조금만 기다리고 있지 않고 채무 조정에 나선 것은 의미가 있다”면서도 “지자체의 긴급 재원 소요에 대비해 잉여 이익금을 유보해두는 것에 대한 판단을 선행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경남도는 “보유 자산으로 얻는 이자율보다 채무 상환 이자율이 더 높기 때문에 처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남도는 기존 19개의 기금 중 12개를 폐지하고, 기금액 1377억원을 일반회계로 이전해 빚을 갚는 데 썼다. 역시 지출을 ‘다이어트’ 하기보다는 자산을 전용하는 방식이었다. 폐지된 기금은 중소기업육성기금(823억원), 체육진흥기금(110억원), 자활기금(30억원), 노인복지기금(30억원), 기초생활보장수급자장학기금(28억원) 등이다. 경남도는 “기금은 폐지했지만 기존 사업 예산 303억원은 일반회계를 통해 지원했다”고 밝혔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기금을 없애 거두는 효과에 대해선 장기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창수 소장은 “기초생활보장기금이나 자활기금 등이 없어져 향후 재정이 악화되면 사회적 약자에 대한 안정적 지원에 지장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경선 후보가 광주광역시 금호타이어 공장에서 노조원들을 만났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경선 후보가 광주광역시 금호타이어 공장에서 노조원들을 만났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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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후보는 성남시 ‘모라토리엄’ 극복을 선언했지만 재원 조달 방법을 두고 지금도 논란이 일고 있다. 성남시는 지방채 발행(1157억원), 재산매각(383억원), 투자사업 축소(500억원), 예산절감(799억원)을 통해 판교특별회계 전입금 2839억원을 갚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원정 전 성남시의원은 “매년 수십억원의 지방채 이자를 지불하면서 빚내서 빚을 갚은 꼴”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자기 땅 팔아서 유입된 돈이 상환금액의 재원이 된 것”이라고도 말했다.

박성훈 기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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