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두테르테 “中과 전쟁하면 필리핀 소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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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필리핀이 남중국해에서 다시 대립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저자세로 일관해 비난을 사고 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19일(현지시간) 기자들이 ‘중국이 최근 남중국해 스카버러섬(중국명 황옌다오)에 환경감시소를 건설하겠다고 밝혔는데 의견이 뭐냐’고 묻자 “내가 뭘 하길 바라나. 중국에 선전포고라도 하라는 것이냐”면서 “중국을 막을 방법이 없고 미국도 중국을 막지 못한다”고 말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중앙포토]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중앙포토]

그는 이어 “우리가 선전포고하면 바로 내일 필리핀은 소멸할 것”이라며 “중국과 맞서는 것은 불을 끌어와 자기 몸을 태우는 것과 같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중국에 화를 내는 것은 생트집을 잡는 행위”라고 덧붙였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중국 두둔은 델피 로렌자나 국방부 장관이 최근 중국에 강경 대응을 천명한 이후 나온 것이어서 특히 주목된다. 로렌자나 장관은 지난달 “중국이 스카버러에 군사시설을 확충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로렌자나 장관은 특히 유엔이 필리핀 영토라고 인정한 루손섬 동부 해역의 ‘벤험 대륙붕’ 부근에서 중국 조사선이 조사 활동을 벌이자 해군에 중국 선박을 쫓아내라고 명령했지만 두테르테 대통령이 “그냥 놔두라”고 뭉개 버렸다.

그러자 안토니오 카르피오 필리핀 대법관은 국토 수호라는 헌법상의 의무를 상기시키며 남중국해 영유권분쟁 사태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그는 “중국에 강력한 공식 항의를 해야 한다”며 “이는 대통령이 해야 하는 최소한의 일”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두테르테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한 게리 알레하노 야당 하원의원도 “대통령이 중국을 화나게 할까 봐 가만히 있다”며 “영토 수호를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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